EXID 하니 예비 신랑 양재웅과 닭 한 마리
입력 2024. 08.07. 12:05:10

양재웅

[유진모 칼럼] 걸 그룹 EXID 멤버 하니(안희연, 32)와 오는 9월 결혼을 발표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유명 방송인 양재웅(42)이 원장으로 있는 W진병원에서 지난 5월 30대 여성 환자 A 씨가 입원한 지 17일 만에 사망했는데 이 환자에게 코끼리도 쓰러뜨릴 만한 고용량의 진정제를 투여했다는 의견이 나와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한겨레는 10년 차 정신과 전문의 강모 씨의 말을 빌려 W진병원이 A 씨에게 고용량의 진정제를 오남용했다고 보도했다. A 씨의 진료 기록을 확인한 강 씨는 "환자가 정신병적인 증상을 보였다기보다는 입원 등 환경의 변화로 인해 거부 반응이 극심한 상태였는데 (그에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하지 않고) 첫날부터 급성 조현병 또는 양극성 장애 조증에 적용할 법한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증언했다는 것.

강 씨는 간호 기록지, 경과 기록지, 경리·강박 시행 일지, 안정실(격리실) CCTV 일람표 등 각종 진료 관련 기록을 분석했다. 경과 기록지에는 페리돌정 5㎎, 아티반정 1㎎, 리스펠돈정 2㎎, 쿠아틴정 100㎎, 쿠에틴서방정 200㎎ 등을 지난 5월 10일 입원 첫날 투약했다고 적혀 있다고.

강 씨는 "이 약들은 대부분 항정신성·향정신성 약물인데 특히 히스펠돈은 고역가(단위 밀리그램당 강한 효과)의 제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약들을 섞을 경우 코끼리조차도 쓰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이른바 '코끼리 주사약'이 만들어진다는 게 그의 의견. 당연히 부작용도 수반된다고.

A 씨는 섬망 증세, 의식 저하, 소화기 및 근육 계통 부작용 등의 증상을 보였음에도 병원 측은 사망 당일까지 고용량의 진정제를 투여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심지어 피해자가 약을 삼키지 못하자 고역가의 주사제를 사용하기도 했다는 것.

그로 인해 A 씨는 5월 26일 저녁 격리실에 갇힌 채 복통을 호소하며 문을 두드렸지만 보호사와 간호 조무사는 다음날 0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A 씨의 손, 발, 가슴을 침대에 결박했다. 이후 A 씨가 숨을 헐떡이며 코피를 흘리자 병원 측은 결박을 풀어 주었지만 그로부터 1시간 30분 정도 지나 결국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

또 강 씨는 가족이나 법적 대리인 등에게 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물론 환자 상태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 과정이 누락되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그동안 오직 양 원장 혼자 A 씨를 치료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사망 당일 그 자리에 양 원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책임이 없을까?

하니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이 병원의 대표 원장이다. 즉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사고의 최종 책임자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의사를 비롯한 임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최종 판단을 하는 결정권자이다. 게다가 A 씨는 방송을 통해 양 원장을 알고 일부러 이 병원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양 원장은 이 병원의 간판, 즉 얼굴이다.

양 원장이 출연료를 벌기 위해 방송에 출연할까? 예외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의사, 변호사, 셰프 등이 방송에 출연하기로 결심하는 이유는 자신과 제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얼굴(지명도)을 알려(높여) 본업에서 더 큰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물론 방송 자체를 즐기는 이도 있다. 그럼에도 홍보라는 커다란 부가 효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A 씨 사망 이후 양 원장의 태도는 결코 '대표'나 의사라고 보기 쉽지 않은 톤&매너이다. 첫째, 하니와 양 원장은 A 씨가 사망한 지 3~4일 만에 밝은 얼굴로 9월 결혼을 알렸다. 환자가 죽었다고 해당 병원 원장이 결혼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상황이 상황이라는 게 문제이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이 만약 맞는다면 병원 측은 매우 적절하지 못한 치료와 조치를 취하였다. A 씨 사망 후 유족이 병원에 항의하자 병원 측과 양 원장이 "변호사에게 알아보라."라고만 대응하다가 정식 보도된 이후 논란이 일자 그제야 양 원장이 공식 사과했다는 유족 측의 증언이 맞는다면 양 원장은 히포크라테스의 맞은편에 서 있는 장사꾼일 따름이다.

그 증거는 사과의 경로에도 있다. 양 원장은 W진병원의 창구를 통해 사과한 게 아니라 '연예인'으로서의 소속사인 미스틱스토리를 통해서 했다. 미스틱스토리는 A 씨의 사망과 거리가 멀다. 양 원장의 연예 활동에 관한 문제였다면 당연히 창구가 미스틱스토리여야 했지만 이번 사건은 W진병원 소관이다. 당연히 이 병원을 통해 사과했어야 마땅했다.

그는 사과 끝에 "진료 차트와 CCTV 등 자료를 협조하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이기에 치료 경위 관련 추측성 글과 자극적인 보도는 자제 부탁드린다."라고 청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렇다면 그 역시 유족과 대중이 알고 싶은 내용에 대해서도 정직하게, 속 시원하게 밝혀야 마땅하다.

논란이 일기 전까지는 속 시원하지 못하게 대응했다. 이제부터라도 연예인이나 사업가가 아닌 의사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노라. 나는 요청을 받는다 하더라도 극약을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것이며.'라고 적혀 있다.

제네바 선언문에도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결심이 담겨 있다. 의사의 사명 중 첫 번째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지 자신의 인기나 수입이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사형 선고를 받은 후 그의 친구들이 공무원들을 매수해 도주시키려 하자 소크라테스는 손을 저으며 대신 부유한 친구 크리톤에게 부탁을 했다.

당시 의사들은 돈보다 환자 치료가 우선 목적이었고, 그래서 가난한 시민들이 치유되어도 치료비를 못 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면 시민들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는 꼭 바쳤다.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으니 그것만 갚아 주게."라고 당부했다. 환자에게 의사는 신에 다름없으니 신은 그 무게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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