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임지연 “감각적으로 연기한 나, 칭찬하고 싶어요” [인터뷰]
입력 2024. 08.09. 16:08:00

'리볼버' 임지연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연진이로 사랑 받아서 뭐만 하면 ‘연진이’라고 하지만 저는 솔직히 자신 있어요!”

당당한 자신감이다. 배우 임지연이 앞서 보지 못한 또 다른 얼굴로 돌아왔다.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을 통해서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임지연은 극중 투명한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 정윤선을 연기했다.

“이 작품은 작년에 촬영했어요. 오승욱 감독님의 너무 팬이었죠. 대본 보기 전부터 ‘올레!’를 외쳤어요. 전도연 선배님과 오승욱 감독님의 조합이라 해서 선택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무조건 참여하겠다고 했어요. 윤선이를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욕심이 커서 선택하게 됐어요.”

정윤선은 감시자인지, 조력자인지 모호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임지연은 정윤선을 찰떡같이 소화해냄과 동시에 전도연과 극과 극 케미를 형성했다. 고요한 수영과 반대되는 톡 쏘는 매력을 발산하며 두 인물 관계에 긴장감과 흥미진진함을 불어넣은 것.

“윤선이는 ‘무뢰한’의 어린 김혜경이라고 생각했어요. 톡톡 튀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 남자도 많이 만나 봤고, 돈도 뜯고 이혼과 배신도 해본. 몸에 익숙한 여자라 생각했죠. 하수영이 출소 후 뜯어먹을 게 있을 것 같아 만났는데 생각보다 쿨한 거예요. 상황이 비슷한 것 같고, 불쌍한 여자인 것 같은데 굉장히 쿨해서 같은 여자로서 반한 거죠. 직진하는 게 멋있었어요. 3단봉을 휘두르고, 나와 다르게 움직이는 여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응원하고, 도와주다가 습관처럼 배신하려고 움직이죠. 묘하게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지연은 학창 시절, ‘한예종 전도연’이라 자칭했다고. 전도연과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것은 자신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터다.

“사실 쫄았어요. 쫄 수밖에 없었죠. 제가 후배고, 선배님 기에 눌려 ‘혼나면 어떡하지?’ 싶었거든요. 잔뜩 쫄아서 현장에 갔는데 슛 들어가니 제 눈을 빤히 바라보시더라고요. 그 순간 하수영이었어요. ‘정윤선 너 왜 왔냐?’라며 쳐다보는데 기운을 제대로 느꼈어요. ‘이거구나, 그래 가자, Go!’가 됐죠. 그 순간이 너무 선명하고, 후배인 저에게 너무 기운을 주셨어요. ‘너 연기 잘해’가 아니라, ‘너 정윤선, 나 하수영’이라는 기운을 받았죠. 그래서 저도 후배에게 그런 기운을 주고 싶어요. 서로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그 현장, 공간에 있었다는 게 너무 큰 경험이었어요.”

임지연은 인물의 세밀한 감정선을 미묘하고, 섬세하게 연기했다. 수영의 조력자인지, 배신자인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윤선의 입체적인 면모를 완벽히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또 한 번 넓힌 그다.

“제가 분석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아요. 좌절도 많이 하고요. 욕심도 많죠. 난다긴다 하는 선배님들이 나오시는데 얼마나 잘하고 싶었겠어요. 처음으로 용기내서 나도 감각적으로 움직여보자 싶었죠. 이건 처음이었어요. 많이 생각하지 않았고, 대본에도 의지하지 않았죠. 현장에서 저도 모르게 나온 동작들이에요. ‘언니~’도 그렇게 부르는 자체가 없었어요. 만나서 대화하는 거였는데 본능적인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되게 재밌는 작업이었죠. 솔직히 칭찬하고 싶어요. 하하. 저 스스로를 믿어보자고 현장에 가서 정윤선으로 이야기하려 노력했죠. 캐릭터를 입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화려한 인물인 정윤선의 외적 스타일링도 놓쳐선 안 될 포인트였다. 하수영과 반대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쨍한 색상의 옷을 입거나, 화려한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높은 하이힐을 신는 등 외적 표현도 놓치지 않았다.

“스타일링 부분은 의상 실장님이 잘해주셨어요. 치장을 많이 하고, 화려하고, 튀는 걸 좋아하는 여자죠. 말도 안 되는 하이힐에 양말을 신는 등 매치를 잘해주셨어요. 피팅도 많이 했죠. (‘더 글로리’) 연진이도 채색이 강하고, 강렬해서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화장도 진하고요. 그런데 저는 자신 있어요. 전혀 다른 인물이니까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워낙 잘 된 작품이고, 연진이로 사랑 받아서 뭐만 하면 ‘연진이’라 하지만 저는 솔직히 자신 있어요. ‘연진이를 깰 거야’란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 걱정도 안 하고 싶죠.”

‘리볼버’는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수영이 맞닥뜨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빠르게 쫓아간다. 이에 인물별 서사가 부족하거나, 친절하지 않다는 평이 나오기도. 임지연은 정윤선의 서사를 어떻게 분석했을까.

“감독님에게 윤선과 석영의 관계에 대해 물어봤어요. 그리고 윤선과 조사장의 관계도요. ‘이 말을 왜 하는 거죠? 어떻게 살았죠?’ 등 굉장히 질문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답을 안 주시더라고요. 감독님은 ‘그냥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라는 말을 하셨어요. 열어주시고, 맡겨주신 게 크죠. 그래서 복잡하게 그려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왜냐면 다들 복잡하잖아요. 어둡고 그런데 윤선이까지 그렇게 그려지면 별로일 것 같더라고요. 영화를 보며 느낀 건 감독님을 정말 많이 믿었구나 싶었어요. 난 캐릭터를 이렇게 하고, 놀았는데 영화의 톤 앤 매너에 안 맞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이 ‘오케이’ 하셨고, 나를 믿고 맡겨주셨구나. 혼자 날뛰고, 하이톤이라 두려웠을 법한데 감독님은 정말 나를 믿어주셨구나. 열어주셔서 감사하고, 용기 있게 한 저에게도 칭찬하고 싶어요. (웃음)”



임지연은 적재적소에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잡아간다. ‘언니~’라고 부르는 장면부터 ‘난 딱 요만큼만 언니 편이에요’라고 말하는 표정과 연기는 임지연만이 소화할 수 있는 연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배워가는 과정 같아요. 어렸을 땐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몰랐거든요. 중간중간 호흡만 명확하면 저도 모르게 얼굴이 써지게 되더라고요. 내려놓는 순간이 있어요. 그 모습이 예뻐 보였어요. 얼굴이 많이 일그러지고, 입 찢어지는 웃음도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언니~’ 장면도 마냥 좋아했는데 찌그러진 얼굴도 예뻐 보였어요. ‘난 딱 요만큼만 언니 편이에요’라는 대사도 윤선이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난 너를 도와줄 생각이 1도 없다, 널 이용하는 거야’라고 하지만 자꾸만 편이 되고 싶어 하는 내면의 갈등이 클 거라 생각이 들었죠. 위스키 마시고 다 얘기하잖아요. 자기 스스로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 난 이만큼만 너 편이야’라고 얘기하는 게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사가 아니었나 싶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연진 역을 연기하고, 이후 ‘마당이 있는 집’ ‘국민사형투표’ 등 작품에 출연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임지연. 그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싶을까.

“귀엽고, 수줍게 알을 깬 것 같아요. 이 알을 명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깨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 용기가 큰 도전이었죠. 알을 깼다는 것만으로도 한 단계 성장한 발판이 된 것 같아요. 자존감이 올라왔는데 정윤선을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제가 엄청 자격지심이 있거든요. 정윤선을 하면서 앞으로도 악착같이, 치열하게 말고도 내려놓고 막 놀아보는 것도 대중들이 좋아하는구나를 처음 느꼈어요. 그렇게 연기하는 캐릭터와 작품을 만나고 싶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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