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인가 스캔들' 김하늘 아니면 누가 하나 [인터뷰]
- 입력 2024. 08.10. 07: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김하늘이 '화인가 스캔들'을 통해 다시 한번 장르 장인 진가를 입증했다. 노련한 연기 내공을 십분 발휘해 미스터리한 스릴러부터 멜로까지 완벽 소화해 낸 김하늘이다.
김하늘
지난달 31일 종영한 디즈니 +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오완수(김하늘)와 그녀의 경호원 서도윤(정지훈)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 드라마다.
"마무리가 잘 된 거 같아서 만족스럽다. 정말 쉼 없이 달렸다. 엔딩도 많이 바뀌었다.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원래 엔딩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총소리도 있었고 장소가 공항이 아니었다. 희망적이고 열린 결말이 좋다고 생각해서 의견을 냈었다. 결말뿐만 아니라 매 신마다 배우들과 많이 상의하고 의견을 냈다. 반응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뻔하지만 Fun하게 만들지 쉽지 않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배우들과 정말 열정적으로 찍었다. 그런 것들의 결과가 표현되지 않았나"
극 중 김하늘은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오완수로 활약했다. 오완수는 가난한 유년 시절을 겪고도 골프선수로 성공한 화려한 과거, 재벌가의 며느리, 자선활동을 통해 글로벌 셀럽으로 거듭나 누구나 부러워할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화려함 속에 아픔이 감춰져 있는 인물이다.
"원래는 오완수가 골프 선수가 아닌 배우였다. 당시 비슷한 캐릭터의 작품이 있어서 바뀌었다. 골프 선수는 체격이나 요건들이 달라서 처음엔 저도 당황하고 우려도 했었다. 골프도 잘 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가 살해 위협 같은 조금은 사실적이지 않은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완수의 엄마는 딸의 우승 상금을 모두 사치와 도박으로 날리고 시어머니와는 잦은 대립으로 갈등을 겪는다. 뿐만 아니라 남편 용국(정겨운)의 불륜까지 목격하게 된다.
"완수에게 엄마는 엄마다. 미움과 원망이 있지만 엄마를 외면하고 오빠한테 방치한 본인에 대한 원망도 있었던 것 같다. 용국이는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외도는 완전한 배신이다. 거기서 이미 끝인 거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도 묵인해 왔던 오완수는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는 서도윤(정지훈)을 향한 의심을 품다가도 외로웠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다정함에 빠져든다. 김하늘은 이런 오완수의 심리를 섬세하고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살해 위협을 자꾸 받는 그런 상황에서 보호해 주는 남자가 생기다 보니까 완수가 주체적이지 않게 변한 거 같은데 대본상으론 굉장히 주체적이었다. 완수를 처음에 봤을 때 당당하고 초반에 휘몰아치는 상황 안에서 정신을 차리고 흔들리지 않는 캐릭터가 멋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었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어떻게 멋있게 표현해야 할지 어려웠다. 중간 이후로 가면서 멜로가 붙으면서 여성성으로 바뀌고 도윤이가 해결하는 과정이 많아지면서 조금 사그라든 거 같다"
특히 난관을 헤쳐 나가는 조력자로 함께 하는 서도윤에게 빠져들게 된 오완수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호평을 얻었다. 이때 서도윤에게 하룻밤을 제안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대사를 두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김하늘 역시 촬영 당시 정지훈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16부작에서 10부작으로 줄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1, 2회 정도는 더 있었으면 했다. 도윤과 완수가 좋아했던 감정이 쌓이는 것과 디테일이 빨라서 그런 멜로적인 서사를 좀 더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나랑 잘래?'는 너무 초반에 찍어서 진짜 난관이었다. 감독님한테 이 신을 왜 이렇게 일찍 찍냐 했었다. 스케줄상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다행히 (정지훈과) 안 친했을 때라 NG가 안 났다. 서로에게 민폐를 주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다. 생각보다 잘나 왔더라. 그다음 '당신 내 여자 할래요?'는 친해진 다음에 찍어서 NG가 정말 많이 났다. 저도 웃음이 많은 편인데 지훈 씨가 더하더라. 둘 다 웃음을 참지 못해서 테이크를 열 번은 간 거 같다. 스태프들에게 너무 죄송했는데 이해하고 웃어주시더라"
이처럼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대사와 재벌가라는 배경 설정에 일각에서는 진부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하늘은 오히려 이러한 옛날 감성이 좋아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요즘 노래도 좋아하지만, 옛날 노래, 감성을 엄청 좋아한다. 왜 그런 음악이 안 나올까 생각했는데 같은 결이다. 대본 봤을 때 옛날 느낌이 났다. 그동안 트렌디한 작품만 했었다. 이런 장르의 드라마를 봤지, 출연하진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신선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요즘 볼 수 없는 감성이다. 아침 드라마 느낌이랑 다르고 옛날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제 시대의 감성, 그런 작품을 대본으로 본 적이 거의 처음이라 너무 신선했다. 거기에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저처럼 이런 드라마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요즘 친구들은 이 드라마 어떻게 볼까 너무 궁금했다. 역시나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고 오글거려하는 분들도 있었다. 예상과 비슷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특히 김하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인 '멜로퀸'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앞으로도 멜로를 계속할 수 있는 배우고 되고 싶다는 김하늘이다.
"멜로는 제 감성이랑 너무 잘 맞는 거 같다. 평소 세밀하고 감정이 디테일한 편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예민한 감정이 많은 거 같다. 그런 걸 평상시에 표현하면 피곤할 수 있는데 연기로 표현하기에는 가장 적합하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로 연기할 때 되게 어렵다. 그런 디테일한 감정에 예민하기 때문에 감정이 깨질 때도 많다. 정말 예민한 걸 흐트러짐 없이 집중하고 그 순간 몇초 몇 분안에 표현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 안에서 표현이 됐을 때 그 희열감은 최고다.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나이에 '9'가 들어갈 때마다 멜로를 하더라. 다가오는 9(49)에도 멜로를 하고 싶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즈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