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웨이 아웃' 유재명, 노력으로 찾아낸 운 [인터뷰]
- 입력 2024. 08.13. 08: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응답하라 1988'의 동룡이 아빠, '비밀의 숲'의 이창준 검사는 온데간데 없었고, 흉악범 김국호의 얼굴만이 남아있었다. '다작 배우' 유재명은 '노 웨이 아웃'에서 또 한번 새로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유재명
디즈니+·U+모바일tv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이하 '노 웨이 아웃')은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유재명)의 목숨에 200억 원의 공개살인청부가 벌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출구 없는 인간들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유재명은 극 중 세기의 흉악범 김국호를 연기한다. 김국호는 특정 직업군의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자로, 13년 만에 출소한 인물이다.
유재명은 선뜻 응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를 선택한 것에 대해 "제가 제일 먼저 캐스팅이 됐다. 대표님께 대본을 보고서 제가 떠올랐다고 하더라. 그리고 저는 바로 하겠다고 흔쾌히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대중들에게 알려져있는 여러 필모그래피를 거치고 최전선에 와있다고 생각했다"며 "물론 제가 성범죄자 연기를 하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평소에 계획없이 사는 편인데 직감적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 같다. 부담감도 있었지만, 작품이 주는 매력이 분명했다. 악역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 고민도 있었지만, 직업의 운명이었던 것 같다.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 이 작품이라면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국호는 '노 웨이 아웃'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의 목숨에 200억 원이라는 현상금이 걸리면서 출소와 동시에 그는 계속해서 위협을 받는다. 또한 변호사 이상봉(김무열)과 호산시장 안명자(염정아)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그를 이용한다.
유재명은 이와 같은 김국호의 상황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을까. 그는 김국호가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날 것의 감정과 행동에 집중하려 했다.
"첫 등장 신을 거슬러가보면, 가지런히 종이접기하는 모습이 나오고 모범수였다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그리고 출소 전에도 교도관에게 '나 보고 싶어서 어떡하냐'와 같은 말도 던진다. 하지만 점점 김국호가 꿈꿨던 것들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멸시를 바라보면서 봉인된 악마성이 열리는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자신에게 현상금이 걸리고 살해협박을 받으면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구조가 좋았다. 제가 넣고 싶었던 디테일은 '오로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지'를 질문하는거였다. 다른 어떤 악인을 다루는 작품들보다도 변별력을 주고 싶었던 부분이다."
그가 연기한 김국호는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유재명은 이에 대해 "조두순이라는 실제 인물이 연상되는 캐릭터다. 모티브를 잡지 않아도 구조 안에서 드러나게 된다"면서도 "저는 실제로 그런 범죄자들이 세상 밖에 나와 옆집에 산다는 전제를 하고 표현했다"고 답했다.
"저는 허구나 드라마적인 상상이 아니라 실존하는 인물, 실존하는 범죄자를 그리고 싶었다. 실제로 그런 범죄자들이 세상에 나와 내 옆집에 산다고 전제를 했다. 현재 세상을 보면 범죄자의 신상 공개가 클릭 한번으로 가능하고, 선진국에서는 화학적 거세가 이뤄지고 있고, 그것에 대해서 국내에서도 토론을 하고 있지 않나. 제가 그리고 싶은 캐릭터는 범죄자이자 동시대를 사는 인간이었다. 그들을 살게 만드는 법의 테두리, 그걸 제정하는 사람들, 그걸 이용해 정치적 야망을 이루는 사람들까지, 결국 이 작품의 구조는 가장 현재의 시점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 웨이 아웃'은 故 이선균 출연 예정작 중 하나로 잘 알려져있다. 그가 마약 투약 혐의를 받게 되면서 작품에서 자진 하차했고, 이후 조진웅이 그 자리에 합류하게 됐다. 공개까지 어려운 시간을 거쳐온 만큼 유재명은 이번 작품에서 함께 했던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작품 제목 따라서 출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막막함이 있었다. 힘든 시간도 있었고, 안타깝고 그리운 마음도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난관을 극복한다는게 결코 쉽지는 않았고, 그래서 더 단단해진 것 같다. 물론 모든 작품이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지만, 유난히 이 작품은 그때를 회상해보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조진웅 배우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못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팀끼리는 지나고서 생각해보면 정말 '노 웨이 아웃'같은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출구 없이 매일 반복되는 어려움들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힘든 시간 끝에 공개된 '노 웨이 아웃'에 대해 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재명은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실시간으로 많이 쏟아져 나오고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때"라며 "저희 작품이 단순히 스펙타클하고 스릴 넘치는 범죄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품 안에 출구를 찾기 위해 각자의 욕망으로 어떻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를 녹아내려고 많은 애를 썼다. 작품을 보시면서 시청자분들이 그 부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기대에 대한 충분한 보답을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재명은 '노 웨이 아웃' 외에도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비밀의 숲', '라이프', '이태원 클라쓰', 영화 '나를 찾아줘', '킹메이커', '행복의 나라', '하얼빈' 등 쉼없는 작품 활동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던 것은 '응답하라 1988'이지만, 사실 그는 1997년 연극 '서툰 사람들'로 데뷔해 부산 연극 무대에서 배우, 연출, 극작가로 오랜 시간 활동했다.
"스무살 때 연극을 접하고 눈떠보니 지금 나이가 된 것 같다. 왜 이 일에 이렇게 매진하게 됐는지 묻는다면 저도 잘 모르겠다. 사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 같다. 이런 대답을 하면 상대적으로 너무 건성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다. 몇몇 작품에서는 그만둘까 하기도 했겠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에너지로 운좋게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응답하라 1988'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고나서도 '이태원 클라쓰', '비밀의 숲' 등에 출연했는데, 나는 검사 역할이 어떻게 제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코믹한 캐릭터를 했는데, 갑자기 그 인물이 찾아왔지 않나. 정말 좋은 배우들에게 갈 작품인데, 아직 밝혀지지 않아서 제게 신비로움을 느꼈던 건가 생각된다. '이태원 클라쓰'에서도 원래는 박새로이 아버지로 섭외가 들어왔었다. 젊은 나이였는데도 제가 하고 싶다고 용기있게 말씀드렸고, 거기에 감독님이 솔깃하셔서 급물살을 타고 맡게 됐다. 비슷한 연배인 분들이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비결을 물어보면 저는 늘 운이 좋다는 말 밖에 못한다."
코믹한 아버지, 무게감 있는 검사, 끔찍한 흉악범까지, 매 작품 모든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유재명은 자신을 '운 좋은 사람'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작품의 본질을 찾아내려는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와 같은 결과가 자연스레 따를 수 있던 것을 아닐까.
"작품의 좋은 점을 좀 보려고 애쓰는 기질이 있다. 어떻게든 찾아내려고 한다. '당신이라는 배우와 이 작업을 하고 싶다'고 제안을 받고서 시간이 허락된다면 항상 그렇게 애를 썼던 것 같다. 사실 배우에게 제일 감사한 건 '이 역할에 당신이 제일 어울려'라는 제안이다. 그래서 그런 제안을 받으면 저 역시도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TUDIO X+U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