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아주는 여자’ 엄태구가 말아준 ‘로코 한 사발’, 전성기는 지금부터 [인터뷰]
- 입력 2024. 08.13. 08: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엄태구를 처음 인터뷰한 건 영화 ‘낙원의 밤’ 공개를 앞두고서다. 당시 인터뷰는 팬데믹 여파로 인해 부득이하게 대면이 아닌, 화상으로 진행됐다. 강렬한 외모, 연기와 달리, 평소 수줍음이 많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엄태구는 비대면임에도 불구, 카메라 안에 온몸을 구겨 넣고 양손을 모으거나 턱을 긁는 등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놀아주는 여자' 엄태구 인터뷰
‘놀아주는 여자’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큰형님 지환과 아이들과 놀아주는 ‘미니 언니’ 은하의 반전 충만 로맨스 드라마다. 지난 6월 12일 시청률 2.3%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10회 자체최고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이에요. 촬영하면서도 어떨지 확신이 없었죠. 어떻게 보실지 두렵기도 했어요. 많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보신 분들께서 너무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커요. 응원해주신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엄태구는 극중 큰형님 서지환 역을 맡아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거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완벽 변신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그다.
“그동안 너무 어두운 것들을 많이 했어요. ‘구해줘2’ ‘홈타운’ ‘낙원의 밤’까지. 자연적으로 밝은 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밝은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들어온 게 ‘놀아주는 여자’ 대본이었어요. 한 작품 들어왔는데 괜찮게 느껴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대본이 재밌었어요. 무해하고, 귀여웠죠. 그래서 조금 겁은 났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캐스팅을 의뢰해주셨을 때 첫 미팅 당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하루 이틀 고민하고, ‘도전해보겠다’고 말씀 드렸죠. 고민이 됐던 이유는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너무 밝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중간 없이 훅? 그러나 도전해볼만한 대본이었던 것 같아요.”
‘미니 언니’ 은하 역은 한선화다. 앞서 엄태구와 한선화는 OCN 드라마 ‘구해줘2’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이 작품에서도 두 사람은 애정 전선을 그렸다.
“너무 반가웠어요. 첫 촬영할 때 구면이라 어색함, 그런 것 없이 할 수 있었죠. 한선화 배우와 첫 촬영할 때 이전에 같이 했던 기억이 좋았어요. ‘놀아주는 여자’ 첫 촬영 때 설렘과 긴장감이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연기가 자연스러운 것 같진 않은데 이번에는 그런 게 좀 더 많았어요.”
엄태구가 맡은 서지환은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세상의 편견 속에서 육가공업체 ‘목마른 사슴’을 운영하는 대표이자 36년간 모태솔로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만들었던 동생인 은하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자, 강직한 신념을 지닌 대표의 모습 대신 무장 해제된 상태로 설렘을 느끼는 모태솔로의 모습으로 변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서지환 역할이 엄태구를 만나 달라진 점이 있을까.
“특별하게 다르게 보이려 하진 않았어요. 오버하는 신도 진심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낙원의 밤’ ‘판소리복서’도 제가 표현하다 보니 안 섞일 순 없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제 모습이 많이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제가 평소에 ‘업’되어 있지 않은데 그 이상의 업이 되어 있어야 해서 쉽진 않았지만 최대한 진심으로 하려고 했어요. 잘 안되어도 노력하려고 했죠.”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증명하듯 엄태구는 K-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펀덱스 조사에서 드라마‧비드라마 전체 출연자 화제성 부문 4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또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7월 배우 브랜드 평판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너무 감사했어요. 먼저 연락 오는 경우가 많아 되게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시청자 반응도 잘 챙겨봤어요. 되게 궁금했죠. 처음 방송할 때는 제 연기 때문에 떨려서 집중을 못해서 봤어요. 항상 두 번씩 봤죠. 과연 어떤 포인트들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했어요. 처음이라 포인트 잡기가 어려웠는데 방송을 쭉 보니까 공부가 됐어요. 이런 포인트를 예상하지 못했는데 좋아하시는구나, 공부가 됐죠.”
엄태구는 허스키 보이스와 상반되는 다정한 눈빛, 섬세한 표정 연기로 기존의 로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다소 서툴지만 감정에 솔직한 직진 사랑법을 귀엽고, 유쾌하게 그려내 숱한 명장면을 탄생시키기도.
“대본 자체가 너무 무해하고, 귀엽고, 특별히 악당이라고 나와도 악하게만 보이지 않은 것 같아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게 보이는 드라마였죠. 생각 없이 보면서 웃을 수 있고, 피식할 수 있는 포인트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해주시지 않았나 생각 들어요. 이런 반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힘을 얻었어요. 영화 현장에서는 편집본을 보며 그날그날 체크하는데 드라마는 체크를 못하고, 다음 것으로 넘어가니까 ‘지금 이게 괜찮은 건가?’ 확신이 없었거든요. 오래 전에 찍은 걸 보는 거라 확신이 없었어요. 1부를 볼 땐 불안했죠. 그러나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태구는 한선화와 로코 케미 외에도 성별과 나이를 불문한 다양한 캐릭터들과 개성 넘치는 케미를 선보였다. 한 지붕 아래 동거하는 ‘목마른 사슴’의 직원인 주일영(김현진), 곽재수(양현민), 정만호(이유준), 양홍기(문동혁), 이동희(재찬)과도 다채로운 관계를 형성,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같이 하면서 너무 든든했어요. 방송을 보면서도 든든했죠. 지환이 계속 고민에 빠지는 순간들이 드라마 중간부터 있었어요. ‘놀아주는 여자’가 재밌어야 하는데 쳐질 수 있잖아요. ‘목마른 사슴’ 식구들이 나오면 재미로 살려주시니까 다행이었어요. 보면서도 든든했죠.”
‘엄태구가 로코를?’으로 시작한 ‘놀아주는 여자’는 ‘엄태구가 왜 이제야 로코를?’이란 반응으로 이어졌다. 전에 없던 연기, 캐릭터로 ‘新로코킹’ 수식어를 얻은 엄태구. ‘로코길만 걷길’이라고 염원하는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안 해봤던 류의 멜로, 로코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시켜주셔야 하는 거니까... (웃음) ‘놀아주는 여자’를 찍어봤으니까 다음번에는 더 뻔뻔하게!(해보겠다) 안 해본 정통 멜로도 좋아요. ‘판소리복서’ 같은 것도 너무 좋죠. 거기에는 휴먼도 있고, 약간의 멜로도 있기에.”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엄태구는 어느덧 데뷔 17년차가 됐다.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얼굴과 연기를 보여준 그는 ‘놀아주는 여자’로 ‘엄태구의 재발견’이란 호평을 이끌어냈다. 첫 로코 장르로 터닝 포인트를 만난 그의 본격적인 전성기는 지금부터가 아닐까.
“이번 촬영할 때도 매컷, 매신 생각했던 건 진심이었어요. 진심으로 하고 싶어서죠.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진심의 정도치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정도가 맥스라면 왔다 갔다 하고, 한 번 가도 잘 안 될 때가 있죠. 그래서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쉽지 않고, 확신이 있지 않았는데 보신 분들의 관심과 응원, 사랑 덕분에 힘을 얻었어요.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고 싶어 뭐라도 해보려 해요. 또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EAMHOPE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