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정조준, ‘행복의 나라’ [씨네리뷰]
입력 2024. 08.13. 09:00:00

'행복의 나라'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법정 개싸움 일인자 변호사’ 정인후(조정석)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짓 상황도 스스럼없이 만들어내며 승소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게 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이선균)의 변호를 맡게 된다.

박태주는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사람 중 유일한 군인 신분이다. 3심제가 아닌, 단심제가 적용되기에 재판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 예상된 상황. 합수단장 전상두(유재명)는 밀실에서 10.26 대통령 암살 사건 연루자들의 공판을 도청하며 재판장에 은밀한 쪽지를 실시간으로 보내며 재판을 좌지우지한다.

전상두는 부정 재판을 주도하며 박태주의 ‘목숨줄’ 뿐만 아니라 정인후와 그가 속한 변호인들에게까지 보이지 않는 권력을 휘두른다. 재판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분노한 정인후는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하는데.

‘행복의 나라’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사태를 관통하는 재판을 주요 소재로 다룬다. ‘남산의 부장들’(10.26)과 ‘서울의 봄’(12.12) 사이를 담은 작품으로 10.26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수행비서관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삼은 인물 박태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우리가 잘 몰랐던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 이야기를 소개한다.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대한 실제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여러 차례 법정에서 은밀히 쪽지가 전달돼 ‘쪽지 재판’ ‘졸속 재판’ 등으로 불린 역사적 사실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 담은 것. 인간의 근본 가치가 아무렇지 않게 짓밟히는 ‘시대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분노를 터트리게 만든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만큼 고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법정을 그 무엇보다 잘 구현해야 한다고 판단한 추창민 감독은 실감 나는 군법정 재판 장면을 위해 변호인단과 방청객의 위치, 검찰관과 피고인들의 인원수까지 꼼꼼하게 고증했다.

배우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등 연기 구멍 없는 열연 또한 ‘행복의 나라’의 미덕이다. 박태주를 살리고자 변호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재판에 뛰어드는 정인후 역의 조정석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또 다른 얼굴과 연기를 보여준다. 코미디 연기뿐만 아니라, 상반된 얼굴의 연기도 잘하는 배우임을 느낄 수 있을 터.

‘행복의 나라’가 유작이 된 故 이선균은 끝까지 강직함을 잃지 않는 박태주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눈빛은 물론, 절제된 표정과 응축된 감정 등 열연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전상두로 분한 유재명은 얼굴을 갈아 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상두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깎고, 뽑았다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과 다른 에너지의 전상두를 완성해낸 그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232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다.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을 본 관객이라면 ‘행복의 나라’를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겠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다룬 두 영화에 이어 ‘행복의 나라’ 또한 흥행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14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은 124분.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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