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성희롱 주장 어도어 전 직원 연봉 공개의 의미
입력 2024. 08.14. 11:45:02

민희진

[유진모칼럼] 걸 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전 직원 B 씨가 "근무 당시 A 부대표에게 성희롱을 당했지만 민희진 대표가 이를 은폐했다."라고 주장한 가운데 민 대표가 그 주장에 반박하는 글을 공개했다. 민 대표는 B 씨가 신입 사원이 아닌, 7년 차로 기본급은 임원급에 준하는 1억 3000만 원이었다고 밝혔다.

B 씨가 채용 당시 엔터테인먼트 업종과는 무관한 경력이었음에도 연차에 비해 상당히 고액으로 연봉이 책정된 이유는 학력 및 이전 직장 보수를 근거로 본인이 제시한 요구가 그러했다고 밝혔다. 민 대표는 그러나 연봉에 비해 업무 능력은 형편없었다고 주장했다.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 민 대표는 "저는 A나 B 둘 다 오래 안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 이사로서 누구를 편향되게 지지할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장문의 글 말미에 민 대표는 "제 이미지를 해하기 위해 어떻게든 없는 꼬투리를 잡아 변조하고, 교묘한 타이밍에 타인까지 끌어들여 대중의 분노를 설계하고 조장하는 이들은 그 비인간적 행위를 당장 멈춰라."라고 일갈했다.

K-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현재 어도어 모회사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민 대표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 대표의 마지막 글의 행간을 보면 '대중의 분노를 설계하고 조장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즉 B 씨의 배후에 다수가 아는 그 회사와 '그'가 있다는 뉘앙스이다.

물론 민 대표의 주장이 100% 황당하지는 않다. B 씨의 주장을 아직 확신하기 힘든 이유이다. 하지만 민 대표의 뜬금없는 B 씨 연봉 공개와 업무 능력 평가에 대해서는 민 대표의 B 씨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라는 주장만큼이나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도어의 수장은 민 대표이다. B 씨를 채용할지, 말지 그리고 연봉을 얼마나 주어야 할지는 마지막으로 민 대표의 결정이자 책임이다. 만약 민 대표의 주장대로 B 씨가 1억 3000만 원에 터무니없이 모자란 업무 수행 능력을 보였다면 그것 역시 민 대표 책임이다. 모회사인 하이브와 하이브 투자자들에 대해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B 씨의 연봉과 그에 비해 한참 뒤진 업무 능력은 A 부대표의 B 씨에 대한 성희롱 쟁점이 민 대표와 그리 큰 연관이 없다는 민 대표의 주장대로 성희롱 진위 여부와 관련성이 없다. 성희롱에 대해 연봉과 능력이 무슨 상관인가? 급여를 많이 준다고 성희롱이 성희롱이 아닌 것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

현재 쟁점의 핵심은 A 부대표가 B 씨에게 성희롱을 했느냐, 허위 주장이냐에 있다. 그리고 했다면 B 씨의 주장대로 민 대표가 편파적으로 A 부대표의 손을 들어 주었는가이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A 부대표와 B 씨를 같은 경로를 통해 입사시켰고 그런 만큼 두 사람 다 짧은 시간 동안 알았기에 두 사람에게 차등 대우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부대표가 민 대표와 함께 어도어의 경영권을 찬탈하려 한, 막역한 '반란의 동지'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13일 스포츠투데이는 이를 확인하는 취재 결과를 내놓았다.

하이브에 따르면 회계사 출신인 A 부대표는 민 대표에게 풋 옵션을 행사해 1000억 원을 받은 뒤 뉴진스 권리 침해 소송을 통해 어도어를 빈껍데기로 만들고 하이브에 어도어를 팔라고 권유하는 설계를 제안했다. 이 계획에 대해 민희진 대표는 "대박이다."라고 답했다.

B 씨는 "하이브가 A 부대표의 행동이 부적절했음이 확실하다며 민 대표에게 A 부대표에 대한 엄중한 경고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으나 민 대표는 A 부대표에게 대한 엄중 경고 조치를 취하는 것마저 거부함은 물론 적극적으로 A 부대표에게 혐의가 없다고 주장했다."라고 항변했다.

만약 하이브(방시혁)가 민 대표가 너무 미워서 해임하려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라면 성희롱에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하이브가 제출한 민 대표와 A 부대표의 경영권 찬탈 정황이 모두 사실이라면 성희롱 역시 사실 쪽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A 부대표가 민 대표에게 한 제안에 대해, 그리고 민 대표가 "대박."이라고 반응한 데 대해 민 대표는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이 한 가지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유진모 칼럼/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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