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토리' 이혜리 "필선이 덕분에 저 스스로를 믿게 됐어요"[인터뷰]
- 입력 2024. 08.15. 09: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니 반갑다. 익숙한 듯 다른 매력이 있는 이혜리의 Y2K는 더욱 반갑다. 파이팅 넘치는 국내 최초 치어리딩 영화 '빅토리' 필선으로 변신한 이혜리는 작품으로부터 응원을 듬뿍 받았는지 자신감 가득한 모습이었다.
혜리
영화 '빅토리'(감독 박범수)는 1999년 거제를 배경으로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이혜리는 댄스로 거제를 주름잡는 '필선'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재밌었어요. (대본이)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연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 가장 컸어요. 필선이가 너무 멋진 친구인데 과연 나한테 멋있는 부분이 있나 생각했을 때 걱정이 됐거든요. 모든 대사가 사투리인 것도 부담감도 있고, 치어리딩, 힙합, 펌프도 해야 하고 감정적으로 중요한 신들도 많아서 스스로 못 믿었던 것 같아요"
지난 5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혜리는 울컥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자신이 없어 오래 고민했다고 한다.
"사실 처음 제 작품 볼 때는 저만 봐요. 근데 '빅토리'는 이상하게 이 작품이 주는 것들이 느껴지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부터 제 연기를 보면서 우는 게 민망하더라고요. 제가 제 연기가 대단해서 울었던 게 아니고 촬영했던 시절 생각나더라고요. 제가 고민할 때 제작사 대표님과 감독님께서 몇 개월을 설득을 해주셨어요. 그 중 기억에 남는 말은 '혜리밖에 할 사람이 없다'라는 말이었어요. 믿음을 계속 주셔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드리는 마음이 가장 크죠."
가장 고민한 지점은 필선이 멋있어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덧붙였다.
"필선이가 멋진 인물이에요. 친구들이 동경하고 따라 하고 싶고 또래지만 언니 같은 느낌의 친구죠. 에너지가 넘치고 사랑스러운 면도 있고 밉지 않아야 해요. 또 몸을 잘 써야 해요. 감독님은 제가 그런 부분을 갖고 있다고 느끼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너무 귀여워 보이면 어떡할지 생각했는데, 꽤 멋있어 보이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나 멋있는 것도 할 수 있구나. 이런 부분이 있네' 생각을 한 모멘트였어요."
'빅토리'는 이혜리의 첫 타이틀롤 영화다. 그는 "주인공을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다"면서도 주인공으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전했다.
"그전에는 주인공이라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촬영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부담이 되더라고요. 사실 지금이 제일 많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주인공 누구야?' 했을 때 '혜리' 하면 보실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할걸', '더 잘해볼걸' 이런 생각이 들어요. 공개를 앞둔 지금이 제일 부담이 돼요."
필선은 1990년대를 사는 여고생으로, 이혜리의 대표작이기도 한 '응답하라 1988'의 덕선과 이름도 사는 시대적 배경도 유사한 지점이 많다. "덕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이혜리는 자신 있게 "다르다"라고 대답했다.
"'응답하라 1988'을 지금 생각했을 때 '덕선이 그걸 내가 했어.' 그런 상징적이고 영광스러운 작품을 남겼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해요. 저에게는 덕선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작품이면서 앞으로 연기할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달라 보일지 고민도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필선이는 너무 매력적이고 건강하고 필선이만의 매력이 있는 친구니까 덕선이가 떠오르지 않을 거예요. 이후의 작품들도 그 인물을 더 매력적으로 그려서 그 캐릭터만의 매력을 그리고 싶어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이혜리는 '빅토리'를 만나 10대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필선이의 상황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뭔가 내 어린 시절 한켠을 돌이켜보는 기분이었다. 이 영화는 두고두고 꺼내보면 또 마음이 다르겠구나 싶어서 애착이 간다"라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필선이한테는 댄서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저는 캐스팅이 돼서 그냥 걸그룹 시켜줘서 데뷔한 거였어요. 저는 이게 무인지 몰랐는데 무여서 열심히 썰었거든요. 어쩔 때는 잘 안 썰리기도 하고, 못생기게 썰리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잘 썰리기도 했어요. 제가 필선이 나이 때는 무인지 당근인지도 모르고 썰었는데 필선이는 무가 아닌 걸 알고 선택했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촬영한 '밀레니엄 걸즈' 멤버 박세완, 조아람, 최지수, 권유나, 백하이, 이한주, 염지영, 박효은 한명 한명의 장점을 언급하며 애틋함도 전했다.
"영화가 처음인 친구들도 많고, 아예 첫 작품인 친구들도 많았어요. 너무 열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밀레니엄 걸즈'와 닮았죠. 이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제가 조금 나태해지다가도 몰입해서 필선이가 됐어요. 친구들은 저한테 '언니가 잘 끌어줬다'라고 했지만 제가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마지막으로 '빅토리'를 찍으며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완급조절을 하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연차가 됐다며 웃는 이혜리에게서 자신감과 여유가 동시에 느껴졌다.
"'빅토리'를 찍으면서 느낀 건 지금 포기하거나 지금 안 하면 다신 기회가 없다는 거예요. 한 장면에서 내가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기분이 안 난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결과물을 봤을 때 속상할 것 같았어요. 이제는 최선을 다하고 힘들면 조금 쉬면되니까요.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그런 연차가 됐어요. 그래서 가능한 것 같아요. 늘 미미하게라도 성장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도전하고 있지 않나. 조금씩 나은 선택을 하려고 애쓰는 중인 것 같고 조금씩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써브라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