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박범수 감독 "응원으로 하나된다면 다양해도 상관없지 않나요?"[인터뷰]
입력 2024. 08.17. 09:00:00

박범수 감독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빅토리가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보러 오지 않으셔도 응원하겠습니다." '숙제투성이'였던 영화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응원'이라는 키워드의 힘은 무엇일까. 박범수 감독이 뚝심으로 끌고 온 영화 '빅토리'다.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14일 개봉과 동시에 CGV 골든에그지수 99%, 메가박스 실관람 평점 9.2점,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4점,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9.64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흥행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빅토리'는 영화 '레드카펫', '싱글 인 서울'의 박범수 감독이 직접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박 감독은 "시사 반응 같은 것도 제게는 큰 응원이고, 영화계가 어렵다는 이런 시기에 개봉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응원이고 감사하다. 올림픽 끝나고 이제 저희가 시작하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1999년 세기말 청정 도시 거제를 배경으로 하는 '빅토리'에는 박 감독과 스탭들의 사적인 기억이 곳곳에 묻어 있다. 박 감독이 제작 발표회에서 "9080 과거들이 드라마나 예능에서 희화돼서 소비되는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그 당시 우리도 멋있었고 좋은 점이 많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90년대의 매력을 듬뿍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거제도에 '한필선'이라는 실존 인물이 계셨어요. 그분이 응원부 만들어서 축구부 응원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만 모티브로 따왔죠. 방송부가 음악을 틀고 필선(이혜리)이와 미나(박세완)가 각 반을 돌며 춤추는 건 제가 고등학교 때 방송반 인원 모집하면서 했던 기억이에요. 펌프, 당시 노래들도 다 사적인 것들이 묻어있죠. 특히 영화 헤드 스탭들이 그 시대를 관통했던 분들이라 '우리 때는 그랬지' 하면서 애정을 담아서 찍었어요."



'빅토리'는 박 감독이 '써니' 제작사 안나푸르나필름과 손을 잡고 제작했다. 두 영화는 발랄한 여고생들의 삶과 우정을 주목한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 하는데, '써니'를 통해 박진주, 천우희 등 새로운 얼굴이 발굴된 것처럼 '빅토리'에도 최지수, 백하이, 권유나, 염지영, 이한주, 박효은 등 뉴페이스들이 대거 등장한다.

"밀레니엄 걸즈가 알록달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하모니가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저런 친구 한 명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도록 다양한 캐릭터 있도록 만들었죠. 뉴페이스가 많은 것이 영화로서 부담감이 있을 수 있는데 대표님 전작 '써니'기도 했고 노하우가 있을 거라고 믿고 과감히 뽑았어요. 어느 한 쪽만 신경 쓰기보다는 전체를 살리는 쪽에서 시나리오를 읽어보면서 수정을 거듭했죠. '이 친구가 빛나야 하는 씬이야' 하는 건 확실히 주고, 필선과 미나의 서사를 방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애정을 골고루 주려고 노력했어요."

영화는 오합지졸 응원단에 대한 이야기다. 응원하고 응원을 받고, 한순간을 찬란하게 빚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 감독의 '빅토리' 속에서는 치어리더도, 선수도, 응원하는 관중도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치어리딩에 있어서 보통은 선수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아요. 저희 영화는 응원하는 이들에 포커스를 맞췄죠. 그러나 응원받고 있는 친구들, 달리는 사람들 다 주인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골고루 포커스를 분배했어요. 거기서 받을 수 있는 위로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죠."

이러한 까닭에 '빅토리'의 응원은 응원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향한다. 성별도 상황도 나이도 제각각일지 모르지만, 응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명확히 공통적인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한다.

"영화에는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빅토리' 같은 경우는 응원이 필요한 모든 사람이 타깃이에요. 그렇게 되면 편집하기도 어렵고 촬영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럼에도 다양한 부분에 다양한 재미를 포진하자고 했고 로맨스도 있고 우정도 있고 부녀 간의 갈등과 화해 등 다양한 것들을 넣었어요. 응원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묶일 수 있다면 좀 다양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죠. 이걸 보시는 분들 중에서 여기가 좋았다 저기가 좋았다 한쪽으로 몰리지 않더라고요. 우리만의 색이죠."



넓은 타겟층을 설정한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 일이었다.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 성공해야 본전인 것. '빅토리'는 박 감독에게 숙제투성이인 작품이었다.

"우선 출연자들이 많았고 예산도 제가 경험했던 것 중에는 컸고 춤, 노래, 사투리 지방 촬영, 시대물 등등 모든 것이 숙제인 작품이었어요. 한쪽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신경 써야 했고요. 전체적인 앙상블과 배우들 연기를 가장 신경 썼죠."

그 밖에도 박 감독은 많은 모험을 감행했다. 배우가 카메라를 직접적으로 바라보는 테이크, 치어리딩 장면 원테이크 촬영, 배우가 대역 없이 100% 치어리딩 소화 등 기존의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촬영 기법들이 들어갔다.

"밀레니엄 걸즈가 실패 후 다시 모여서 성공하는 군무 씬이 있어요. 원테이크로 쭉 갔죠. 관객들이 봤을 때 지루할 수도 있고 실험적이긴 했는데 정말 공들였어요. 그걸 성공했을 때 영화 엔딩처럼 기뻐했죠. 또 필선이와 미나의 힙합 씬에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필선이가 멋지지 않으면 개연성이 떨어지거든요. 반드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했는데 이 부분도 끊어가야 하나 고민을 했죠. 배우들이 워낙 잘해주고 잘 나와서 힘이 있게 느껴지길 바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빅토리'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관해 얘기했다. 그는 '응원'이라는 작품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도약을 시작한 밀레니엄 걸즈 배우들에게 멋진 대표작으로 남길 바란다는 소망도 남겼다.

"일차적으로는 응원이 필요한 시기에 나도 응원하고 주변을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메시지예요. 그다음 생각하고 있는 건 '누구나 반짝였던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죠. 남들이 보면 뭐 그저 그런 걸 수 있지만,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아는 순간들이요. 지금이 그런 순간인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그때를 기억하고 잘 빛나고 있구나 자기 자신을 응원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이 봐주시고 회자하는 영화가 되면 좋겠고, 신인배우들에게 이 영화가 근사하고 멋진 자기소개가 됐으면 좋겠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마인드마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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