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도어 부대표, 민희진의 소방수인가, 방화범인가?
- 입력 2024. 08.20. 11:22:21
- [유진모 칼럼] 야구에서 9명의 멤버 중 중요하지 않은 이가 있으랴마는 모든 사람들은 투수가 제일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프로 야구에는 선발-중간 계투-마무리 등으로 또 보직이 나뉜다. 중간 계투의 경우 필승조와 패전 처리용으로 또 분류된다. 감독이 그날 승부를 포기하면 투수력을 아끼기 위해 보통이거나 아직 미완인 투수를 마운드에 올린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은 올해 연예계 이슈 중 가장 뜨거운 감자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는 사실상 자본주의 체제이다. 자본주의의 시선으로 이번 사태를 되돌려 보았다. 보통 투자자가 회사를 차릴 때는 자신의 구상대로 흘러가길 원할 것이고 그렇게 경영할 자기 사람을 대표 이사로 앉히기 마련이다.
방 의장은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의 민희진을 하이브로 스카우트했고, 본격적인 프로듀서로 성장시켜 마침내 어도어를 차리면서 대표 이사로 임명했다. 어도어는 하이브가 거느린 많은 자회사 중의 하나이다. 방 의장 입장에서는 다른 자회사처럼 자신의 경영 방침대로 흘러가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민 대표는 삐거덕댔다.
그래서 조사해 보니 경영권 탈취 의혹이 보였다. 민 대표 입장에서는 밉보이는 바람에 그런 프레임을 씌운 셈이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의혹'보다는 '정황' 쪽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 양측은 하루가 다르게 승패를 핑퐁으로 나누고 있다. 초반에는 민 대표가 자본주의에 항거한 노동 열사의 표본이 되어 승기를 잡았지만 향후 펼쳐진 정황은 녹록지 못하다.
이 시각 쟁점은 어도어 부대표 A 씨의 전 직원 B 씨에 대한 성희롱 진실 공방이다. 하이브 쪽으로 살짝 전세가 기운 상황에서 민 대표의 구원 투수로 A 씨가 등판한 셈인데 소방수가 될지, 방화범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양측은 연일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지만 A 씨의 갈지자걸음은 민 대표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듯하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A 씨가 작성한 증거를 확보했다. 그 시나리오에 대한 민 대표의 반응은 "대박!'이었다. 그런데 민 대표는 "그건 A 씨의 개인 메모일 뿐이다. 직원들끼리 그런 농담할 수 있잖아요."였다. 일반적으로 직원은 승진과 급여 인상을 모색하지 경영권 찬탈을 꿈꾸지 않는다.
A 씨는 성희롱 문제에 대해 B 씨에게 사과했지만 최근 이를 취소하며 '문제를 키우지 않기 위해 사과했을 뿐 성희롱을 했기 때문에 사과한 게 아니다.'라는 논조로 말을 바꾸었다. 물론 가해자에게 의도가 없었음에도 피해자가 성희롱의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성희롱의 여부는 피해자가 모욕감을 느꼈느냐에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게 바로 이번 성희롱 쟁점의 핵심이다. 또 A 씨는 민 대표에게 경영권 탈취 후 '수고비'로 약 3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다시 사실이 아니라고 번복했다. 그는 "민희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의 0.3%를 받기로 했다. 0.3%면 30억 원쯤 될 거고, 고생하고 나면 세금 내고 아파트 한 채는 생기겠구나.' 싶었다."라고 실토했었다.
또한 그의 해명 혹은 변명도 어딘가 어설퍼 보인다. 그는 '민희진의 오른팔'이라는 표현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 근거는 하이브 재직 시절 민 대표를 회의 때 두세 번 봤고, 어도어는 올해 2월 1일 입사했는데 어떻게 오른팔이냐는 논리이다. 그런데 그는 번아웃 증후군으로 하이브 퇴사를 결심한 뒤 지인 추천으로 어도어로 옮겼다고 진술했다.
설마 대표가 자신과 손발이 맞을지 확인도 안 하고 부대표를 뽑았을까? A 씨의 지인은 민 대표의 지인이기도 하기에 A 씨를 뽑은 것이다. 부대표와 원래 막역한 사이였든지. 남남끼리의 친분은 시간이 아니라 이익이 결정한다.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나리오는 A 씨가 작성했다. 끈끈한 사이가 아니라면 경영권을 탈취하자는 '농담'을 나눌 수 있을까?
방 의장 Vs 민 대표의 대결 구도의 핵심은 경영권 탈취이다. 여기에 성희롱 여부까지 쟁점이 추가되었다. 민 대표는 성희롱의 본질에서 거리가 좀 있다. 다만 B 씨가 성희롱을 하소연했을 때 A 씨를 감싸고 대처 방법을 알려 주었는가에 대해서는 도덕적 비난이 아직 열려 있다. 자의든, 타의든 소방수로 구원 등판한 A 씨는 오히려 짐이 될 듯하다.
여론이든, 법이든 용의자 혹은 피해자의 진술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일관성이다. 물론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라는 존재이기에 하나, 더 양보해서 두 개 정도는 말을 바꿀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A 씨는 세 개 이상인 데다 변명에서 합리성과 당위성을 찾기 애매하다. 9회 말에 구원 등판한 A 씨는 첫 타자를 잡지 못하고 진루시킨 셈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