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행복의 나라’ 정인후 역,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었죠” [인터뷰]
입력 2024. 08.22. 09:00:00

'행복의 나라' 조정석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을 통해 1인 2역, 여장까지 선보인 배우 조정석이 또 다른 얼굴로 관객 앞에 섰다.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에서는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정인후 역을 맡은 것. 웃음기 싹 빼고, 돌아온 그의 연기가 ‘믿고 보는’ 타이틀을 다시 한 번 증명시킨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정석이 맡은 정인후는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의 변호를 맡아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그의 의지와 달리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 분노를 터뜨리는 인물이다.

“많은 분들이 조정석이라는 배우에 대해 유쾌하고, 재미있고, 코미디를 연상해주시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이 작품을 처음 맡았을 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죠. 이런 역할로 제안을 받는 것도 많지 않을 수 있으니 소중한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도전해보고 싶고,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 선택하게 됐죠.”

정인후는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동시에 제3자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조정석은 정인후라는 변호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말투, 태도, 자세 등 시대적인 디테일을 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끝난 후 이 작품을 시작했어요. 초연 때 살이 좀 찐 상태라 빼서 오겠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지금이 좋은 것 같다’라고 하셨어요. ‘살 빼지 말고, 그대로 찍어라’고 말씀하셨죠. 무슨 이유인지 자세히 묻지 않았지만 감독님이 좋다고 하시니까 거기에 따랐어요. 제 피부가 하얀 편인데 영화를 보시면 미술, 조명의 톤 앤 매너가 어두운 느낌이거든요. 그에 맞춰 표현하기도 했어요. 마치 흙감자처럼요. 하하.”



‘행복의 나라’는 10.26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수행비서관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삼은 박태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정인후는 당시 재판 기록들과 재판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창작된 인물이다. 나이, 가족 관계, 영화 속 등장하는 에피소드 등 대부분이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

“박태주는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에요. 모범적이고, 청렴하며 존경의 대상이 된 분이라고 하셨죠. 정인후는 ‘재판은 승패를 결정짓는 것’이라고 얘기하잖아요. 정의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변호사라 느껴졌어요. 극중에서 짧게 비춰지지만 정인후의 가족에 대한 전사가 나오고, 그로 인해 이 재판을 맡아요. 재판이 불리하게 흘러가면서 미러링이 된 거죠. 박태주란 인물과 자신의 아버지에 동질감을 느낀 거예요. 그래서 정인후를 연기하며 감정적인 부분을 주의했어요. 연기하는 조정석처럼 (감정이) 치솟는 걸 조심했죠. 어느 순간 북받치게 나오니까 그런 부분을 잘 조절하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 부분은 감독님과 상의했고, 제가 생각한 그림과 맞닿은 부분이 많았어요.”

영화는 우리가 잘 몰랐던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 이야기를 다룬다.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대한 실제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여러 차례 법정에서 은밀히 쪽지가 전달돼 ‘쪽지 재판’ ‘졸속 재판’ 등으로 불린 역사적 사실을 스크린에 옮겨냈다.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 장면을 앞두고, 법정신을 끌고 가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재판 장면을)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는데 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변호했던 생각만 들어요. 저는 변호사이기 때문에 말투, 배경을 떠나 정인후가 원하는 목적에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변호했죠. 그 안에서 정인후의 진심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이 쌓이면 나중에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변호사처럼 보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해’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행복의 나라’는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사태를 관통하는 작품이다. 그동안 두 사건을 다룬 영화들은 있었으나 그 사이에 벌어졌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행복의 나라’가 처음이다.

“저희 영화가 10.26과 12.12 사이 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영화적으로 감상해주셨으면 해요. 정인후는 가공된 인물이고, 재판도 그곳에 있었던 사람을 대변하는 인물이라 그 자체가 영화적이잖아요. 영화다운 영화가 아닌, 영화로서 봐주셨으면 하죠.”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 개봉 전, ‘파일럿’을 통해 올 여름 극장가 관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 바. 특히 ‘파일럿’은 손익분기점(약 220만)을 넘은 것에 이어 400만 관객을 돌파, 2024년 흥행 TOP4에 이름을 올렸다. 높은 흥행 타율로 ‘믿고 보는 조정석’을 입증한 셈.

‘파일럿’ ‘행복의 나라’에 이어 조정석은 넷플릭스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 공개를 앞두고 있다. 차기작은 웹툰 원작의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다. ‘열일 행보’를 걷고 있는 조정석에게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작품이 끝나면 쉬어야지 하는데 제안 받는 작품이 ‘너무 재밌네?’ 싶은 경우가 많아요. 재밌다는 걸 느껴 선택하면 빠져서 촬영하게 되고. 이야기에 흠뻑 빠져 촬영하면 즐거움을 느껴요. 요즘 같은 때는 너무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죠. 저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밌고, 흥미를 느끼면 빠져드는 것 같아요. 여러 상황 디테일을 보며 하겠지만 시나리오가 주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 재미는 코미디, 로코 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스릴을 느끼는 것도 재미에요. 저에게 그런 재미가 느껴진다면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과 장르를 특별히 규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더 다양하게 해보고 싶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