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해서 보게 되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OTT리뷰]
입력 2024. 08.27. 17:20:39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이렇게 모호하고 불친절한 드라마는 처음이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빠른 전개로 사건을 풀어헤쳐 나가는 기존의 서스펜스 스릴러와 확실히 다르다.

초반 다소 느린 전기에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것에 대한 설명도 없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지만, 이 답답함과 궁금증 때문에 끝까지 보게 되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다.

지난 23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JTBC X SLL 신인 작가 극본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으로 '부부의 세계'의 모완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김윤석, 윤계상, 고민시, 김성령, 노윤서, 류현경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공개 전부터 올해 넷플릭스 기대작으로 꼽혔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2000년과 2021년 이야기를 동시에 그린다. 먼저 2021년 아내와 사별한 뒤 숲속에서 홀로 펜션을 운영 중인 영하(김윤석)에게 어느 날 의문의 손님 성아(고민시)가 찾아온다.

아들과 함께 펜션에 묵었던 성아는 어느날 말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가 묵었던 방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너무나도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이를 미심쩍게 여긴 영하는 펜션을 둘러보던 중 LP판 뒤에 묻어 있는 피를 발견하고 성아가 살인을 저질렀단 사실을 알게 된다. 성아는 1년 뒤 이 펜션을 다시 찾아와 이상하리만큼 영하와 펜션에 집착한다.

동시에 2000년 모텔을 운영하던 상준(윤계상)에게도 의문의 손님이 찾아온다. 그 손님은 상준의 모텔에서 살인을 저지른다. 그의 정체는 연쇄 살인마였다. 이후 상준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이 두 사건을 관통하는 인물은 파출소장 보민(이정은)이다. 보민의 젊은 시절은 하윤경이 연기했다. 보민은 본능적으로 범인을 잘 찾아서 ‘술래’라는 별명을 가진 강력반 에이스 형사 출신답게 총을 겨누고 사건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남다른 촉으로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든다.

두 이야기가 동시에 선보여지는 가운데 특별한 자막이나 설명은 없다. 오로지 등장하는 소품, 배경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때문에 중반부까지도 두 사건이 다른 시대 배경이라는 것을 모르는 시청자들도 있다.

이러한 호불호 반응을 예상했다는 윤계상은 "이번 작품은 굉장히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다른 이야기가 한 드라마에 공존하는 드라마는 처음 봤다"라며 "기존 작품들과 조금 다른 방식이라 좀 힘들 수 있다. 저도 처음에 대본을 보고 혼란스러웠지만 혼란이 주는 재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후반부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모완일 감독의 인물들의 심리를 놓치지 않는 특유의 연출력이다. 앞서 손호영 작가는 “시리즈 전반부가 미스터리하고 숨이 막힌다면 후반부는 액션 비중이 커지고 이야기가 빨라진다. 나른하고 지난한 폭염부터 갑자기 휘몰아치는 장대비까지 여름이 가진 여러 템포를 화면에 담은 것 같다”라고 귀띔한 바 있다.

손호영 작가 말처럼 4회까지 의문투성이었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5회부터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살인을 의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영하의 삶과 신고 후 모든 걸 잃고 망가져 버린 상준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그려진다.

비극적인 사건과는 대비되는 아름다운 공간, 통상적인 스릴러 장르에서는 들을 수 없는 질감의 음악은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에 힘을 더한다. 고민시의 연기변신도 볼거리 중 하나다. 소시오패스의 기괴함을 날것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고민시는 43kg까지 체중을 감량했다.

특히 매화 반복되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는 인물들의 독백 내레이션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그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되면서 잔상을 남긴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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