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없숲' 윤계상,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처럼[인터뷰]
입력 2024. 08.28. 17:08:11

윤계상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그야말로 천의 얼굴이다. '범죄와의 도시'에서 역대급 악역 장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윤계상이 이번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통해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평범한 가장 상준 역으로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지난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연출 모완일)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윤계상은 극 중 호수가 보이는 전망을 가진 레이크뷰 모텔 주인이자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평범한 가장 상준 역을 맡아 예상치 못한 비운을 맞닥뜨린 한 남자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연기했다.

"상준을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들었지만, 결과를 봤을 때는 굉장히 좋았다. 감정선을 연기할 땐 어려웠는데 제 주변에 있는 분들이 결과물을 보고 슬프다, 힘들다 이런 반응이 있었다. 예상한 대로 표현이 된 거 아닌가 생각한다. 대본 자체는 어려웠지만 우리나라에서 잘 보지 못하는 시나리오였다. 감독님께 절 왜 캐스팅했냐고 물어봤는데 착해서라고 하시더라. 그 말이 되게 좋았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저의 착함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극초반 상준은 친절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언제나 사람 좋은 웃음을 만연에 띠고 있었고, 최선을 다해 손님들을 대하는 등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운영하는 모텔에 연쇄살인마 지향철(홍기준) 등장 이후 모텔과 가정을 잃고 일상이 흔들린다. 윤계상은 이런 상준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밀도 있게 표현했다.

"상준을 그냥 일반 사람으로 잡았다. 사실 개구리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으면 첫 번째 피해자는 분명 존재하는데 그 이후엔 관심 밖에서 멀어진다는 의미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상준이는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지만 모텔주인이기 때문에 받은 피해가 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 있게 보지 않고 외면당한다. 그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피해를 본 사람들이 치유하지 않고 넘어갔을 때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 사람들이 살아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6부에서는 상준의 20년 후 모습도 직접 연기했다. 그는 과거와 현재의 상준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사소한 눈빛 연기까지도 신경 썼다. 특히 노인 캐릭터를 위해 3주 만에 무려 14kg을 감량했다.

"사실 사건을 겪는 연기가 훨씬 더 어려웠다. 과거엔 어떻게든 모텔을 살리려는 희망이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살아남는 의지가 보여야 했다. 20년 후에는 모든 걸 잃어버린 사람이다. 노인 분장했을 때 욕심을 멍청 버렸다. 3주 시간을 달라고 해서 살을 엄청나게 뺐다. 엄청 빼고 찾아갔는데 젊어 보인다는 이야기 듣고 무너져 내렸다. 그만큼 열심히 했다. 살을 그렇게 빼니까 집중이 훨씬 잘 되더라. 집중력 있게 찍은 기억이 있다. 우는 신이 안 나온다. 너무 집중하다 보니 오버가 돼서 뒷모습을 쓰신 거 같다. 눈 색깔은 현장에서 렌즈를 낀 게 아니라 후반 작업으로 완성했다"

체중 감량보다 감정신이 더 힘들었다는 윤계상. 그는 감옥에서 범인 진향철을 만나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상준이는 모든 걸 잃고 나서 진향철을 찾아갔던 이유가 그냥 해답을 찾고 싶어서였을 거 같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나에게 알려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말도 안 되는 대답을 듣는다. 나는 갈 길을 가고 있었고 네가 그 위에 있어서 재수 없어서 만난거라고 말한다. 세상은 나한테 일어난 일들을 알아줄 거 같지만 사실 아무도 관심 없다. 외롭게 혼자 있었던 일인지 없었던 일인지도 모를 정도로 흘려보낸다. 그걸 잔인하게 보여주는 신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하나도 해소되지 않은 나의 마음인데 사건이 더 나아지지도 않고 끝나버렸다. 그런 느낌으로 연기했다. 의미를 가지고 살인자에게 이야기하는데 아무것도 전달이 안 되는, 허공 속에 있는 말들이다"


이처럼 윤계상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공개 이후 2,000,000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분 4위에 등극했다. 대한민국 1위에 오른 것뿐만 아니라,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총 16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과거가 동시에 전개되는 것에 대한 뚜렷한 설명이 없어 전개 방식이 불친절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단 틀어놓으시길. 불친절한 것도 맞다. 액션이나 코미디가 아닌 서스펜스 스릴러다. 당연히 어렵고 궁금증을 계속 심어놓을 수밖에 없다. 반응이라는 게 1, 2, 3차 분명히 나뉜다. 처음엔 대혼란이 올거라고 생각한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찬반 논리 싸움할 수밖에 없다. 2차가 되면 적응하고 보는 분들이 생길 것이다. 두 번째 싸움에서 이길 거로 생각한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했고, 오히려 혼란에서 주는 재미가 있어 작품을 선택했다는 윤계상. 그에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배우로서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을 받게 해준 작품으로 남았다. "개구리들이여 살아 남아라"

"매번 작품은 너무 어렵다.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다. 배우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모습, 기회가 많았고 좋은 배우들과 호흡하고 글도, 감독님도 좋았다. 결과물을 봤을 때도 너무 만족스럽고 감사한 작품이다. 이 세상 존재하는 건 다 개구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누구는 살게 되고 누구는 죽게 된다. 뉴스를 보다가 안타까운 누군가가 사고 때문에 죽었다는 기사를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고민에 빠진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돌을 던진 사람이 모를 수도 있고 알 수도 있지만 일단 피해를 본 사람이 삶은 마감하는 선택하는 건 너무 억울하고 슬픈 일인 거 같다. '개구리들이여 살아 남아라'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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