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 열린 고민시 시대[인터뷰]
- 입력 2024. 08.29. 17:16:32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예쁘면서도 기괴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미소를 짓는,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성아를 그려낸 고민시다. 이런 고민시를 보고 김혜수는 "이제 고민시대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단다.
고민시
지난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연출 모완일)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성아라는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으면 좋겠고 성아가 다시 돌아왔을 땐 아주 천천히 본성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하를 도발하는 과정에서도 무엇 때문에 저렇게 여자가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가 납득이 되면 안 되는 인물이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인물을 연기하는 입장으로서 캐릭터를 이해해야 해서 서사를 듣고 만들어갔다"
고민시 역시 성아가 왜 전남편과 결혼했는지 의문이었다고. 고민시는 성아를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지점이 전혀 다른 인물로 보고 사이코패스가 아닌 소시오패스로 해석하고 연기했다.
"관련 작품을 아예 안 봤다. 극 안에서만 해답을 찾으려 했다. 이 캐릭터가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감정이라는 것도 느끼고 유일하게 두려움을 느끼는 게 전남편이다.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초반에 성아가 도발할 때와 다르게 영하가 실질적으로 위협을 당할 땐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초반 영하 펜션에 있는 LP판에 피를 남긴 것도 일부러 남겼다고 생각한다. 1년의 공백이라는 시간 동안 성아가 자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걸 보고 흥미를 느껴서 다시 찾아간 거다. 그 안에서 모르는 척하는 영하를 보면서 흥미를 느꼈다고 생각한다. 펜션을 갖고 싶다고 하지만 펜션이 곧 영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친에 대한 결핍에서 오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마치 뱀이 꽈리를 트는 것 같은 느낌으로 연기했다"
다만 고민시는 너무 살인마에 포커스가 맞춰지기보다 남겨진 피해자들의 심리가 잘 보여지길 바랐다며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돌에 맞은 개구리'라고 설명했다.
"생각하고 이해하고 시청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하고자 하는건 돌에 맞은 개구리다. 너무 살인마에 포커스가 안갔으면 했다. 살인마는 그 자체가 살인마 이기 때문에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 납득이 안가야 남겨진 피해자들의 심리가 잘 보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불친절할 수 있는 드라마가 더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보통의 작품들처럼 단순히 자극적인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부분들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다"
기존 작품들과 다소 다른 전개 방식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후회 없이, 아깝지 않게 최선을 다했기에 그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는 고민시.
"캐릭터는 후회 없이 할만큼 했다. 아깝지 않게 모든 걸 걸어서 했다. 제 캐릭터에 호불호가 갈리는 건 상관없다. 유가족에 대한 피해자 이야기는 많았어도 무심코 던진 돌에 맞는 개구리, 2차 피해자 이야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봉변을 당했을 때 느껴지는 것들을 얼마나 공감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초반에 나오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내레이션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리가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안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을 직면할건인지, 보고 들은 것만 믿을 것인지 다양하게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역할을 위해 무려 43kg까지 감량하고 액션신도 직접 소화하며 여러모로 고충도 많았지만 고민시에게 이번 현장은 그야말로 행복한 배움의 장이었다.
"현장을 너무 사랑했고 행복했다. 역할 자체는 어려웠지만 현장에서 받는 에너지로 배가 불렀다. 언제 이런 역할을 맡아볼 수 있을까 싶다. 호흡했던 선배들과 대사를 나눌 때도 눈빛을 나눌 때도 유독 행복하고 즐거워서 현장을 사랑했다. 조언 같은 것도 너무 많이 해주셨다. 김윤석 선배님께서 이 악역에 희로애락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극 중에서 악역은 다수와 겨뤄야 해서 외로운 인물이라고 해주셨다. 그 포인트를 살려서 입체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만큼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특히 20대 마무리기이기도 하면서 30대 시작을 함께한 작품인 만큼 고민시에겐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2022년도 즘 여러모로 연기 한계를 부딪치는 느낌이 들어 자존감이 떨어졌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었다. 이때 오디션을 통해 만난 작품이다. 나도 몰랐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고 자신감도 얻었다. 너무 감사하다. 작품마다 이 작품이 나에게 온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한다. 20대 마무리이기도 하면서 30대 시작을 함께한 작품이라 연기적으로도, 작품적으로 큰 지표로 남을 거 같다"
확실한 건 '진심은 통한다'는 고민시의 말처럼 작품에 대한 그의 진심과 열정이 이번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고, 고민시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진심은 통할 거로 생각하고 매번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 '서진이네2'도 기존 멤버가 아니다 보니까 민폐만 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다행히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영화 '밀수'에서 함께 했던 김혜수 선배님은 이번 작품을 보고 '너의 시대가 온 거 같다. 너무 소중하고 너의 존재 자체가 감동인 것 같다'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너무 감사하고 힘이 된다. 시대는 계속 바뀌니까 저는 다시 또 농사를 열심히 지을 준비 중이다. 현장에 나갔을 때 수많은 스태프가 각자의 위치에서 프로패셔널하게 나간다. 보면서 나도 열과 성을 다해야지 한다.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지 늘 고민하고 생각한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