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이 보여준 김선호의 확장 가능성[인터뷰]
입력 2024. 09.02. 13:10:33

김선호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김선호는 지난해 영화 '귀공자'로 박훈정 감독을 만나 누아르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당시 누적 관객 68만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는데, 1년 만에 '폭군'으로 완벽히 설욕에 성공했다.

'마녀' 세계관을 이어받은 디즈니+ 오리지널 '폭군'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로, 지난달 14일 전체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에 따르면 '폭군'은 공개일 8월 14일부터 25일까지를 기준으로 디즈니+ 코리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 1위를 기록했다. 시원하고 짜릿한 액션과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몰입감 넘치는 전개로 평단과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공개 3주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김선호는 극 중에서 '폭군 프로그램'을 끝까지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엘리트 요원 '최 국장' 역을 맡았다. 최 국장은 국가에 대한 신념 하나로 국정원 이너써클의 리더로서 '폭군 프로그램'을 강행해 온 인물. 김선호는 '최연소 국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최 국장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고 밝혔다.

"'귀공자' 끝날 때쯤 박훈정 감독님과 산책하다가 참여하게 됐어요. 원래 산책하면서 감독님께서 작품 구상한 걸 많이 얘기하시거든요. 갑자기 어느 날 '폭군'에 대해 얘기하셨고 '할래?' 하시면서 대본을 보내주셨어요. 최 국장은 극 중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한 신념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에요. 저한테는 사실 리스크 아닌 리스크가 있었어요. 생김새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했죠. 제가 한 선택은 결국 내적인 걸 더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최 국장이 말이 많은 인물은 아니거든요. 프로젝트 진행시키고, 숨기고 또 끌고 나가는 수장으로서 무게감이 있는 인물이죠. 뚝심 있고 직선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또한 최 국장은 국가에 대한 강한 신념이 돋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최 국장의 강한 신념은 어디서 왔을까'라는 질문에 김선호는 "원래도 애국심이 있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선배들을 보며 배워 온 것"이라고 답했다.

"최 국장은 선배들의 희생 과정 봐왔을 거예요. 어려서부터 국정원에 발탁돼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욱 신념이 강해진 거죠. 선배들 희생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최 국장이라는 인물이 그거 하나로 움직인다고 봤죠. '우리 식구들'과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대사가 최 국장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사인 것 같아요."

이러한 신념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폐쇄된 공간에서 폴(김강우)에게 "왜 우리는 하면 안 되냐?"라고 반문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선호는 폴과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연기하며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폴과 벤치에 앉아 대학교 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다고 전했다.

"그 장면에서 많은 움직임 없이 어떻게 폴을 적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대본에는 '째려보며' 이렇게만 쓰여 있었어요. 나머지는 제가 만들어야 하는 건데 이 사람과 나의 다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죠. 폴은 계속 깐족거리니까 최대한 움직임을 적게 하고 감정을 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계속 절제했어요. 그게 되게 힘들더라고요. 속으로 '그래 말리지 말자. 다 폴이 알고 있다'라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연기했어요."

반면 가장 잘 표현하고 싶었던, 욕심나는 장면으로는 사 국장(김주헌)과의 토스트 씬을 꼽았다.

"토스트 씬부터 식당에서 걸어 나올 때의 쓸쓸함이 묻은 최 국장이 인상 깊었어요. 죽음까지 각오한 피폐한 최 국장을 어떤 능구렁이 같은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토스트 씬에서 밖에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거기서 의도적으로 더 능글맞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결과적으로는 쓸쓸하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끝내서 극대화한 거죠."


내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지만 '피폐해지고 초췌해진' 최 국장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노력도 최대한 기울였다. 김선호는 자신이 겪은 수염, 주근깨, 다이어트 등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하나씩 늘어놨다.

"처음에는 인물이 수염을 그려볼지 고민도 했어요. 한번 해보고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지웠죠. 또 국정원 요원들은 일반인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머리도 세팅 안 하려고 했죠. 6~7kg 정도 감량했어요. 대본에 계속 '피폐하고 초췌하다' 이런 단어들이 나와서 제가 그냥 뺐어요. 따로 감독님께서 빼라는 말은 없으셨고 배우의 몫이라고 남겨두셨던 것 같아요."

결국, 최 국장이 열의를 기울인 '폭군 프로그램'은 채자경(조윤수)을 통해 완성됐다. 하지만 최 국장은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 김선호는 "최 국장이 죽는 순간 희열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찾았다', '되는구나'라는 감상과 동시에 '끝났다'는 확신이 들었을 것 같아요. 제가 다 끌어안고 가면 정보가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웃을 때 희열을 느꼈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촬영하면서는 무서웠어요. 방아쇠를 진짜 당기는데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어서. 리허설하면서 계속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웃음)"


김선호는 '귀공자' 이후 박훈정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이다. 그는 "소통이 빨라졌다. 감독님이 하시는 말씀을 빠르게 캐치하고 조금 더 잘 전달해 줄 수 있었다. '귀공자' 때는 감독님과 제가 어색했던 사이였다"라고 달라진 점을 얘기했다.

"외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내적으로만 연기를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도전이니까요. 겁이 났죠. 배우는 보여주는 직업이고 평가받을 수 있으니까. 감독님께서 '그것보다 재밌을 수 있어', '한 번 더 해볼까?' 이런 식으로 믿어주고 응원해 주셔서 불안함은 사라지고 캐릭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즐겁게 분석하는 시간만 남았던 것 같아요."

'귀공자'부터 '폭군'까지 박훈정 감독과 작품을 연달아 하며 김선호는 '로코킹'에서 '누아르 킹'으로 자리매김 해가고 있다.

"점점 배워가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누아르는 언어보다 침묵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침묵을 통해 날선 감정들이 잘 전달될 수 있구나, 하는 것들이요. 템포감 있는 작품들은 침묵 짧게 활용해서 재치 있게 표현하잖아요. 누아르는 말하지 않았을 때 궁금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말하지 않는 순간을 어떻게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걸 공부했죠."

새로운 도전으로 성취감을 톡톡히 느끼고 있을 김선호. 그는 "배우 김선호로서 연기하는 게 가장 재밌고 즐겁다. 안 풀리면 3일이 힘들고 잘 풀리면 3일이 즐겁다. 고민하고 좌절하는 순간까지 즐겁다"라고 연기에 대한 진심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는데, 동시에 더 잘하기 위해 계속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실패와 성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가 연기하는 걸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있어서 제가 여기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제게 실망하지 않게 하려면 조금 더 겁내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최소한 그 인물처럼 서 있을 수 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로 보답하겠다 뻔하지만 맞는 말이죠. 도전하지 않으면 또 같은 걸 하는 거니까 연기가 늘고 싶고 느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데 연기에는 교과서가 없어요.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일상에서 풀어져도 보고 정돈해 보기도 하고 도전하면서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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