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어 아너' 김명민 "연기 대결?…올림픽 드림팀에 합류한 기분"[일문일답 인터뷰]
- 입력 2024. 09.06. 07: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배우 김명민이 손현주, 김도훈, 허남준과 연기 호흡을 올림픽 드림팀을 이룬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김명민
5일 김명민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니TV 오리지널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 연출 유종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어 아너'는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국내에서도 친숙한 미국 드라마 '존경하는 재판장님(Your Honor)'의 원작인 이스라엘 드라마 '크보도(Kvodo)'를 원작으로 한다.
극 중 김명민은 냉철하리만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우원그룹 회장 김강헌으로 분해 갑작스러운 둘째 아들의 죽음으로 끓어오르는 부성애를 표현했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집요하게 진범을 추적하고 있다.
'유어 아너'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긴장감 속에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방송(8회)에서 김강헌은 둘째 아들 김상현(신예찬)을 죽인 뺑소니범이 송판호(손현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딸 김은(박세현) 문제로 송호영(김도훈)을 만났던 김강헌은 송호영이 천식 환자란 사실을 알게 된 것. 진범의 실체를 알게 된 김강헌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결말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다음은 김명민의 일문일답이다.
Q, '유어 아너' 종영을 앞둔 소회가 궁금하다.
솔직히 시청률에 무딘 편이다. 옛날 사람이다 보니까 몇 퍼센트 하는 게 '뭐야, 시청률이야?' 이런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OTT 플랫폼도 아니고 자체 채널에서 이 정도면 엄청난 시청률이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주변에서 보신 분들이 많으시고 이슈가 돼서 '요새는 이런 흐름이구나' 싶다. 드라마를 3년 만에 하니까 그새 많이 변화된 것 같고 요새 흐름을 빨리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종영은 실감이 잘 안 난다. 방송을 보고 있으면 아직도 촬영 현장이 생각난다. (손)현주 형, 감독님이랑 나눈 얘기들이 중간중간 생각난다. 드라마 끝나기 전까지 저도 같이 끝난 건 아닌 것 같고 다음 작품 하기 전까지는 유지가 되지 않을까.
Q, 결말에 관한 관심이 높은데, 결말에 대한 감상이 어땠나.
다른 드라마들하고는 결이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 시청자분들은 권선징악 스토리를 좀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 드라마는 그런 결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방식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했던 뒤틀린 부성애가 어떻게 끝을 맺는지 봐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에 촬영을 마쳤는데 뭔가 끝나지 않은 찝찝한 느낌들이 가슴에 남아 있었다. 김강헌의 삶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 했다. 어떤 스토리로 진행이 될지 모르지만 뭔가 선명하게 끝을 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각자의 가치관과 정의의 잣대를 결말을 내기는 어렵겠다 생각하지만 조금 애매한 마음이 있다. 최선의 결말이라고 본다.
Q, '로스쿨' 이후 3년 만의 작품이다.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화제성이 높은데 소감이 어떠신가.
3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처음 한 달 정도 약간 답답하긴 했다. 딱 2달 가더라. 3년 동안 아들과 시간을 보냈다. 너무 금방 가서 3년이나 지났나 놀랐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소통하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엄마가 거의 돌봤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골프를 했는데, 그만두고 사춘기 맞이하면서 애 너무 힘들어했다. 너무 소통이 없었던 탓에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지 고민하다가 게임으로 접근했다. 아들이 하는 게임을 3박 4일 팠다. 얘기를 나눌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으로 로드트립도 갔다. 그 아이와 소통하면서 아들과 친구 같은 관계가 된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깨달았다. 좋은 시간이었다. 공백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똑같다. 제 마음가짐이나 자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Q, 처음 손현주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땠나.
현주 형님이 먼저 캐스팅돼 있었다. 표민수 감독님과 손현주, 대본도 보고 싶지 않았다. 현주 형님과 한번은 언젠가 해보고 싶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같이 하는 배우들끼리는 계속하는데 한 번도 못 만난 배우는 계속 같이하기 힘들더라. 이번 기회를 통해 왜 손현주가 대배우인지 알게 됐다.
Q, 김강헌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현주 형님이라는 대배우를 찍어 눌러야 하는 역할이다. 제가 누가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표정이나 외적인 모습으로 그 자체만으로 내리누르는 위압감이 있어야 하는데 현주 형님이 나이도 많으시고 커리어도 있으시고 대배우시니까 어떻게 해야지 고민을 많이 했다. 대사도 많지 않고 등장하는 씬 지문에 '포스 있는'이라고 적힌 부분도 많아서 외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많이 맞출 수밖에 없었다. '대부' 알파치노와 말론 브랜도의 중간 정도로 잡았다. 양복도 클래식하고 무게감 있게 갔다. 벌크업도 했는데 살이 잘 안 찌더라. 밤에 매니저한테 부탁해서 햄버거를 먹고 자고 바로 촬영에 나가고 했다. 한 7-8kg 올렸다. 내적인 상황은 김강헌의 내면적 상황은 나이대도 비슷하고 아버지니까 감정이입이 좀 더 잘된 것 같다.
Q, 원작에서는 김강헌이 큰 역할이 아니다. 한국판에서는 덩치가 커졌는데 새롭게 인물을 창조하는 과정이 어땠나.
이스라엘 드라마는 못 보고 미드만 봤다. 표민수 감독님께서 원작처럼 가면 한국에서는 망한다고 스펙타클하게 둘의 구조를 맞춰서 갈 거라고 얘기해주셨다. 디벨롭된 캐릭터를 미리 많이 말씀해 주셨다. 김강헌의 그림을 그려보고 뒷이야기를 생각했다. 정말 많이 나누면서 만들었던 캐릭터다. 아무래도 원작 자체가 캐릭터가 없는 인물이라 창조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작가님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이다.
Q, 그렇게 완성된 김강헌은 어떤 사람인가.
김강헌이라는 사람은 많은 인물의 입을 통해 표현되는 걸 들어보면 대통령보다 위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보면 그렇지 못하다. 기본적으로 김강헌은 개과천선한 인물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지속한다. 감옥에 간 것도 김강헌이 언더그라운드 비즈니스 손절하면서 3년을 복역한 거다. 깨끗한 그룹으로 거듭나려고 했던 그 시기에 아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돼 김강헌으로서도 모든 게 다 꼬여버린 상황이다. 김강헌이 살인을 저지르고 손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그토록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했던 김강헌의 딜레마다. 제가 파악했을 때는 외롭고 힘든 인물이다. 내면의 갈등 때문에 무소불위 권력이라고 칭하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Q, 제작발표회에서 김상혁(허남준)을 '아픈 손가락'으로 칭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아이들은 부모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자라는 것 같다. 상혁이가 어렸을 때 친엄마와 사별하고 계모를 얻어서 자라게 됐는데 그것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한 것 같다. 상혁이는 저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상혁이가 자라면서 김강헌이 아버지(상혁의 할아버지)의 행동대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 멋지다. 나도 크면 저렇게 돼야지'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강헌은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을 청산했다. 그러고 나니까 아들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태인 거다. 룸살롱 씬이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김강헌은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를 보는 게 힘들고 사고 못 치게 미국으로 보내버린다. 결국에는 이런 게 다 김강헌 스스로의 업보다. 순수의 결정체 은이, 가장 귀염성 있는 아들 상현이보다 상혁이를 볼 때 마음이 아프다.
Q, 캐릭터 관계성을 떠나 배우 허남준에 대해 어떻게 보셨나.
남준이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순진하고 천진난만하지만 '배우는 배우구나' 싶었다. 계산하고 숨기고 있으면 연기로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남준이는 투명하다. 순수함에서 나오는 게 가장 강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감독님한테 디렉션도 많이 받고 본인도 고민이 많았던 터라 긴장을 많이 하더라. 저는 그런 것들을 풀어주려고 옆에서 농담 따먹기로 하고 건드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런 것이다.
Q, 허남준 뿐만 아니라 손현주-김도훈 부자와 호흡은 어땠나.
현주 형님은 모든 걸 다 받아주신다. 제가 '산'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언제 뭘 던져도 다 받아주시고,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풀어지고 해소되는 존재다. 애들도 똑같이 느꼈을 거다. 신인들은 '연기를 잘해서 저 사람을 이겨보겠다'는 패기가 있는데 아마 현주형님 앞에서는 그런 게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됐을 거다. 도훈이랑 남준이 같은 경우는 자세가 남다르다. '내가 어떻게 해서 돋보이겠다'가 아니라 주어진 씬 안에서 자기 몫을 다 해낸다. 남준이가 대사 치르는 걸 보면 저도 업 되는 부분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대사에 반응하는 것도 있었다. 연기 대결이라고들 말씀하시는데, 저는 올림픽 10연패 한 금메달리스트와 전국에서 온갖 상을 석권한 유망주들과 한 팀으로 경기에 나간 느낌이었다. 위아래로 든든했다.
Q, '유어 아너'는 조폭 출신 기업가, 판사 등 일반 대중들이 공감하기 쉽지 않은 스토리다. 그럼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힘은 시대를 막론하고 감정이나 정서를 건드리는 것에서 온다. '유어 아너'가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내놔도 부성애에 공감할 수 있다. 부모가 있고 아버지가 되는 경험이 있으면 대입하게 된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작품이 그립다.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그런 작품들이 지금 나온다고 해도 경쟁력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젊은 친구들이 숏비디오에 익숙하고 그래도 진정성이 통한다면 3시간짜리 드라마라도 눈 안 떼고 볼 것 같다. 시류를 타는 드라마는 그런대로 있는 거고 정통성 있는 드라마도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
Q, 작품을 고르실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시는지.
한 가지 키워드는 '작품성'이다. 어렸을 때는 작품을 보는 시각이 좁았다. '이 캐릭터가 얼마나 멋있게 나올까' 생각했는데 나의 편협한 시각이었다. 작품이 일단 좋아야 캐릭터도 돋보인다는 걸 자각한 이후에는 작품이 주는 느낌, 흐름을 먼저 보는 것 같다. 또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힘든 씬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다. 이미 마음이 빠졌는데 액션이 많고, 밤새 비맞고 그러면 고민되긴 한다. 예전에는 안 따졌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조금은 고려한다.
Q, '유어 아너' 시즌2가 진행된다면 합류할 생각이 있으신지.
지금까지는 잘 모르겠다. 10부까지 나와보고 많은 분들이 열렬히 원하시면 하고 싶다. 현주 형님이 하신다면 하고 싶다. '유어 아너'라는 드라마의 명예로움이 시즌2에서 지속된다면 하겠다. 그러나 희석되는 건 바라지 않는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심스토리, 스튜디오 지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