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치와 맹그로브, 그리고 윤하의 공통점[인터뷰]
입력 2024. 09.06. 08:00:00

윤하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이번 앨범을 통해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셨으면 좋겠다. '우리'라는 공동체에 대해 애정을 가지길 바란다."

가수 윤하가 우주와 바다를 건너 '우리'의 이야기를 전한다. 비주류의 것들을 조명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더해가는 '그로우스 띠어리'(GROWTH THEORY)다.

지난 1일 발매된 윤하의 7집 '그로우스 띠어리'는 지난 2021년 11월 발매한 6집 '엔드 띠어리(END THEORY)' 뒤를 잇는 '띠어리(THEORY)'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로, 윤하만의 시선을 바라본 바다와 생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발매 이튿날 인터뷰에 나선 윤하는 "즐겁게 들어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고 왔다"라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에서) '띠어리' 두 번째 이야기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역사나 세계사 건드려보면 어떠냐 했는데 자신이 없더라고요. (역사적 사실을) 현명하게 풀 수 있는 능력이 제게 있는지 자신이 없었죠. 그래도 사람에 대한 얘기는 해야겠다고 고민하다가 생물을 가지고 우리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죠."

수많은 생물 중 윤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개복치다. 이번 타이틀곡 '태양물고기'는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자연 상태에서 20년이 넘게 사는 개복치(SUNFISH)를 소재로 타인의 평가나 잣대가 아닌 스스로 치열히 옳다고 여기는 길을 가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런저런 것들을 찾아보다가 개복치의 영어명이 '썬피시' 인걸 알게 됐어요. 왜 해라는 이름을 가졌을까 궁금했죠. 수족관 폐사 사건도 있고, 흔히 개복치는 금방 죽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인간이 가두기 때문이고 사실 20년이 넘는 수명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수면 위부터 심해 800미터까지 왔다 갔다 하며 행동반경도 넓고 바다 생물들에게 많은 이득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개복치에 대해 대단한 오해를 하고 있었구나, 싶었고 귀엽기도 하더라고요. 요즘은 SNS에서 많은 페르소나를 만들어내잖아요. 진짜 내가 누군지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정서가 전반적으로 깔린 것 같아요. 그래서 개복치 같은 사람이 되자. 누가 뭐라고 하든지 자신만의 길을 가고 나름의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또한 이번 앨범에서는 '소녀'의 모험을 담은 '띠어리' 3부작 세계관을 지난 앨범보다 더 탄탄하게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제 세계관에는 '소녀'라는 주인공이 있어요. '소녀'가 보이저호를 만나 지구로 오는 꿈을 갖게 된 소행성과 교감하며 일어나는 일이죠. 지구 입장에서 소행성의 충돌은 위기잖아요. 그래서 '소녀'는 이리 오지 말라고 기도해요. 소행성이 그 기도를 듣고 블랙홀로 궤도를 꺾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이별을 맞이한 '소녀'가 절벽 끝에서 현실로 돌아오죠. '소녀'의 앞에는 바다 밖에 없고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밖에 없죠. 우리도 매일 살아가면서 늘 익숙한 것만 할 수 없잖아요.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떨어져야 하는 일도 있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지 않을까요."

윤하는 "앨범을 들으며 게임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워낙 모험도 좋아하고 판타지도 좋아해서 딱 그 세계의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으셨으면 했다. 아침에 댓글을 보니까 '해적왕이 된 것 같다'는 반응이 있어서 순위와 상관없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라며 타이틀곡 '태양물고기'는 6번에 배치한 이유를 밝혔다.

"'엔드 띠어리(END THEORY)'는 리팩키지에서 서사 중심으로 구성을 했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전체를 들었을 때의 분위기를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전체를 잘 듣지 않는 리스너에 대한 걱정은 매번 했던 것 같아요.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요. 요즘은 타이틀곡에 '타이틀'이라고 표기가 되니까 먼저 들으실 분들은 타이틀부터 듣지 않을까요? 그런데 만약 전체 재생을 들으셨다면 1번 트랙은 '맹그로브'인 게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이어 맹그로브 나무와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앨범은 호주 브룸이라는 곳에 여행을 가서 시작했어요. 앨범 시작 전 고민이 많을 때 아예 동떨어진 곳에 나를 두고 생각해 보자 하고 갔죠. 광해(빛 공해) 지도를 보고 0급지(가장 빛 공해도가 낮은 등급)라고 해서 갔어요. 사람도 없고 치안도 좋았죠. 거기서 은하수를 보러 갔을 때 맹그로브 나무를 처음 봤어요. 밤이 되길 기다리는 시간이 기니까 온갖 생각을 다 했죠. 이 친구의 입장에 이입해서 하루에도 12번씩 썰물과 밀물이 나가고 들어오는 삶은 어떨까, 미생물에게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고 소금물에 담금질 당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이 묶인 상태에서 다가오고 떠나가는 것들이 있는 삶이 어떨까, 생각하니까 사랑스러워 보이더라고요."



맹그로브, 개복치, 연어의 은화 등 흔히 노래의 소재로 쓰이지 않는 생물들이 윤하의 뮤즈가 됐다. 앞서 '엔드 띠어리'에서도 생소한 우주 이야기, 물리학 개념들을 소재로 곡을 썼는데, 윤하는 "비주류에 정이 가는 타입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제 시각이 독특한 건지 모르겠지만 몰입하다 보면 울컥하는 것들이 있어요. 맹그로브도 그렇고 연어도 그래요. 연어는 소아성 어류들이 성체가 돼서 나가는데 그때 성인식처럼 은빛으로 변한다고 해요. 너른 바다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고 나가는 상황을 생각했고 데뷔 20주년, 스무 살이라는 키워드와 잘 맞는 것 같았죠. ('은화') 개복치, 맹그로브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느낌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개복치나 맹그로브도 이번 기회를 통해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유명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게 흔하잖아요. 그게 이해는 가지만 몰라도 가치 있는 부분이 엄청 많아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는 윤하는 지난 2월과 3월 서울·대전·대구·광주·부산을 순회하는 전국투어 '스물'에 이어 소극장 콘서트 ‘潤夏 : 빛나는 여름’을 성료했다. 더불어 2024 팀보타展 ‘하울림 : 아림의 시간’ DIRECTED BY YOUNHA x TEAMBOTTA(디렉티드 바이 윤하 x 팀보타)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20주년을 팬들과 기념하고 있다.

"오히려 10주년에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제 좀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고 의도한 대로 잘 온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때는 제가 다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20년이 되니까 '어떻게 왔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제가 하는 부분이 너무 작게 느껴져요. 그건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인 거고 나머지를 남이 채워준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이더라고요. 엔터 산업이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누구 하나가 바뀌면 완전 컨셉이 달라지고 바뀌다 보니까 온전하게 하나의 결과물이 완성되는 게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는 걸 체감해요."

그러면서 윤하는 12년 째 함께 하는 회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대표님에 대해 "제작자가 훨씬 아티스트 같았다. 이번 앨범도 너무 어려운가 하고 고민했는데, 대표님께서 '어차피 정규앨범은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폼 나려고 하는 짓이다'라고 하셔서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제가 첫 회사에서 독립하며 레이블 만들었어요. 저랑 마음 맞는 분들하고 함께 한 거죠. '슈퍼소닉' 앨범을 함께 만들고 좋은 평가도 받고 미니 앨범도 몇 개 더 냈는데 회사 전체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거죠. 그래서 팀이 와해됐어요. 완전히 혼자가 되니까 방향성을 잃게 되더라고요, 제가 만들어진 사람이라는 걸 자각했던 것 같아요. 슬럼프가 계속됐고 심각하게 은퇴를 고민했어요. 그때 지금 대표님이 나타나서 '속는 셈 치고 3년만 나랑 해보자'라고 말씀하셨죠. 정말 구체적인 계획이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만둘 생각이었으니까 3년 더 하고 그만두나 지금 그만두나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계속한 거죠. 운이 좋았던 거예요. 인생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그때 제가 선택했던 사람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아요."


윤하는 흔들리는 과정 속에서 기적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시간을 묵묵히 함께 견뎌준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그는 "'나만 알기 아까운 가수', '한발 더 나아갔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가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상관인가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팬들 어깨를 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곡으로 마지막 트랙 '새녘바람'을 꼽았다.

"'새녘바람'은 팬송으로 만든 곡이에요 1집 앨범 '플라이'에 '천 번 넘어져도 다시 한번 나는 달려갈 거야'라는 가사가 있어요. 지금의 곡에서 확장하면 좋겠다 해서 써본 곡이에요. 팬분들은 제가 천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동안 계실 거라는 믿음이 생겼거든요."

앞으로 20년 더, 40년 더 음악을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윤하는 조용필처럼 오래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무슨 일이 있어도 음악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팬들과 약속한 건 2041년 독도에서 금환일식(일식의 한 종류,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하면서 태양의 형체가 흰 띠 모양으로 보이게 된다)이 있는 날 우리끼리 음악회를 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 약속이 있으면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되든 안 되든 힘이 되니까. 또 2060년에는 게장 비빔밥 형태로 디너쇼를 하자고 한 적도 있어요. 구체적으로 정해두면 정말 될 것 같고 살아갈 힘이 되더라고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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