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싸움' 속 뉴진스가 고민해야 할 것은?
입력 2024. 09.10. 11:06:44

뉴진스

[유진모 칼럼] 아빠(하이브)와 엄마(민희진)가 다투고 있는 혼돈 속에서 걸 그룹 뉴진스가 주력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제일 신경 써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뉴진스가 지난 8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열린 '2024 더팩트 뮤직 어워즈'에서 무신사 인기상, 월드와이드 아이콘 등 총 4개 상을 수상하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멤버 다니엘은 "저희를 항상 아껴 주시고 지켜 주시는 민희진 대표님, 정말 사랑하고 감사합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혜인은 "마지막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 번 더 말하고 싶다. 저희 대표님(민희진 전 대표) 정말, 정말 감사드린다. 너무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민 전 대표는 지난달 열린 어도어 이사회를 통해 해임되었다. 뉴진스 멤버들이 민 전 대표의 해임 이후 공개 석상에서 이 내용과 관련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민지는 다음 날 밤 "불안한 날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민 전 대표 해임에 대해 거론했다. 다니엘 역시 "대표님 해임 후 여러모로 힘들고 고민이 많아져 멘붕이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의 이사 지위와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를 보존해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계속 맡도록 하는 업무 위임 계약서가 불합리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계약 기간은 민 전 대표가 해임된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1월 1일까지로 총 2개월 6일이다.



민 전 대표는 "뉴진스는 지난 6월 일본 도쿄 돔에서 팬 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2025년에는 월드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월드 투어를 준비하는 아이돌 그룹 앨범의 프로듀싱을 2개월 만에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라며 이번 2개월여의 단기 계약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댔다.

그녀는 "과연 하이브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내게 지속적으로 맡기고 싶은 것인지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이는 의도적으로 프로듀서 계약의 거절을 유인해 또 다른 언론 플레이를 하기 위한 포석으로 삼고자 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어도어 측은 "민 이사의 사내 이사 계약 기간이 11월 1일까지여서 잔여기간의 역할에 대해 계약서를 보낸 것이다. 이후의 프로듀싱 업무는 재계약과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다."라고 민 전 대표의 반발에 반박했다.

어도어 대 민 전 대표, 즉 하이브 대 민 전 대표의 다툼의 진실이 밝혀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다. 법적 다툼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뉴진스 멤버들이 각각 민 전 대표를 개인적으로 사랑하고, 가수로서 프로듀싱 능력에 신뢰를 가지며, 그래서 그녀를 지지하면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개인으로서의 친분인 동시에 가수로서의 성향이니 타인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멤버들이 뉴진스로서 공개적으로 민 전 대표의 해임에 불편함을 표시하고, 그녀를 공개 지지하는 것은 공적인 존재로서의 경계선을 살짝 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뉴진스는 2022년 7월 하이브를 배경으로 데뷔했고, 직후 보란 듯이 스타덤에 올랐다. 각 멤버들의 노력과 실력도 큰 힘이 되었지만 민 전 대표의 능력과 하이브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버니즈의 강력한 팬덤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뉴진스가 나이가 몇 살이건 간에 아이돌 그룹으로 활약하는 한 '나를 낳아 준 부모님에게 감사하다.'러는 식의 개인적인 감상은 배제한 채 프로페셔널한 모습만 보여 주려 노력해야 한다. 즉 그들이 공개적으로 가장 고마워하고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팬이고, 내부적으로 잘 대해 줘야 할 존재는 투자자이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다툼 속에서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다름없이 뉴진스도 괴로울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녀들은 프로페셔널이기에 무조건적으로 팬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하이브나 민 전 대표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 지지하는 것은 다수의 팬들의 강력한 요구가 없는 한 지양하는 것이 자기 역할에 합당하다.

하이브가 이기건, 민 전 대표가 이기든 뉴진스는 흔들리지 말고 뮤지션으로서 노래와 퍼포먼스, 더 나아가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 능력까지 개발하고 개척하는 데 힘써야 마땅하다. 양측의 다툼의 전면에선 엄청난 액수의 돈이 날아다니고 있다. 뉴진스에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다섯 멤버가 뉴진스로 활동하는 이유에는 성취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귀결되는 것은 수입이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수익이 높을수록 뉴진스의 수입도 올라가는 것도 맞는 논리이다. 그럼에도 뉴진스는 공개적으로는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되 팬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고려하는 게 본연의 임무이다.

그녀들이 한눈을 파는 동안 민 전 대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하이브 산하 쏘스뮤직 소속 걸 그룹 르세라핌은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의 '핫 100'에 2연속 진입하며 미국 시장에서 K-팝 걸 그룹의 선두를 달리는 행보를 보여 주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빌보드는 공식 SNS를 통해 르세라핌의 미니 4집 타이틀 곡 'CRAZY'가 메인 송 차트인 핫 100에서 76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올해 발표된 K-팝 걸 그룹 노래 중 핫 100 최고 순위이다.

올해 핫 100에 오른 K-팝 걸 그룹은 르세라핌을 포함해 단 두 팀뿐이다. 이 중 2곡 이상 진입시킨 팀은 르세라핌이 유일하다. 뉴진스는 지난해 'Super Shy'로 46위까지 올랐지만 올해에는 핫 100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뉴진스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수로서 더 높은 경지에 올라갈까? 무엇으로 팬들을 더욱 만족시켜 드릴까?'가 아닐까?

[유진모 칼럼/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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