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루비콘강에 주사위를 던지다
입력 2024. 09.12. 10:05:16

뉴진스

[유진모 칼럼] 기원전 49년 로마 제국의 속주 갈리아(프랑스)의 총독 카이사르는 정치적 경쟁자 폼페이우스의 계략에 의해 해임되자 군대를 이끌고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며 루비콘강을 건넜다. 로마와 갈리아의 경계선인 이 강을 건너는 것은 반역이었지만 카이사르는 정치적 생명을 내건 모험을 단행했던 것이다. 걸 그룹 뉴진스가 현재 주사위를 던진 모양새이다.

뉴진스 멤버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 등은 11일 오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뉴진스가 하고 싶은 말’이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팀 공식 계정이 아닌 새로운 계정 ‘nwjns’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후 계정을 폐쇄했다. 다섯 멤버들은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듯했다. 이들의 발언의 골자는 크게 5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민희진 전 대표를 오는 25일까지 제자리에 돌려놓음으로써 경영과 프로듀싱이 하나로 된 이전의 시스템으로 복귀시켜라. 둘째, 김주영 신임 대표는 우리를 하나도 존중해 주지 않는다. 셋째, 이렇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하이브가 우리를 전혀 존중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걱정되어서 이렇게 용기를 내게 되었다. 다섯째, 하이브가 일하는 방식은 옳지 못하다.' 등이다.

어도어는 지난해 기준 자본금 161억 원, 매출액 1102억여 원, 영업 수익 335억여 원 규모의 연예 기획사이다. 이 회사 소속 연예인은 뉴진스가 유일하다. 전액 하이브가 투자해서 설립했고, 그 결과로 뉴진스는 2022년 데뷔 직후 스타덤에 올라 현재 정상급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브의 전폭적인 지지, 즉 투자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뉴진스가 스스로 작사, 작곡, 편곡, 연주, 프로듀싱을 하는 걸 그룹인가? 그녀들의 트레이닝 비용부터 데뷔 후의 활동에 필요한 모든 돈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민 전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을 잘 발굴했고, 제대로 교육했으며, 기획을 잘해 성공의 선봉에 섰다는 것이 확실하더라도 처음부터 하이브가 어도어를 설립하거나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경영과 프로듀싱을 분리하거나 병합하는 것은 자본의 권리이지 직원이 참여할 분야가 아니다. 임원이라고 해도 대주주에게 건의는 할 수 있어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말도 있다! 우리는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다.


뉴진스는 “저희는 아직도 같이 하고 싶은 음악과 목표가 있는데 이대로라면 앞은커녕 지금까지의 작업물이나 팀의 색깔까지 잃게 될 거라는 게 저희를 가장 속상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이런 행동을 멈춰 달라는 의미에서 직접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 "지금의 낯선 환경이 아닌 원래의 어도어로 돌려놓아 달라. 더 잘해 달라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다. 그냥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일을 잘하면 좋겠다. 꼭 우리 요청을 들어주시면 좋겠다. 인간적 측면에서 민 대표님 그만 괴롭히면 좋겠다. 하이브가 그냥, 비인간적인 회사로만 보인다. 우리가 이런 회사를 보고 뭘 배우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렇다. 뉴진스의 맏언니 민지가 이제 20살이고, 막내인 혜인은 고작 16살이다. 그들에게는 아직 하고 싶은, 해야 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아직 더 꿈을 꿀 나이이다. 그래서 그 꿈을 향해 달리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머니 게임'에 들러리가 되는 것은 가급적이면 피해야 한다. 팬들이 바라는 대로 그저 뮤지션으로서의 자세를 굳건하게 견지해야 바람직하다.

어도어의 주인은 민 전 대표도, 김 현 대표도, 뉴진스도 아닌, 하이브이고, 하이브의 투자자들이다. 뉴진스는 김 현 대표도, 하이브도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자신들을 존중해 주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특히 하이브의 경영 방식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들의 선언의 행간에서는 '하이브와 함께하지 못 한다. 오직 민 전 대표와 가겠다."라는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그러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이브는 뉴진스 한 팀만 바라보는 회사가 아니다. 어도어 역시 뉴진스를 첫 번째 걸 그룹으로 데뷔시켰지만 뉴진스 한 팀만으로 운영될 회사가 아니다. 현재도 계속 오디션을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이 그룹 데뷔도 선언했다. 그리스 신화에도 루비콘을 연상케 하는 다섯 개의 강이 있다.

아케론은 슬픔을, 코키투스는 탄식을, 플레게톤은 불을, 레테는 망각을, 스틱스는 증오를 각각 의미한다. 뉴진스의 발언에서는 이 다섯 가지가 모두 느껴진다. 왜일까? 뉴진스의 주장대로 현재의 자리에서 각자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민 대표가 벌 돈을 못 벌 것 같아 괴롭다면 하이브의 투자자들은 투자한 제 돈 때문에 괴롭지는 않을까?

[유진모 칼럼/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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