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답습하지 않은 류승완 감독의 뚝심 [씨네리뷰]
입력 2024. 09.13. 07:00:00

'베테랑2'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2015년 개봉된 ‘베테랑’ 1편은 당시 최종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안하무인 재벌 3세의 부조리를 처단하는 속 시원한 내용이 ‘사이다’를 안기기도.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는 전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재탕하고 싶지 않았다”는 류승완 감독의 말처럼 ‘베테랑2’는 1편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뼈아프게 반성했다.

‘베테랑2’는 1편에서 언급됐던 주부도박단 사건을 끌고 와 범인들을 검거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경쾌하게 시작된다. 무슨 사건이든 끝장을 보는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 ‘팀 베테랑’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뀐 건 한 교수의 죽음과 이전에 발생했던 살인사건들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전국이 연쇄살인범으로 떠들썩해진 가운데 형사들은 단서를 추적하며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해치’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은 다음 살인 대상을 지목하는 예고편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또 한 번 전 국민을 흔들어 놓는다.

이에 강력범죄수사대는 서도철의 눈에 든 정의감 넘치는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를 투입한다. 박선우는 온라인상에서 ‘UFC 경찰’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할 만큼 순간적인 판단 능력과 고도의 무술 실력을 갖춘 인물. 그는 강력범죄수사대가 맡은 임무에 목숨 걸고 달려드는 열정을 보이지만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베테랑1’은 한 번 꽂힌 것은 무조건 끝을 보는 서도철 형사와 그의 팀원들이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를 검거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갑질’을 소재로 통쾌한 철퇴를 가하는 ‘서민 영웅’ 형사 서도철의 활약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 바.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는 ‘죄 지은 놈 때려 잡는다’는 ‘형사’ 서도철의 직업정신뿐 아니라,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갈등하는 ‘인간’ 서도철의 진정성과 치열한 고민까지 조명한다. 1편에서 서도철은 친구와 싸우고 온 초등학생 아들을 향해 ‘어디서 줘터지고 오는 건 못 참는다’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2편에서 고등학생이 된 아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이후 서도철은 아들에게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고 하는데 이 모습을 통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어른은 얼마나 값지고, 귀한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영화는 관객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해치’라 불리는 한 개인이 사회 부조리를 사적 제재하자 대중이 이에 열광하는 모습을 다루면서 법이 범죄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찰한다. “사람 죽이는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 살인은 살인이야”라고 일갈하는 서도철의 대사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와 그 구분의 가치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조금 더 다크해진 이야기지만 액션만큼은 1편 못지않게 화려하다. 남산 계단 추격신, 옥상 빗속 액션, 마지막 터널 액션 시퀀스는 보는 이들까지 뼈가 아플 정도로 리얼하다. 시각효과를 비롯해 음향, 음질에도 공을 들였기에 더욱 생생한 영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깊어지고, 진해진 연출 세계에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도 힘을 보탠다. 황정민은 ‘서도철=황정민’으로 대체불가 캐릭터의 열연을 보여준다. 막내 형사 역의 정해인은 ‘빌런’으로도 활약, 전에 없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텅 빈 동공 연기는 소름을 유발한다. 이밖에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 전편에 등장한 오리지널 베테랑 형사팀도 반가움을 더한다.

‘베테랑2’는 올 추석 극장가, 유일한 한국 영화 개봉작으로 출격한다. 뚜렷한 경쟁작이 없어 독주가 예상되는 상황 속 전편에 이어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늘(13일) 개봉. 러닝타임은 118분. 15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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