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황정민, 9년 만에 연기 서랍에서 꺼낸 ‘서도철’ [인터뷰]
입력 2024. 09.16. 08:00:00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9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말을 내뱉는다. “내가 죄 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배우 황정민이 9년 만에 다시 서도철 형사의 옷을 꺼내 입었다.

2015년 개봉된 ‘베테랑’ 1편은 한 번 꽂힌 것은 무조건 끝을 보는 서도철 형사와 그의 팀원들이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를 검거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갑질’을 소재로 통쾌한 철퇴를 가하는 서도철의 활약을 보여주며 최종 1300만 관객을 동원,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9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자 황정민 연기 인생 첫 속편이다.

“9년 만이지만 달라진 캐릭터는 아니에요. 서도철은 늘 서도철이죠. 서도철답게 잘 살아온 것 같아요. 배우가 시리즈물에 주인공이 된다는 건 큰 가문의 영광이에요.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릴 때 시리즈물들을 많이 보고 자랐던 사람이자 ‘다이하드’,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등 좋은 영화가 시리즈물을 하듯 잘 된 영화를 시리즈물한다는 건 배우에게 영광이에요. 남일 같지 않고, 행복하게 작업했죠. 개인적인 욕심은 (‘베테랑2’가) 잘 돼서 3편도 했으면. (웃음)”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전편의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이 또 한 번 메가폰을 잡았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많이 나눴어요. 1편은 단순 오락 이야기가 강했는데 2편은 감독님께서 기자간담회에서 말씀했듯 재탕하지 않겠다고 하셨죠. 2편에서 보여준 이야기 자체가 저에게 중요한 이야기였어요. 이런 식으로 끌고 가겠다는 대본이 왔을 땐 분명함이 있었죠.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용기가 있지 않으면 1편에 대한 오락적인 걸 답습하려고 했을 거예요. 그 부분에 있어 박수쳐주고 싶고, 같은 영화 동료로서 존경하는 게 분명히 있어요. 전에 ‘부당거래’를 같이 해서 2편을 쉽게 이해했고, 조금 더 이런 부분에 있어 힘 있게 밀어붙였던 것 같아요.”

2편에는 신입형사 박선우 역의 정해인이 새롭게 합류했다. 박선우는 서도철이 범인 잡는 것을 보고 경찰이 됐다고 말하며 맡은 임무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캐릭터. 경찰인 동시에 사회 부조리를 사적 제재하는 해치로도 등장한다. 해치의 모습을 통해 법이 범죄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찰한다.

“중요한 건 연쇄살인이라는 건 정말 잘못된 거예요. 사적 제재라는 단어로 그 친구를 옹호할 순 없죠. 그래선 안 되고요. 그 친구는 명분이 없어요. 살인을 하기 위한 명분을 만드는 것뿐이죠. 그냥 살인자인 거예요. (정해인의) 얼굴이 예쁘고, 잘 생겨놓으니 우리가 착각을 하는 거죠.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이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메시지를 주려고, 정말 기본이 뭔가, 정의란 무엇인가. 기본이 많이 흐트러져 있는 상황에서 기본을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덕목이 아닌가. 그 얘기를 정확하게 하는 것 같아요. 선우가 죽어 가는데 서도철은 끝까지 살려요. ‘너는 수갑을 차고, 정확하게 벌의 심판을 받아라. 그게 기본이고, 정도다’라고 이야기하듯 그런 메시지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9년 만에 돌아왔지만 서도철은 변하지 않았다. 변화 보다는 ‘인간’ 서도철에 더 집중했다. ‘죄 지은 놈 때려 잡는다’는 ‘형사’ 서도철의 직업정신뿐 아니라,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갈등하는 ‘인간’ 서도철의 진정성과 치열한 고민까지 조명한 것.

“관객들이 1편과 2편에서 9년이 흘렀다는 걸 거의 못 느끼시더라고요.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명절이나 이럴 때 ‘베테랑’을 자주 틀어줘서가 아닐까. 하하. 그리고 밈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오히려 1편의 어떤 에너지를 2편에 잘 가져가야지란 생각이 들어 감독님에게 대놓고 1편의 의상 그대로 입고하겠다고 했죠. 서도철이 똑같은 느낌, 에너지로 움직이는 걸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서도철은 제가 만든 인물이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모든 세포와 그에 대한 걸 다 만들었죠. 물론 감독님, 스태프들과 상의해서 만든 거지만 저의 ‘피규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만들어놓은 연기 서랍에서 잘 꺼내어 하면 됐어요.”

류승완 감독 특유의 인상 깊은 액션 시퀀스는 1편 못지않다. 더 화려하고, 깊어졌다. 특히 남산 계단 추격신, 옥상 빗속 액션, 터널 액션 시퀀스는 보는 이들까지 뼈가 아플 정도로 리얼하다. 일각에서는 ‘정형외과 액션’이라 부르기도.

“그렇게 느끼게끔 다 만들어놓은 거예요. 관객들이 느끼게끔 철저하게 계산된 장면들이죠. 액션이나 이런 것들은 어렵지 않았어요. 다만 겨울에 촬영해서 추운 게 힘들었죠. 감독님께서는 액션 시퀀스나 이런 것들을 잘 만드시고, 액션에 관해선 베테랑이시라 배우들이 힘들어하거나 고통스러워하진 않았어요. 예를 들어 남산 계단신의 계단은 어린이집 아이들이 뛰어놀면 넘어져도 안 아픈 푹신한 걸 계단 색으로 똑같이 만들었어요. 아주 길게. 그래서 굴러 떨어져도 아플 것 같지만 장난처럼 재밌게 떨어질 수 있는 미끄럼틀 같은 것이었죠.”



앞서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 기자간담회에서 ‘서도철=황정민’이라며 강한 믿음을 전한 바. 또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1편의 출발 자체가 안됐을 거다. 2편도 마찬가지”라며 “‘베테랑’ 시리즈는 이제 제가 없어도 되지만 황정민은 없으면 안 된다”라고 신뢰를 드러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감독님은 사람이 참 한결 같으세요. 그걸 보면서 감독님을 다시 보게 되고, 존경스러운 눈으로 보게 됐죠. 류 감독님은 영화 밖에 모르세요. 24시간 영화만 머릿속에 생각하고 계시죠. 진짜 쉴 때도 영화만 생각하시고, 개봉하는 영화도 웬만하면 다 보세요. ‘온리 영화’죠. ‘부당거래’ 때 처음 만났는데 지금까지 친구이자 동료로 지내요. 그런 식으로 지낸 게 하루 이틀이 아니고, 꾸준히 한다는 자체가 너무 대단해요. 장인이 아니고선 힘들거든요. 그 부분에 있어 믿고 의지해요. 영화 이야기할 땐 신나하고, 작품 이야기하면 재밌어 하니까요. 저도 옆에 있으면 영화인이 된 것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같이 있으려 하고, 작업하려 해요. 그러면 좋은 작품이 나오니까요. 서도철은 저 아니면 없다고 좋은 말씀해주셨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작업에 몰두해 ‘베테랑’에 서도철은 나 말고 누구도 연기할 수 없게끔 잘하자 싶었어요. 그런 주고받음이 있죠.”

지난 13일 개봉된 ‘베테랑2’는 개봉 당일 49만 7550명의 일일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개봉 이틀 차, 75만 5145명의 관객을 모은 이 영화는 추석 연휴를 맞아 빠른 속도로 흥행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1편에 이어 2편 또한 ‘쌍천만’ 시리즈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 상황.

“편하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또 하나, 감독님에게 고맙고 감사한 건 재탕하지 않은 것이죠. 1편을 그렇게 했으니 2편은 그렇지 않게 했고, 3편은 또 다른 에너지로 찍을 수 있잖아요. ‘베테랑’은 색깔과 얘기는 다를지언정 서도철은 살아있고, 색깔과 이야기는 충분히 바꿔서 재밌게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자랑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감독님을 만나 이런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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