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정국과 뉴진스의 방법론
입력 2024. 09.19. 10:33:09
[유진모 칼럼]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아티스트는 죄가 없다.'(Artists are not guilty.)라는 글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를 놓고 방탄소년단과 뉴진스의 팬들은 물론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까지 저마다의 의견을 올리며 정국의 의도를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어떤 경우에라도 어린 아티스트를 분쟁에 끌어들이고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올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정국이 뉴진스의 편을 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희진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듯하다. 오히려 반대의 뜻이 클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것 역시 확대 해석에 가깝다.

즉 하이브와 민 전 대표 중에서 어느 편에 선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뉴진스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다툼은 사실상 수천억 원의 돈을 놓고 다투는 싸움이다. 그 천박한 다툼에 예술가(Artisrs, 뮤지션이나 가수가 아니라는 표현에 주목할 것.)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참여하지도 말라는 의미일 확률이 높다.

그 화살이 하이브일 수도, 민 전 대표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뉴진스도 자유로울 수 없다. 뉴진스는 지난 11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오는 25일까지 민 전 대표를 어도어의 대표 이사 자리에 복귀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정국의 글은 이 방송 이후에 게재되었다.

정국은 하이브와 민 전 대표 중 누가 옳고 그른지를 이야기한 게 아니다. 그런 것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둔 채 오직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해 논란을 각오하고 한마디 거든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분쟁 5개월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참여할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그런데 뉴진스의 유튜브 방송 이후 드디어 정국이 입을 뗐다. 이는 자신들의 이권 다툼에 어린 가수들을 끌어들이는 행위를 멈추라는 의미이다. 동시에 후배인 뉴진스에게 어른들의 머니 게임에 휘둘리지도, 휘말리지도 말라는 뜻이다.

이 혼돈의 와중에 뉴진스와 팬들에게 매우 중요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빌보드는 최신 차트(9월 21일 자)를 통해 뉴진스가 지난 5월 발매한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와 동명의 타이틀 곡 ‘하우 스위트’가 글로벌(미국 제외) 140위에 오르며 16주 연속 랭크되었다고 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공개한 일본 데뷔 싱글 타이틀 곡 ‘슈퍼 내추럴’이 글로벌(미국 제외) 135위에 오르며 12주 연속 랭크되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멜론 주간 차트(집계 기간 9월 9일~9월 15일)에서 ‘하우 스위트’가 7위에, ‘슈퍼내추럴’이 12위에 각각 올라 있다. 이 차트에 뉴진스의 곡이 무려 9곡이 랭크되었다.

벅스 주간 차트에서는 ‘슈퍼 내추럴’이 지난주 대비 한 계단 상승한 4위에, ‘하우 스위트’가 8위에 각각 올랐다.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의 수록곡 ‘버블 검’은 5계단 오른 17위를 차지했다. 뉴진스는 걸 그룹이다. 회사 내부의 돈 다툼이나 헤게모니 싸움에 동원되거나 참견할 게 아니라 가수 본연의 본분에 전념하는 게 바람직하다.

뉴진스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사람의 우선순위는 어떨까? 1번 팬, 2번 투자자, 3번 매니저를 비롯한 소속사 임직원이 아닐까? 팬들이 뉴진스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본업에 열중해서 팬들을 즐겁게 해 주고, 활발한 해외 활동으로 빌보드 등 해외 차트를 휩쓺으로써 팬들을 뿌듯하게 해 주는 게 아닐까?

1338년 고려 우군 도통사 이성계는 명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요동 정벌에 나섰지만 우왕과 팔도 도통사 최영의 명령을 거역하고 군사를 개경으로 돌리는 정변(쿠데타)를 일으켜 우왕과 최영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아 결국 조선을 건국했다. 시각에 따라 쇠락한 고려를 무너뜨리고 튼튼한 새 나라를 건국한 개혁일 수도, 정반대의 반역일 수도 있다.

뉴진스는 표준 계약서를 의식한 듯 민 전 대표의 복귀 시한을 2주로 정했다. 그들은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하이브에 대한 반발이 오로지 자신들의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누가 물어보았는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해명'을 해서 오히려 의혹만 키운 것은 아닐까?

정국의 코멘트는 짧지만 강렬했다. 어쩌면 '이쪽이냐, 저쪽이냐?'로 헷갈리는 대중의 진영에 대한 의혹까지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방법론은 매우 현명했다.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부정하고, 심지어 고용주가 자신의 방법론을 카피해서 돈을 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해고했다. 그런데 신입 직원이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을 복귀시키라고 촉구한다. 이게 합리적인 방법론일까?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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