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정해인 “해치=관종·소시오패스…행동심리학도 찾아봤죠” [인터뷰]
입력 2024. 09.19. 15:46:46

'베테랑2' 정해인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이다. 선한 얼굴 속 텅 빈 동공부터 광기, 살기 등 처음 보는 낯선 눈빛을 담아냈다.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에 새로운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은 배우 정해인의 이야기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 범죄 수사극이다. 정해인은 서도철의 눈에 들어 새로 합류한 신입형사 박선우 역을 맡았다. 서도철이 범인 잡는 것을 보고 경찰이 됐다며 맡음 임무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캐릭터로 베테랑 팀에 또 다른 긴장감을 전하는 인물이다.

“박선우라는 인물을 체화시켜 이해하고, 제가 이 인물을 잘 알아야 하니까 알아가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소시오패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공부도 많이 해야 했죠. 생각, 발상의 전환을 다 뒤집어야 했어요. 평상시에 한 생각들, 예를 들면 박선우는 나르시시즘도 있고, ‘관종’에 소시오패스가 다분한 인물인데 목적과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선이든, 악이든, 도덕적이지 않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도구로 써요. 일련의 행위들이 납득과 이해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죠. 전사나 서사가 없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대본엔 안 나오지만 뿌리, 선우만의 유년시절을 나름 상상을 펼쳐 공부했어요. 살을 붙여갔는데 감독님은 (전사가) 없어도 되고, 지금 이 대본과 상황, 신에만 집중해서 표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죠. 그게 오히려 단순하고, 명료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박선우는 뛰어난 전투기술을 지닌 경찰이지만 ‘해치’라고 불리며 사적 제재를 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해치는 ‘베테랑2’의 빌런으로 정의 구현을 명분으로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른다. 정해인은 해치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문득 웃었던 것은 감독님의 의견이에요. 제가 어떻게 했는데 감독님이 좋아해주신 것도 있죠. 정확히 사이코패스는 아니고, 소시오패스에 가까워요. 감정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제 감정 위주로만 느끼고, 상대방 감정은 대충 알지만 중요하지 않아요.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는 범죄자들이 프로파일러와 상담, 면담하는 걸 찾아보기도 했어요. 이들의 특징은 되게 차분하고, 침착하고, 권위적이기도 하고, 시선이 지저분하지 않죠. 사람을 볼 때 계속 눈을 보고 해요. 대신 시선이 빠지지 않아요. 찾아봤는데 심리학적으로 사람과 대화할 때 몇 초 이상 쳐다보면 불쾌감을 느낀대요. 계속 눈만 보고 얘기하면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는 게 행동심리학에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박선우를 연기할 때 잘 이용했어요.”

영화는 관객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해치라 불리는 한 개인이 사회 부조리를 사적 제재하고, 대중이 이에 열광하는 모습을 다루면서 법이 범죄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찰한다. 정해인은 이런 인물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키워드로 잡아갔을까.

“제가 분석한 박선우는 ‘미친놈’이에요. ‘관종’인 느낌도 있고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했던 방식으로 가해자를 같은 방식으로 처벌하잖아요. 저는 그게 일련의 ‘관종’이라 봐요.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했는데 좋지?’라는. 일종의 ‘정신병 빌런’이라 생각했죠.”



특히 정해인은 텅 빈 동공을 보이다가도, 살인을 저지를 땐 반짝 거리는 눈빛으로 소름을 유발시키기도. 이 같은 동공 연기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스크와 모자를 쓰면 보일 게 눈밖에 없어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저는 한다고 하는데 눈밖에 안 보이니까 표현이 덜 될 때가 있거든요.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하기도 했어요. 테크닉적으로 필요했죠. 배우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어떻게 보일지 감정은 중요하지만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에 대해선 신경을 안 쓰는 편이거든요. 자연스럽게 두는 편인데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이 연구를 하고, 얼굴 움직임을 스스로 관찰했어요.”

1편에 이어 2편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은 영화 ‘시동’에서 정해인을 눈 여겨 봤고, 이후 ‘베테랑’ 시리즈 출연을 제안했다. 그간 첫사랑 또는 남자친구 역을 주로 맡았던 정해인은 ‘베테랑2’를 통해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변환점은 아니고, 휴식기에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한 번 만날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감독님이 계셨고, 나눈 이야기가 ‘베테랑2’였어요. 듣자마자 든 생각은 너무 기뻤어요. 그리고 갑자기 밀려오는 부담감에 ‘베테랑’ 1편을 다시 찾아봤죠. 류승완 감독님은 또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이에요. 현장 가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감독님께서 디렉션이 되게 명확하세요. 성격도 시원시원하시고, 애매하거나 뜨뜻미지근한 게 없죠. 배우 입장에선 편하고 좋아요. 기본적으로 배우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셔서 작품 들어가기 전부터 제 작품을 봐주시고, 계속 다른 작품을 보셨다는 것에 대해 약간 충격이 있었어요. ‘심쿵’하기도 했죠.”



지난 13일 개봉된 ‘베테랑2’는 개봉 6일 만에 44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400만) 돌파는 물론, 빠른 속도로 흥행 중이다. 실관람객들은 황정민, 정해인의 선후배 호흡을 비롯해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정해인은 황정민의 연기 열정을 감탄하기도.

“저도 어디 가서 열정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편이 아닌데 상대적으로 부족해보였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함께 연기할 때 바스트를 찍잖아요. 순서를 왔다 갔다 할 때가 있어요. 선배님을 찍고, 제 바스트를 찍는데 타이트한 바스트는 대사만 치거나, 대역인 경우가 있거든요. 카메라 뒤에서 본인 연기할 때보다 더 에너지를 내며 연기를 열심히 해주시니까 한참 후배인 저로서는 엄청난 귀감이 됐어요. 배울 점이면서 존경스러웠죠. 감사하기도 했고요. 그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베테랑2’는 ‘정해인의 재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였기에 어려움과 부담감이 뒤따랐을 법하지만 도전을 해낸 것. 정해인의 용기 있는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이다. 더 넓고 깊어진 스펙트럼을 보여줄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새로운 모습을 한 것에 대한 시도만으로 어느 정도 용기가 있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평가는 관객들이 해주시는 것이지만요. 저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니까 대중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딜레마이긴 한데 하고 싶은 연기, 원하는 연기의 교집합을 잘 찾아가려 합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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