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끝까지 예측불허…심리 자극 서스펜스 탄생 [종합]
입력 2024. 09.24. 17:38:56

'보통의 가족'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평화로운 삶이 무너지는 순간, 각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의 이야기다.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는 허진호 감독,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이 참석했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2009년 한 해 동안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7위,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최고의 책’에 선정된 바. 연출은 ‘천문: 하늘에 묻는다’ ‘덕혜옹주’ 등 작품을 통해 섬세한 디렉팅을 보여준 허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계기에 대해 허진호 감독은 “처음 제의를 받은 건 대본이다. 대본을 받고, 그동안 나온 영화들과 원작 소설을 읽었다. 만들어둔 영화를 보고, ‘이걸 다시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서 “저도 숨길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의 부모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저도 자식이 있어 공감이 갔다. 이야기의 틀들을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에 가지고 와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작품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원제가 ‘더 디너’인 만큼 식사 신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총 3번의 식사 장면이 등장하는데 각각 배우들은 미묘한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허진호 감독은 “원제가 ‘더 디너’이고, 4명이 모여 밥을 먹으며 대화를 한다. 제가 이전에는 길게 찍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번엔 카메라 3대로 같은 장면을 반복해 찍었다. 배우들의 미세한 심리적인 변화,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제목을 ‘보통의 가족’이라 한 이유로 허 감독은 “‘보통의 가족’인지에 대한 질문이 들 것 같다. 범죄를 저지른 자식 앞에서 어떻게 보면 보통이 아니고, 특별할 수 있지 않나.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통의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보통의 가족’이라는 제목이 좋았다”라며 “역설적이고, 어떻게 보면 반어적이기도 하더라. 영화를 보고 나서 또 다시 제목을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선택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어 “첫 번째 디너는 이 영화의 시작이고, 어떤 인물인지 소개하는 자리라 유머도 있는 느낌이다. 두 번째 디너는 아이들의 사고를 알고 나서 모습들이다. 세 번째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부분을 많이 신경 써서 찍었다. 재밌었던 건 굉장히 긴 호흡으로 찍어야 했기에 배우들이 많게는 똑같은 연기를 8번이나 해야 했다. 화면에 나오지 않는 연기도 했다. 그럴 땐 보통 리액션만 하는데 첫 시작에 김희애 배우께서 화면에 나오지 않음에도 우는 연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다음 배우들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 장면들에 있어 감정 연기를 7~8번 길게 할 수 있는 부분에 놀랐다. 덕분에 식사하는 장면들이 긴장감 있고, 재밌게 나온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들도 해당 장면의 촬영 비화를 전했다. 설경구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 촬영했다. 감독님이 8테이크라고 하셨지만 100컷 넘게 촬영하기도 했다”면서 “멀리서 식사 장면이 보일 땐 화기애애할 수 있으나 카메라가 가까이 올수록 균열과 묘한 위화감을 표현하기 위해 미묘하게 했다”라고 밝혔다.

장동건은 “각자 주제와 감정이 달랐다. 촬영하면서 그 장면 찍을 때 많이 힘들어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은 많이 없지만 4명의 입장이 다 다르고, 심리들을 표현해야 하고, 너무 드러낼 수 없으니 매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얽혀있었다. 세심하게 조율하는 것 때문에 기를 많이 빨린 신들이었다. 그래서 조금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장면 촬영 할 때 4명의 배우가 모여 있어 꽤 오랜 시간을 자리를 지켜야 했다”라며 “그때 사적으로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즐겁고, 좋은 시간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수현은 “텐션을 뚫고 어떻게 입을 떼느냐가 가장 고민스러웠고, 힘들었다. 듣기만 해도 정말 많은 감정이 요동치는 신이었다.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지루할법하지만 감독님이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했을 때 또 다른 집중과 에너지가 생겼다. 에너지가 떨어질 틈 없이 유지됐다”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아이들의 범죄 현장을 목격하고 난 후,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통해 인간의 감춰진 내면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극중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 재완 역의 설경구는 “딸의 방에 있는 시스템을 통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감정이 변할 수 있는데 재완은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범죄를) 숨기고 살아갈 수 있느냐부터 (경찰에) 잡혔을 때 등 여러 수를 따져 끝까지 이성적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맡은 역할을 소개했다.

장동건은 재완의 동생으로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를 연기했다. 그는 “재규의 감정 변화, 계기는 다른 역할에 비해 불확실한 점들이 있었다. 어떤 계기로 재규의 입장이 바뀌었을까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처음부터 재규의 진심은 그렇게 하고 싶어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을까”라며 “사람이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선택들이 모여 그 사람이라는 성격이 되고, 인성이 되고,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나. 재규는 그런 선택들을 많이 한 사람이었을 것이고, 그래서 그 직업도 가졌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할 때 굉장히 정확하지 않나. 자기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생각하며 선택하면서 정답이 중요해지지 않고, 맞는 답을 찾는 인간의 본성이 있는 것 같다. 재규는 어쩌면 처음부터 그렇게 하고 싶었던 사람이 아닐까. 그런 명분이 주어졌을 때 오히려 솔직하게 본능을 드러낸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하며 연기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재규의 아내 연경 역은 김희애가 맡아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물을 그려냈다. 김희애는 “연경은 프리랜서 번역가이고, 시어머니 간병을 하는 등 완벽한 여자이지만 아들 문제가 닥쳤을 때 날것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순수하고, 직면한 일에 올인하는 단순한 여자인 것 같다. 첫째 아들은 유능한 변호사이고, 재규는 헌신하는 의사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두 사람인데 연경이 (대사 중) ‘돌아버리게 만드는 형제네’라고 하는 건 통쾌함이 아니었나”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수현은 재완의 새 아내 지수 역으로 분했다. 수현은 “지수의 대사들 중 뜬금없는 게 있다. 제가 생각하는 지수는 보시는 분들 중 ‘이 생각을 왜 빼놨지?’ 대변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자로서 성숙한 엄마로 봤을 때 이런 감정이 있나도 알게 됐다. ‘이게 맞는 거잖아요’라고 소심하게 호소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끝에는 ‘내 신념이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입장인 것 같다”라고 인물을 설명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달성했으며 공식 상영을 앞두고 해외 98개국에 선판매됐다.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비롯해 국제 영화제 초청 19회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오는 10월 9일 극장 개봉.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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