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준, '유어 아너'가 찾은 유레카[인터뷰]
입력 2024. 09.25. 07:00:00

허남준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누군가에게는 혜성처럼 나타난 배우지만 그동안 허남준이 걸어온 길은 짧지 않았다. 다만 '유레카'가 없었을 뿐. 허남준은 '유어 아너'에서 첫 빌런 역할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쾅 찍으며 배우로서 자신의 입지를 한층 넓혔다.

지난 10일 종영한 지니TV 오리지널 '유어 아너'는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미국 드라마 '존경하는 재판장님(Your Honor)'의 원작인 이스라엘 드라마 '크보도(Kvodo)'를 원작으로 한다.

'유어 아너'는 탄탄한 극본과 배우들의 호연을 바탕으로 입소문을 타며 OTT가 없는 접근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전국 기준 6.1%로 막을 내렸다. 허남준은 "후다닥 다 지나간 것 같다. 주변에서 지인들도 재밌게 봤다는 사람이 많아서 그게 가장 기뻤고 드라마가 재밌어서 좋다"라고 간단히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극 중 허남준은 김강헌(김명민)의 첫째 아들 김상혁으로 분했다. 김상혁은 김강헌의 잔혹성과 카리스마를 쏙 빼닮은 인물로, 자신과 배다른 형제였던 이복동생 김상현(신예찬)이 의문의 죽임을 당한 뒤 무자비한 복수를 시작하면서 김강헌의 평정심마저 뒤흔들어 놓는다.

김상혁은 선글라스를 쓰고 장례식장에 나타나는 첫 등장씬부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협박, 무자비한 살인 등 안하무인 행보를 선보이는 가운데, 과거 송호영(김도훈)의 어머니이자 송판호(손현주)의 아내 조은혜를 강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극의 끔찍함을 배가시켰다.

"사실 어떤 역할을 할 때도 '정말 이 인물처럼 해보고 싶다' 생각해서 부담감은 비슷했어요. 특별하게 악역이어서 더 그런 것보다도 상혁이가 주는 부담감 같은 게 따로 있긴 했어요. 첫 등장 장면 그런 것들은 중2병 같아서 안보일까 그런 것들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김상혁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어가는 탓에 어떻게 캐릭터에 다가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고. 허남준은 아버지 역을 맡은 김명민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시작은 결핍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괴물이 돼버렸다고 생각해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컸기 때문에 삐뚤어진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 간 것 같아요. 스스로가 통제를 못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우리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런 벌을 받아야지'라고 말하는데, 김상혁 본인에게는 합당한 이유였던 거죠.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너무 힘들더라고요. 김명민 선배님을 만나고 나서 선배님께서 '이 친구만의 결핍을 찾아봤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세상에 대한 인정욕구 가져가 보면 어떠냐'라고. 완전 유레카였죠. 그다음부터는 그런 것 찾기 시작했어요. 인정 욕구, 사랑받고 싶은 마음, 지키고 싶은 마음."

다만 "제 상상력을 다 막는 느낌이라 원작을 잘 안 보는 편이다. 이미 이렇게 정해져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함께 연기한 손현주, 김명민이 "허남준의 미래를 주목해달라"고 인정할 정도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으나, 현장에서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이러한 면에서도 김명민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명민 선배님께서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긴장 풀어주시면서도 확실히 말해주실 건 자상하고 단호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그런 어른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이렇게까지 긴장하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와서 (긴장을) 풀어주셨던 걸 나중에 알았어요. 그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고 긴장한 줄도 몰랐어요. 어쩌면 선배님은 그런 거 보고 유심히 봐주신 것 같아요."

반면 손현주와는 함께 연기할 기회가 적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허남준은 "정말 지켜봤다는 게 맞다"라며 법정 씬에서 손현주의 연기를 관찰한 후기를 자세히 남겼다.

"법정에서 손현주 선배님이 저 앞에 앉아 계셨는데 집중하고 계시면 포스가 있으니까 가서 말을 함부로 걸기 어려웠어요. 만날 일이 별로 없으니까 애교 부리고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죠. 근데 가만히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선배님이 현장에 오시자마자 대본 펼쳐서 체크하는 게 멋있었거든요. 슛 들어가기 전까지 대본을 체크하셨어요.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끝까지 자신을 의심하시는 것 같고 대본을 믿는 것 같아서 (저도) 현장에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본은 누구나 숙지는 해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을 보면서 자기를 검토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 걸 자주 지켜봤어요."

손현주 역시 허남준의 연기를 지켜봤는지, 인터뷰에서 "보통 프레임 안에서 시선이 벗어나지 않는데 남준이는 시선이 저 밖으로 넘어갔다가 돌아오곤 한다. 저도 배우는 게 많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허남준은 "그렇게까지 섬세하게 말씀해 주셔서 놀랐다"고 감격했다.

"시선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시선을 뺀 건 준비한 게 아니었거든요. 처음 김상혁 연기가 잘 안됐어요. 준비는 많이 했는데 너무 많이 해서 잘 안됐어요. 그런데 한 두세 테이크 더 갔더니 감이 살짝 오더라고요. 이 친구가 말하려는 게 뭔지 감이 올 때쯤에 제가 너무 제정신으로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살짝 한 번 과감하게 도전해 보고 싶은 포인트가 딱 생긴 거죠. 그런데 마침 용기도 살짝 생겼어요. 그래서 그냥 했는데 그 테이크가 쓰일지 몰랐어요."

이렇듯 허남준은 두 아버지 김명민과 손현주의 사랑을 톡톡히 받고 있는데, 그 비결을 묻자 "제가 놀리기 좋은 편이다"라고 답했다.

"어른들한테는 싹싹하고 애교가 많아요. 그 베이스에 두 분이 편하게 잘 풀어주시니까 그런 것도 있었죠. 제가 원래도 아버지랑 친하게 지내고, 가족들이랑도 잘 지내는 편이긴 해요. 선배님들이 편하게 해주실 때 때 많이 아들처럼 다가간 것 같아요. 워낙 되게 모난 모습도 예쁘게 봐주셔서 그런 거 아닌가 싶어요. 제가 다가가는 비결은 없는데 맷집이 좋은 편인 같아요. 놀리기 좋은 편이죠. 선배님들과 있을 때는 그런 포지션도 좋아하고요. 잘 놀려주시고 행복했어요."

'유어 아너'가 부성애와 관련된 작품이다 보니 허남준의 진짜 아버지는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증을 모았다.

"저희 아버지는 크게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았어요. 아들이 나오니까 신나서 보신 것 같고 드라마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얘기 안 하셨어요. 오히려 촬영 현장에 대해 궁금한 게 많으셨죠. 다른 배우분들 어땠냐, 명민 선배님 어땠냐, 잘해주냐 이런 것들을 물어보셨어요. 아무래도 아버지시다 보니까 그런가 봐요."



드라마 방영 전 시구 시타, GV 등에서 친밀한 모습을 보인 김도훈과의 합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가 공개되고 보니 막상 두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이 많지 않아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았다.

"초반에 리딩 때, 식사 때 보고 같은 촬영지에서 지나가면서 보고 그랬어요. 그때도 도훈이가 솔직하고 매력 있고 연기 잘하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까지는 귀여운 리트리버가 대차게 들어대는 느낌이었죠. 시간이 갈수록 저도 걔 연기를 조금씩 보면서 '정말 잘하는구나!' 존경심이 생겼어요. 부러운 마음이 생기는 와중에 계속 리트리버처럼 (저를) 좋아해 주니까 어느 순간 기분이 좋았어요. 간택당한 기분이었죠. 정신 차리니까 대화도 편하고 결도 잘 맞더라고요. 서로 예민하게 조심해야 하는 그런 게 없고 (도훈이가) 선도 잘 지키고 영리하고 웃기고 재치 있고 하니까 배울 점도 많은 친구죠."

'유어 아너'는 약하고 선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떠안는 다소 호불호가 첨예하게 갈리는 엔딩을 맞이했다. 가장 나쁜 김상혁은 살아남아 시즌2 출연 가능성도 남겨뒀는데, 허남준은 "어디까지 보내버릴지 무섭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악한 놈이 끝까지 악하게 살아남고, 착한 사람들은 너덜너덜 벌받고 죽어요. 저는 제 취향에 맞았어요. 호불호 갈리는데 저는 그 엔딩이 신선했던 것 같아요. 진짜 악한 놈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 보여줘요. 악한 놈은 오히려 잘 살아남고 정말 아무 죄 없는 친구, 상관없는 친구가 그런 사람들 때문에 망가지는 걸 보면서 찝찝하고 화나고 그런 기분이에요. 그런 드라마같이 끝나서 만족해요. 시즌 2는 무서운 마음도 있어요. (작가님이) 상혁이를 어디까지 보내버리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한다고 하면 재환 작가님, 감독님과 다 같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상혁이가 걱정돼요."

그럼 김상혁을 벗은 허남준은 어떨까. 실제 성격에 대해 묻자 허남준은 "ESFP다. 사람 만나면 스트레스가 잘 풀린다. 낯선 것에 대한 스트레스 취약한데 나머지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잘 안 받는 것 같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어색함에 면역력이 약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평상시에 밖에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고 일이 좀 바빠도 가끔은 충동적으로 나가요. 바빠지면서는 집에 계속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하루 이틀 (집에서) 보내다가 충동적으로 나가고 그래요. 운동을 체계적으로 하는 거, 대본 보는 거 빼고는 누워서 작품 보던가 갑자기 '여기 가고 싶은데?'하고 혼자 글램핑 가고 시골 가고 해요."

어느 날 뚝 떨어진 것 같은 배우지만 사실 하지만 중은 드라마 '설강화', '혼례대첩', '스위트홈 시리즈', '로얄로더', 영화 '낙원의 밤', '인질' 등에서 단역과 조연으로 자신만의 경험을 탄탄하게 쌓아왔다. 허남준은 절찬리에 상영 중인 영화 '베테랑2'에도 짧게 출연했는데, 이 사실은 팬들의 서치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그는 "팬분들이 대단하고 감사하다. 아무도 '베테랑2'에서 저를 찾을 생각도 못 했는데 거기서 찾아내 주셔서 감사하고 신기하다"고 얘기했다.



허남준은 연기를 하기 전에는 실용음악을 전공하기 위해 입시를 준비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전공을 하려고 했느냐고 묻자 "절대 비밀"이라고 함구했다.

"실용음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되지 않는다는 걸 고등학교 때 느꼈어요.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거의 친구들이랑 놀며 찍은 사진이 거의 없어요. 놀더라도 제가 연습하는 거기로 와서 그걸 함께 하면서 놀았어요. 물론 고등학생이면 열심히 공부하긴 하지만 '이렇게 공부했으면 좋은 학교 갔겠다'라고 무시당할 정도였어요. 정말 안되는 건 안 되는구나 느낀 곳이 그 지점이어서 벽을 느꼈죠. 사실 벽은 진작에 있었는데 제가 어리고 잘 모르니까 열심히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빨리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구나'라는걸 그 나이에 느꼈던 것 같아요."

한차례 고배를 마신 뒤, 지인분의 조언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용음악은 "딱딱한 벽에 머리를 박는 느낌"이었다면, 연기를 할 때는 "벽이 울리는 느낌"이었다고 비교했다.

"처음에 연기하는 지인분이 제가 갑자기 음악을 안 한다고 했을 때 '연기해 볼래'라고 하시면서 어떻게 하는지 보기나 하자고 해서 했어요. 그분이 보시더니 '뭐 잘하는 것 같은데?' 하셔서 처음에는 안 믿었거든요. 대학 갈 때 되니까, 그동안 넌 안 된다고 했으니까 안 믿었어요. 조금 해보니까 완전 벽에 머리 박는 느낌은 아니었고 벽이긴 한데 살짝 울리는 느낌? 실용음악은 절대 안 부서지는 그런 거였는데. 그래서 그냥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상처받고 얼마나 한이 깊었겠어요. 분노 연기를 시키는데 처음에는 안 되는 거예요. 화를 제대로 내 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막 지르는데 너무 시원했어요. 그냥 '재밌긴 하네' 하면서 시작했다가 군대 갔다 오고 하고 싶어져서 열심히 했어요. 남에게 온 건 없었고 제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연기지만, 지금은 자신만의 신조를 세우고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허남준은 "무조건 작은 포인트라도 재밌게 하기, 작은 시도라도 무조건 하기, 그리고 꾸준히 하기"라고 목표를 밝혔는데,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는 11월 방송 예정인 MBC 새 금토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치솔리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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