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어 아너' 정애연 "손현주X김명민과 호흡, 정말 행복했죠"[인터뷰]
- 입력 2024. 09.26. 09: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존경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더 겸손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게 됐죠. 제가 이 선배님들을 언제 또 만나겠어요?" 2002년 연극으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3년차가 된 배우 정애연도 '대배우' 손현주, 김명민 앞에서는 그저 더 배우고 싶은 아이로 돌아갔다.
정애연
지난 10일 종영한 지니TV 오리지널 '유어 아너'는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미국 드라마 '존경하는 재판장님(Your Honor)'의 원작인 이스라엘 드라마 '크보도(Kvodo)'를 원작으로 한다.
극 중 정애연은 김강헌(김명민)의 아내 마지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마지영은 사랑하는 아들 김상혁의 죽음으로 악에 받친 어머니의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정애연은 인터뷰 장으로 들어서며 "6% 넘으면 시즌2 가겠다는 말이 있었다. 내년쯤 하지 않을까 기대된다"며 기쁜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손현주, 김명민 선배님이 계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모니터링하는데 '내가 언제 또 이 선배님들과 연기를 할까?' 싶을 정도로 보면서 감탄했어요. 마지막 방송을 같이 보면서도 손현주 선배님께서 너무 멋지다고 말씀드렸어요. 마지영이라는 역이 아들이 죽고 힘들어하는데, 배우한테는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힘들면서도 좋은 기회거든요. 마지영 하면서 정말 행복했죠.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이라 좋았어요."
작품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묻자, 정애연은 "작년 8월에 표민수 감독님과 미팅하게 됐다"며 캐스팅 관련 비화를 풀어냈다.
"'유어 아너' 미팅을 하고 촬영이 미뤄졌어요. 그동안 미드 시즌1, 2를 봤어요. 너무 재밌어서 이틀 동안 다 봤죠. 마지영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조미연(백주희)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제가 정말 마지영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요즘 이런 굵직한 작품 잘 없잖아요. 또 다른 색으로 하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아, 형사 역할은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털털하고 화장기 없는 그런 모습을 한번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 역할도 매력적으로 할 자신이 있거든요.
마지영이라는 캐릭터의 키워드를 하나 고르자면 '슬픔'이다. 첫 회 아들을 잃고 장례식장에서 울고, 화장터에서 울고, 남편 김강헌을 원망하며 오열하고, 또 발악한다.
"아들이 죽은 것에 대한 감정이 쭉 10부까지 가야 했어요. 직위, 집안 배경은 그냥 캐릭터에 포함돼 있는 거지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이 가장 중점적인 것 같아요. 부모라면 다 그렇지 않을까요? 우는 씬이 많아서 (감독님이) 길게 안 가시고 첫 컷으로 찍어주셨어요.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막 촬영할 때 처음이 좋다고 하잖아요? 첫 감정이 좋다고 첫 커트로 얼굴 따주고 그다음에 풀샷 따주시고. 그런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더 재밌게 찍었던 것 같아요. 먼저 다 끝내고 우리끼리 납골당 가서 은이(박세현) 우는 씬 응원해 주고 했죠."
그러면서 "초반에 세현이는 왜 안 챙기냐는 얘기도 봤는데, 거기까지 미쳐 챙길 여력이 없었던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영은 김강헌과 결혼해 슬하에 김상혁(허남준), 김상현(신예찬)과 김은(박세현) 두었다. 극 중 콩가루 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비하인드 영상에는 화기애애한 모습이 가득 담겨 화제가 됐다.
"예찬이는 첫 드라마고 분량 많지 않은데도 항상 같이하려고 하는 모습이 예뻤어요. 세현이는 그냥 예뻐요. 우리의 천사. 세현이는 정말 딸 같아요. 세현이가 정말 고민이 많았을 거예요. '얘 지능이 어느 정도냐' 이러면서. 마지막 씬 약 먹는 것도 다 같이 상의했어요. 어떻게 먹을까? 이 아이의 지능에 어디까지 행동할까? 하는 걸 감독님뿐만 아니라 저희랑도 얘기 많이 하고 들어갔죠. 선후배 이런 것보다는 배우 대 배우로 이야기를 나눠서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김강헌의 첫 아내가 남긴 아들 김상혁과 극 중에서 시종일관 부딪히는 모습이었는데, 정애연은 실제로는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해명했다.
"(대본에는) 상혁이와 과거 씬이 있었는데 결국 안 찍는 걸로 결정이 됐어요. 상혁이가 5살, 10살, 17살 때 짤막한 과거 씬이 있었는데 거기에 제가 두 번째 아내로서 상혁이에게 다가가려고 하는데 (상혁이가) 저를 외면하는 모습이 담겨있었죠. 나는 노력을 했지만, 이 아이의 태도나 행실 때문에 가까워질 수 없는 컨셉이 있었는데 그런 걸 못 찍었어요. 마지영도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에요. 또 상혁이가 정말 내놓은 자식같이 행동하니까 없는 존재, 있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의식을 갖고 연기했어요. 촬영장에서는 남준이를 '넌 우리 자식이 아니야'라고 약 올리기도 했죠."
또한 같은 소속사 선배인 김명민과 처음으로 부부 호흡을 맞췄다. 정애연은 "정말 영광이었다"라며 웃었다.
"'저 괜찮아요?'하고 많이 여쭤봤어요. 명민 선배가 생각보다 섹시하시더라고요. 1회에 교도소에서 앉아 있는 장면에서 되게 멋있다, 섹시하다고 말씀드렸어요. 그 나이에도 여자든 남자든 섹시해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핏도 그렇고 수트도 그렇고 자세라든지 이런 것들이 다 멋있었어요."
정애연은 전작 '피라미드 게임'에 이어 다시 한번 재벌가 사모님의 역할을 맡았다. 전작에서도 스타일링에 신경 쓰려고 했다고 밝혔던 바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티 나지 않게 고급스럽게 입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진짜 부자는 브랜드 로고 큰 거 입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김명민 선배는 '대부' 느낌으로 다 제작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저도 스타일리스트 언니랑 의상에 대해 얘기 많이 했어요. 감독님과도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2~3벌씩 가져가서 마음에 드는 부분 얘기하고 좀 더 감정에 가까운 의상을 선택했죠. 감정상 라인을 봤을 때 9회에서 소홀했던 가족들에게 사죄하고 잘해보자고 하잖아요. 그래서 10회에 (의상에) 색을 좀 많이 썼어요. 강소영 검사가 사실을 얘기하기 전까지는 정말 은의 남자 친구 초대하고 우울했던 감정을 떨치고 좋게 식사하자는 의미였으니까요."
마지영은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나올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씬을 묻자, 정애연은 2회 부부싸움 장면을 꼽았다.
"2화에서 울면서 김강헌 회장한테 화를 내는 장면이 있어요. 촬영하기 전에 작가님한테 '우리 집안이 너무 못되게 보이는 게 아니라 가족애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죠. 그 씬에 애착이 가요. '대부'에 동생 역을 맡은 배우와 싸우는 씬이 있는데 모티브로 삼아서 만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대부'도 다시 보겠다고 했죠. 그 장면은 제가 저를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 연기를 보면서 우는 게 아니라 제 감정 때문에 운 것 같아요."
마지막 회에서는 마지영이 송호영(김도훈)이 김상현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결국 마지영은 자기 아들을 죽인 송호영을 직접 죽이는 복수를 하는데, 그 사건으로 딸 은이를 잃게 되며 웃을 수 없는 끝을 맞이했다.
"마지막 씬때는 유종선 감독님도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동선 짜는데 (가족들이) 다 와서 얘기를 나눴어요. 중요한 장면이니까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가져가려는 각자의 노력이 정말 재밌었어요. 위스키를 마시며 우는 장면에서도 '여기서 마지영이 술을 마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위스키병을 준비해 주시면 좋겠다 제안했죠. 감독님께서 의견 수렴 많이 해주셨어요. 촬영장에 있으면 더 마지영다운 아이디어가 그 공간에 있다 보면 생각났어요."
인터뷰하는 내내 정애연이 '유어 아너'에 대해 갖고 있는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대본을 이렇게 많이 읽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이 읽었다"며 "저희 작품이 본방송 아니면 보기 어려우니까 다들 방송할 때쯤 홍보를 열심히 하더라. 나만 애정을 갖고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라며 웃었다.
"가장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 뭐냐고 물어보면 전 '유어 아너'라고 얘기해요. 오랜만에 좋은 역할을 맡았고 애정이 정말 많아요. 잘됐으면 좋겠고 시즌2도 하고 싶죠. 제가 명민 선배, 손현주 선배를 또 언제 뵙겠어요. 하물며 남준이, 도훈이도 그렇고 구멍이 없었잖아요. 조미연, 장채림 형사(박지연), 강소영 검사(정은채)도 그렇고 여자 캐릭터들도 각자의 색들이 다 보이고 조합이 좋았어요. 선배님들이 딱 중심을 잡아주시고 주변 캐릭터들도 중심을 나름 잘 잡고 있었죠."
그만큼 시즌2에 대한 의욕도 누구보다 크다. 정애연은 살아남은 캐릭터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시즌2에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시즌2에 대해서 작가님과 얘기 나눴던 점이 있어요. 마지영 네 아빠가 나오지 않을까, 하셨어요. 더 힘 있는 어른이 나와서 이제는 어른의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남준이 전작들도 봤는데 우리 작품에서 정말 매력적으로 섹시하게 나왔다고 생각해요. 빌런인데 눈에 띄는 빌런으로 나와서 시즌2에서 뭔가 하지 않을까 기대도 되고요. 백주희 선배도 죽은 장면이 안 나왔잖아요. 주희 선배님도 나올 가능성이 있죠."
마지막으로 '유어 아너'를 보내준 후 계획을 묻자 "이만큼 올라가 있는 텐션을 낮추고 다지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사실 통기타를 등록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비는 시간에는 저를 채우기 위해서 취미 활동을 찾아보는 것 같아요. 운동도 하면서 배우가 갖고 있으면 좋은 것들을 찾아요. 도자기도 빚고 싶어요. 그건 수양 느낌으로. 악기는 다루면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심스토리, 스튜디오 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