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노상현의 결심 [인터뷰]
입력 2024. 09.27. 15:56:18

'대도시의 사랑법' 노상현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노상현 배우의 모든 것이 새로웠던 영화”라는 이언희 감독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게이 남사친’ 흥수로 분한 노상현이 김고은과 눈부신 케미는 물론, 색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을 통해서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와 세상에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노상현이 맡은 흥수는 사랑은 불필요한 감정의 낭비라 생각하며 모든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인물. 노상현은 성소수자 역을 맡으면서 새로운 도전을 꾀했다.

“역할이 신경이 안 쓰인 건 아니에요. 그러나 크게 고민을 하진 않았죠. 인물을 더 이해하는 게 중요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뭔가 직관적으로 알 것 같았거든요. 두 인물 모두가 자연스럽게 납득됐어요. 그래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죠.”

영화는 성향은 다르지만 서로의 타고난 아웃사이더 기질을 알아본 두 사람이 한 집에 동거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20살, 첫 만남부터 시작해 33살까지 함께하는 13년의 세월을 보여준다.

“재희는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사랑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적으로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것에 대해 시선이나 소문의 중심이 되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흥수는 자기 자신의 특징에 대해 두려움이 많고, 어릴 적부터 억압된 감정이 많았을 거라 생각했어요. 엄마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누구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자아, 코어가 있어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답답함, 억울함, 고독함, 수치스러움 등 감정이 응축되고, 고립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것을 처음으로 어루만져준 인물이 재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재희가 ‘네가 어떻게 너의 약점이 돼’라고 얘기했을 때 마음을 많이 뺏기고, 열게 됐을 거라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본인도 자기 자신, 자아를 사랑하고 싶은데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재희를 보면서 일종의 동질감이나 그런 것들을 느꼈을 거라 생각했죠. 13년에 걸쳐 서로에게 영향을 많이 주잖아요. 의지가 되고, 위로도 되지만 상처 주는 말도 하고. 그러면서 흥수는 자기 자신을 더 인정하고, 표출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서 성장해 나아가요. 후반부에는 자기 자신을 세상에 표출하고, 표현도 하잖아요. 그런 서사가 매력적이었어요.”



흥수는 사랑이라면 질색이고, 진지한 관계는 피하면서도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복잡한 이면을 가진 역할이다. 노상현은 실제 성소수자들을 만나 연기에 참고 될 만한 이야기를 들으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감독님과 자유롭게 상의하고, 이야기했어요. 성소수자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기도 했죠. 정보를 많이 듣고, 배우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성장과정이나 예전에 겪었던 스토리 등을 많이 참고했어요. 막상 촬영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자유분방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많이 풀어주셨어요. 믿어주셔서 감사했죠. 그 덕에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고은 씨와 호흡하며 찾아갈 수 있었어요.”

노상현은 극중 동성 연인인 수호와 키스하고, 상의 탈의를 하는 등 수위 높은 스킨십 장면을 선보인 바. 동성 간의 진한 스킨십 장면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을까.

“처음 흥수라는 인물이 감정 표현에 있어 두려워하고, 사랑을 질색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랑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수호는 그가 겪은 시행착오 느낌이었죠. 본인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수호를 통해 깨달은 게 많아요. 초중반에는 수호에게 나쁘게 대하기도 하잖아요. 깨달음을 얻기 전까진 그만의 방어기제로 만들이 공격적으로 나갔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결국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고, 재희와 교류를 통해 성장하고, 솔직해지고, 표현을 더 하자는 용기를 내는 것들이 찾아가는 것에 기반을 뒀죠.”

모델로 데뷔한 노상현은 2015년 영화 ‘악인은 살아 있다’의 단역을 시작으로 배우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후 애플TV+ 시리즈 ‘파친코’에서 선자(김민하)의 남편 이삭 역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커튼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사운드트랙#2’ 등을 통해 연기력을 쌓아갔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저도 흥수와 마찬가지로 계속 용기를 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길이 예전에는 정형화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뭘까?’란 생각을 해봤을 때 고민하지 말고, 내가 개척하는 길이 맞다는 생각으로 점점 더 바뀌어가고 있죠. 누군가를 모방하고 싶지 않고, 한 명을 정해 그 사람의 길을 따라가거나, 롤모델을 정하는 것보다 지금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믿고, 해나가려고 하는 용기를 내고 있어요.”



‘자존감이 높은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두렵고, 무섭고, 다양한 감정들이 많이 들긴 한다”라고 말문을 연 노상현은 자신의 생각을 전해갔다.

“결국 제가 아닌 모습으로 계속 하면 언젠가는 들통 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걸 잘 못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면돌파 하려고 해요. 분명 시행착오가 있을 거고, 실수를 하고, 넘어지고, 다칠 수 있지만 그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죠. 어쨌든 제가 겪어야 될 거면 빨리 겪으면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배우는 것도 많잖아요.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매 작품마다 큰 도전이에요. 이 작품 또한 그랬고요. 제 안에 두려움, 벽 등을 깨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은 이상, 자기만의 완벽한 기준이 있잖아요. 그걸 쫓다보면 자기혐오에 빠질 수 있고, 자책을 할 수도 있죠. 괴로움이 따라오는데 성장주의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완성해가는 것, 과정에 의미를 두고,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 하죠. 저에게 집중하려는 시간을 최대한 가지려 해요.”

‘대도시의 사랑법’은 노상현에게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을 훌륭히 해냈다.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한 노상현. 불가능한 장르, 캐릭터 없이 무궁무진한 연기 활동을 펼칠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바다.

“성소수자 역을 하는 건 도전이자, 결심이었어요. 1년 동안 이 역할에 캐스팅이 안됐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의 해석이 있고, 꺼려했던 지점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아예 신경 쓰이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그 지점에 대해 결심한 것 또한 용기내서 한 거죠. 작품을 하면서, 촬영을 하면서 용기 냈어야 하는 일들도 굉장히 많았어요. 많은 순간들에 결심과 도전을 한 작품이죠. 이 작품에는 사회적 이슈와 요소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너무 무겁게 다루지만은 않고, 유머를 잃지 않으며 재밌는 요소를 가지고 가요.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온 분들은 여운을 가지실 것 같아요. 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메시지, 의미 있는 작품이 되는 것 같아요. 특별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끼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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