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무속인에게 경영 자문 구하는 기독교도 경영인?
입력 2024. 09.30. 10:41:39
[유진모 칼럼]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2024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에서 ‘K-팝의 공식을 깨는 제작자, 민희진의 프리 스타일’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런데 제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최근 수개월째 이어지는 하이브와의 공방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게다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종교.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한 무속인과 약 5만 8000건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경영권 탈취 전략을 짰다. 그 무속인이 사명으로 어도어를 정해 주자 그대로 따랐다. 민 전 대표는 연습생 사진을 무속인에게 공개했고, 무속인은 데뷔할 멤버 선정에 깊이 관여했으며, 일부를 탈락시킨 사유는 ‘귀신에 씌었다.’ 등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매체에서는 민 전 대표와 무속인이 회사 직원 채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민 전 대표는 이번 강연에서 “하느님을 믿는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녀는 하이브의 '무속 경영' 주장 때도 종교를 밝힌 적이 없다. 다만 "무속인을 지인으로 두면 안 되냐?"라고 항의했을 따름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회사 입장에서는 자회사 대표가 회사 이름부터 경영의 모든 것을 무속인의 자문에 따른다는 것을 못마땅해할 수는 있다. 무속은 경영과는 물론 특히 음악과는 그리 큰 연관이 없다. 주문으로 음악을 만들지 않는 한. 민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기독교도임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하이브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기독교 입장에서 그녀는 이단이다.

두 번째. 그녀는 K-팝 업계의 공장 같은 시스템을 지적하는 한편 자신이 대표 이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경영과 제작을 한 사람이 맡아야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전 세계적 경영 체계와 자본주의는 분업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발전했다. 물론 그 탓에 사람의 활동 영역이 자꾸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합리적 편의성의 발전만큼은 확실하다.

특히 주식회사는 분리화가 중요하다. 투자자, 전문 경영인, 각 분야별 기술 및 지식 전문가 팀 등으로 업무가 분장되어야 합리적이고, 속도가 빠르며, 결과 또한 발전적이다. 민 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재직 때부터 비주얼 전문가였다. 그녀는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등을 하는 크리에이터나 뮤지션이 아니다. 게다가 경영 전문가도 아니다.



대한민국 연예계에 갑자기 가속도가 붙은 1980년대 말~19990년대 초를 보자. 당시 연예 기획사 시스템은 민 전 대표의 말대로 1인 독재 시스템이었다. 사장이 프로듀싱과 경영은 물론 매니지먼트까지 도맡았었다. 한마디로 운전 빼고는 혼자 거의 주도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다. 그게 시스템이고 산업화이다. 민 전 대표는 97학번이다.

심지어 민 전 대표는 기획자 혹은 제작자(프로듀서)이지 창작자(크리에이터)가 아니다. 어떤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작자들에게 '이러이러하게 만들어 주세요.'라고 주문해서 나온 창작물을 조합해 앨범, 안무, 의상, 뮤직비디오 등을 기획, 제작, 완성하는 역할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해 왔고, 가장 잘하는 일이다. 경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의 궤변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경영 수업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이어진다. 맞을 수도 있다. 공장처럼 물건을 찍어 내는 게 아니라 창의성이 중요하고 예술성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과 창작이 분리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녀는 심지어 하이브(방시혁)가 엔터 사업을 잘 모른다는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세 번째 돈 문제.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지난 5월 가처분 승소 이후 하이브로부터 ‘돈을 줄 테니 받고 나가라.’라는 협상안이 들어왔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거절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이에 대해 “거짓 주장이다.”라고 맞서고 있다. 그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자회사 사장이 모회사의 심기를 대놓고 거스른 데 대한 공개 처형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녀는 "지금까지 소송비가 23억 원이 나왔다. 내가 그렇게 부자가 아니다. 소송비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토로했다. 소송비가 23억 원이라면 그녀가 승소할 경우 받는 돈이 그보다 10배, 100배는 된다는 결론이다. 과연 돈이 목적이 아닐까? 그렇다면 왜 뉴진스 프로듀서만큼은 지켜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집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은 23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보유하고 있거나 동원할 능력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향후 소송비가 더 들 것으로 보여 집을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소한 자산이 30억 원은 된다는 뜻인데 아직 45살이 안 된 직장인이 그 정도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부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평생 그 돈을 못 만져 보는 대다수 서민은 도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네 번째. 그녀는 하이브의 투자가 있었기에 그룹 뉴진스를 제작하고 수익을 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1년 만에 갚았다. 차고 넘치게 더 갚았고 나 때문에 하이브가 얻은 게 얼마나 많냐?"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어트랙트의 전홍준 대표가 아니다. 전 대표는 1990년대부터 조관우 등의 음반 제작자로서 활동해 온 경영인 겸 제작자이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의 비주얼에 대한 감각을 믿고 자본금 100%를 들여 자회사 어도어를 만들어 그녀에게 대표 이사 자리를 주었다.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였다. 또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어도어는 하이브에 배당금을 지급한 내용이 없다. 즉 하이브는 어도어에 투자한 돈을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게다가 양측의 공방 때문에 하이브 주가는 급락 중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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