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th BIFF] “재미有·높은 완성도”…부산국제영화제 얼굴 된 ‘전,란’ [종합]
- 입력 2024. 10.02. 16:46:17
- [부산=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OTT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고,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이 그 주인공. 극장이 위기를 맞은 시대, 올해 29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행보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전,란'
오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앞둔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종상 미술상을 받고, ‘심야의 FM’의 각본‧감독을 맡은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상만 감독은 “임진왜란 시대배경으로 출발했다. 선조 시대 외에는 창조된 인물들이다. 실화 기반이라기보다 배경 정도. 조선왕조실록에 내용들을 실으려 했다”라며 “계급에 대한 관점은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다.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각자 시대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가지고 있다. 그것들을 잘 녹여냈고, 그 점이 탁월하다고 느꼈다. 똑같은 시대를 살고 있어도 관점은 다르지 않나. 그런 것들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 담아내며 좋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사극 연출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임진왜란 전 상황과 후 상황을 그린 것도 참신한 구성이라 느꼈다. 그 점이 끌려 작품을 하게 됐다”라고 연출 배경을 밝혔다.
특히 이 작품은 신철 작가와 세계적인 거장 감독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김상만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처음 뵀다. 그 시절 입봉은 못했지만 입봉을 앞두고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감독으로서 스승 같은 분”이라며 “제가 해온 작품의 장점을 봐주셨는지 이 작품을 제안해주셨다. 작품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선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조언해주셨다. 같이 작업하면서 디벨롭 하는 과정에서 다른 촬영 중에도 저와 이야기를 나눠 존경스러웠다. 현장에는 많이 못 오셨지만 대사 한마디에도 섬세하게 조언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강동원은 극중 권세 높은 무신 출신 양반가의 외아들 종려의 몸종 천영 역으로 분했다. 강동원은 “몸종, 노비 역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역할이) 들어왔을 때 좋았다. 해보고 싶었고”라며 “양반 역을 하면 제약이 있다. 조금 덜 자유로움, 말도 조심해서 해야 하고, 감정 표현도 절제해서 해야 한다. 양반으로서 기품과 품위를 유지해야 했다. 정민 씨의 몸종을 하면서 편하고, 자유롭게 연기해서 좋았다. 연기할 때도 기존에 했던 캐릭터 보다 감정표현을 많이 하려 했다. 액션 자체도 자유롭고, 마음껏 했다. 선이 딱 떨어지지 않는 자유로운 칼을 쓰려고 많은 신경을 썼다”라고 전했다.
박정민은 집안 노비들이 란을 일으켜 일가 모두가 죽자 천영이 주동자라고 오해하고, 복수를 다짐하는 종려 역을 맡았다. 천영은 의병으로, 종려는 왕의 호위무사로 왜란을 겪은 뒤 마침내 맞붙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게 된다.
화려한 검술 액션을 선보인 강동원은 “천영은 자유분방한 검을 쓰는 인물이다. 자기가 상대했던 인물들의 검을 바로 흉내 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천재 검사’ 인물”이라며 “여러 인물들과 싸우기에 상대방에 대한 분노, 혹은 수련할 때 즐거움 등 다양한 감정이 있었다. 무술팀과 감독님과 잘 이야기해서 감정을 담아 열심히 찍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정민은 “천영과 헤어지기 전에는 비슷한 검술을 쓰다가 헤어진 후 7년의 시간 동안 왕을 호위하며 군대 안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가지고 돌아와 천영과 다른 느낌의 검술을 구현하고 싶어 감독님과 액션팀과 상의를 했다”라며 “천영보다는 굵고, 큰 검을 쓴다. 보통 세로의 공식으로 가던 것을 가로의 공식으로 가던 걸 고민해 만들었다”라고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지난해 내홍을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대중성’을 내세우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개막작은 출범 이후 최초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인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선정돼 이목을 집중시킨 바.
김상만 감독은 “최근 영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항상 시대마다 그런 고비가 한 번 씩은 있었지 않나. 시대가 변하면서 통과의례 같다”라며 “영화 자체가 없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감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히 오만한 말이지만 영화는 계속 생명을 유지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박도신 집행대행은 “저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좋은 영화라 생각했다. 청불도 모험이기도 한데 그것조차 시도해볼만하다 싶었다. 그전에는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는데 OTT 작품이든 아니든, 그 부분에 대해선 문은 열려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20년 간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객관적으로 봐야하지만 주관적인 요소가 들어가기도 한다. 작품을 봤을 때 개막작으로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OTT를 떠나, 청불 이야기도 하셨는데 작품을 봤을 때 꼭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서 “관객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었다. 저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머들도 그랬다. 저희 영화제를 이끄는 큰 축은 독립영화다. 그걸 잃지 않고 계속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이후 OTT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됐기에 의미도 남다를 터. 그러나 박 집행대행은 “개인적으로 재미있었고,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의미를 찾는다면 굉장히 많은 상업영화를 봐왔지만 개인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라는 답변만 남겼다.
마지막으로 김상만 감독은 “넷플릭스 작품이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되는 게 논란이 되어 왔다. 저는 논란 자체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제가 어릴 때 본 좋은 영화가 ‘가위손’이다. 그때 극장은 100인치 화면이었는데 스크린 사이즈와 상관없이 좋은 영화였다”라며 “영화라는 게 상영 조건과 반드시 위치에 있어야 하고, 사이즈만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가 질문을 하고 싶다. 영화는 공동의 경험, 한 공간에서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공유하는 경험을 가지고 가지 않나. 특별한 경험이기에 관객들이 버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만드는 사람이 고민해야할 거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일부터 11일까지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 공식 초청작은 63개국 224편이며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5편을 포함하면 총 279편이다. 공식 초청작 중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는 86편이다.
개막식은 오늘(2일) 오후 6시이며 네이버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사회는 박보영, 안재홍이 맡는다.
[부산=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