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th BIFF] “故 이선균, 무슨 짓 했어도 믿는다” 김원석 감독의 뜨거운 눈물 (종합)
- 입력 2024. 10.04. 15:24:37
- [부산=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김원석 감독이 故 이선균 죽음에 원통한 심정을 드러내며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4일 오후 서울 해운대구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에서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시사회 및 故 이선균 스페셜 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스페셜 토크에는 김원석 감독, 배우 박호산, 송새벽, 백은하 기자 등이 참석했다.
시사 후 스페셜 토크에 참석한 김원석 감독은 “개인적으로 불가피하게 선균 씨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라며 “선균 씨를 추모하는 행사는 이제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이건 계속 되어야 한다. 선균 씨가 왜 죽었는지, 그리고 선균 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는 송사가 다양한 방향으로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영화 잔치에 불러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박호산은 “(이선균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봤다. 끝나고 생각하니 ‘아 맞다’ 싶더라.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송새벽은 “복도에서 대기를 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다. 벌써 1년이 다되어가는데”라며 “자리에 오니 조금씩 실감이 나는 것 같다”라고 먹먹한 심정을 드러냈다.
‘나의 아저씨’는 각자의 방법으로 삶의 무게를 무던히 버텨내고 있는 아저씨 삼형제와 그들과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삶의 고단함을 겪어왔던 거칠고 차가운 여자가 상대방의 삶을 바라보며 서로를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9년 방영 당시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로 남아있다. 이번 특별기획 프로그램에선 총 16화 중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5화를 상영했다.
김원석 감독은 “저희 드라마가 방송 초반에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닌, 방송 평이 모두 안 좋았다. 거의 범죄 드라마 같이”라며 “선균 씨가 ‘감독님 우리가 범죄자에요?’라고 하더라. 뒷부분을 촬영하면서 현장에서 만났는데 초반엔 굉장히 실망하고 그랬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4회를 기점으로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 좋은 드라마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4회에 호산 씨의 명연기가 나온다. 5회는 새벽 씨가 첫 포문을 열고, 다채롭게 등장한다. 여러 면에서 저희 드라마가 사랑받기 시작한 게 4회 마지막 부분이었다. 사랑 받기 시작한 첫 회, 대중에게 좋은 평을 듣기 시작한 회가 4회”라고 설명했다.
이선균은 삼형제 중 둘째인 박동훈 역을 맡았다. 김원석 감독은 이선균을 캐스팅 한 이유로 “이선균을 처음 본 작품이 ‘태릉선수촌’이었다. 그는 KBS 단막극 감독들의 페르소나였다. 단막극은 서민, 루저 이런 이야기가 많은데 그런 내용의 주인공을 많이 했다. 이선균 특유의 목소리가 잘 나가는 사람의 목소리다가, 버럭 하면서 ‘봉골레!’ 할 땐 멋있다. 이분의 시작은 루저의 목소리로 시작했다. 외모도 훈남인데 후줄근한 느낌이 난다. 그래서 캐스팅을 했는데 그때가 마침 ‘악질경찰’과 ‘PMC’를 동시에 끝내고 힘든 상태였다. 소속사 대표에게 대본을 주면서 ‘어떠실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피곤해해서 쉬고 싶다하더라. 어떠실지 모르겠다’고 했다. 근데 그날 저녁에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이선균이 ‘미생’을 좋아했다더라”라고 했다.
김 감독은 또 “술을 3번 마셨다. 이선균이 정말 좋은 배우라고 하는 이유는, 이해가 안 되는 걸 거짓말하진 않는다. 그 얘기까지 하기 전에 술만 마시다 헤어진 적도 있었다. 작가님이 힌트를 줬다. ‘뭘 안 하려고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고독을 표현하면 어떨까요’라 하더라. 그때부터 본인에게 맞는 걸 찾았다”라고 덧붙였다.
박동훈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현실적인 어른의 모습을 제시하기도. 김원석 감독은 박동훈과 이선균의 닮은 점에 대해 “제가 이선균을 캐스팅하고 같이 일해 본 결과, 그냥 박동훈 같은 사람이다. 제가 이렇게 말하기 걱정스럽고, 이게 맞나 싶긴 하다.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이다. 박동훈이라는 캐릭터는 현실에 충분히 존재하지만, 존재하기 힘든 인물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판타지가 있는 캐릭터다. 그 정도 판타지까지 개인에게 똑같다고 얘기하면 부담을 느낄 수 있지 않냐. 지금 하늘나라에서 부담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라며 “전 비슷하지만 솔직히 판타지 캐릭터보단, 실제 존재했던 이선균이 더 그리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모든 연기를 다 잘했지만 걸음걸이만큼은 안 되더라. 박동훈 부장은 미끄러지듯 걸어가야 하는데 본인 특유의 걸음걸이가 있다. 뭘 해도 그렇게 걷더라. 다시 찍는 경우가 많았다. 걸음걸이가 많이 달랐다”라고 다른 점을 짚었다.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14일 형사 입건됐다. 이선균은 세 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받던 중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한 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이선균이 숨지기 전, 경찰 조사를 앞두고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포토라인에 섰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이선균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 목소리가 나왔다.
김원석 감독은 “연기자에게 있어서, 저 같은 감독에게 있어서 ‘회사’는 ‘편’이다. 자르는 사람은 ‘대중’이다. 저는 요새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대중이 외면하고, 대중의 공격 지탄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그게 바로 잘리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낸 언론사나 경찰, 검찰이나 이런 사람들은 대중이 용인해서 그렇다. 기사를 내서 그 사람들이 욕먹었으면 안 냈을 거다. 우리 대중은 미디어 시대의 강자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자르기 전에 조금 더 기회를 달라는 거다.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건 범죄도 아닌, 범죄에 대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다. 거슬리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제 제안이 이선균에게 큰마음의 부담이 됐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다”라며 “사실 전체 대중과 상관없는 분들한테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다. 절대 강자는 여러분이다. 특히 배우들은 정말 나약한 사람들이다.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그런 기사를 낸, 말도 안 되는 허위 수사 내용을 유출한, 그런 사람들을 응징해야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객들과 GV를 진행한 뒤 송새벽은 “빈소에서 장지까지 가서 작별인사를 했다. 정말 그야말로 편안하게 잘 쉬고 계실 거라 믿는다. 오늘의 자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다”라고 했으며 박호산은 ‘나의 아저씨’의 명대사 ‘편안함에 이르렀는가’를 언급, “우린 널 믿는다. 쪽팔릴 거 없다. 괜찮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원석 감독은 “내가 너를 안다. 그래서 난 네가 무슨 짓을 했다고 해도 너를 믿는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