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향유, 구독자 우선” 넷플릭스가 밝힌 철학 (넥스트 온 넷플릭스) [종합]
입력 2024. 10.05. 10:00:00

'넥스트 온 넷플릭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2020년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란’까지 총 23편의 영화를 선보였던 넷플릭스가 2025년, 신예부터 기성 창작자들과 협업으로 7편의 신작을 공개한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파크하얏트부산 볼룸에서는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 행사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넷플릭스 콘텐츠팀 김태원 디렉터, 김병우 감독, 김태준 감독, 남궁선 감독, 연상호 감독, 이태성 감독, 한지원 감독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박경림이 맡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2025년 넷플릭스 한국영화의 새로운 비전과 라인업을 소개하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공개를 앞둔 7편의 작품에 대해 김태원 디렉터는 “작품을 선정하면서 주안 했던 건 작품성과 다양성, 두 가지다. 연상호 감독님, 변성현 감독님 등 이미 극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여러 포맷으로 관객과 만난 감독님을 모셔 작품성을 높이는 것에 주안을 뒀다”면서 “두 번째는 이태성 감독님, 한지원 감독님, 김태준 감독님 등 신진 창작자들을 모시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한 장르에 국한된 게 아닌, 액션, 스릴러, SF, 코미디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디렉터는 작업 기준으로 “답변은 심플하다. 재미와 시청자”라며 “제 취향이 다르고, 박경림 MC분, 기자들의 취향이 다르지 않나. 보편적인 재미를 가지고 있는, 톡톡 튀는 재미를 바탕으로 영화를 선정하고 투자해 만들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시청자들이 좋아할 것인가에 주안을 두고 만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후반에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교육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다. 주안점을 둔 건 돌비 애트모스, 4K작업이다. 감독님이 ‘우리가 아무리 돌비를 하고, 4K를 해도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냐’라고 반문해주시는데 저희가 가진 철학은 단 한가지다. ‘전,란’은 10년 후, 100년 후에 봐도 시각적으로 뒤지지 않는 환경을 제공해야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감독님들도 수긍하시더라”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2025년 7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김병우 감독의 ‘대홍수’, 김태준 감독의 ‘84제곱미터’, 남궁선 감독 ‘고백의 역사’, 연상호 감독 ‘계시록’, 이태성 감독 ‘사마귀’, 한지원 감독 ‘이 별에 필요한’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

특히 넷플릭스와 처음으로 작업한 남궁선 감독은 “지금 촬영 중인데 너무너무 즐겁다. 넷플릭스가 초창기에 메일링 서비스 때부터 기억하고 있다. 동네 비디오점에서 못 빌리는 영화들을 구독하면 보내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힘을 가지고 있다. 멀리 있는 분들에게까지 가깝고, 친밀하게 다가가는 플랫폼이기에 저희 영화가 그분들의 속에 들어가는 느낌이 너무 좋다. 마저 잘 호흡을 맞춰보겠다”라고 전했다.

이태성 감독은 “연출로는 처음이지만 작업을 처음 하는 건 아니었다. 낯선 느낌은 없다. 탄탄하고, 조직력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잘 맞추고 있다. 요즘 관객들이 요구하는 방식일 텐데 넷플릭스는 특화된 시스템이 아닌가”라고 했으며 한지원 감독은 “사실 많은 분들께서 성인용, 청소년용 등 연령대가 높은 애니메이션을 만나보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고연령층을 담은 한국 애니메이션인데 넷플릭스라 가능했던 기획이다.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프로젝트를 보여드리게 되어 뜻 깊다”라고 이야기했다.

신진 감독들과 협업에 대해 김태원 디렉터는 “좋은 이야기라고 하면 기성 창작자와 신인 창작자 잣대를 나누지 않고, 협업하는 게 중요하다는 가치라 생각했다. 한지원 감독님은 애니메이션계에서는 굉장한 원석이었다. 그분이 가져온 이야기를 잘 알릴 수 있어 선택했다. 남궁선 감독님은 ‘십개월의 미래’ 등 이미 본인의 연출을 많이 보여주셨다. 본인이 잘하는 로맨틱코미디와 만나면 좋은 기회라 판단했다”면서 “ 이태성 감독님은 입봉이긴 하지만 이미 기라성 같은 감독님의 조감독으로 참여한 커리어가 있었다. 충분히 ‘사마귀’라는 작품을 통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신인, 기성 감독님이라 판단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앞서 ‘더 테러 라이브’와 ‘PMC: 더 벙커’ 등으로 극장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공개해왔던 김병우 감독은 “영화는 항상 기술의 발전과 함께 궤를 해왔지 않나. 무성에서 유성 영화로, 흑백에서 컬러로, 이후 아이맥스가 나오며 영화의 기술이 함께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여기로 도착한 거다. 지금 이제 와서 극장 영화는 이러한데 넷플릭스는 이렇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끝난 것 같다. 대중들은 결정하셨고, 얼마나 재밌는 영화를 만들 것인가가 저희에게 주어진 큰 임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김태원 디렉터는 “김병우 감독님은 공간에 갇힌 캐릭터들이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장기가 있는 감독님이다. 감독님이 가진 장기와 ‘대홍수’란 키워드가 만나면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관객들도 사로잡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강한 믿음을 드러내며 “또 김태준 감독님은 현실에 발을 붙인 공포감을 밀어붙이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실생활과 맞닿아있는 지점을 협업했을 때 감독님이 더 잘 만들 거라 판단했다. ‘84제곱미터’ 책을 받았을 때 할만하다, 가치가 있겠다 싶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영화 ‘정이’, 시리즈 ‘지옥’ ‘선산’을 비롯해 오는 25일 ‘지옥2’에 이어 내년 ‘계시록’까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전 세계 시청자와 다시 한 번 만나게 되는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많은 작업을 하게 됐다. ‘계시록’은 이전에 했던 작업과 다른 키워드로 했다. 인디 애니메이션으로 데뷔해서 ‘부산행’이란 작품으로 실사를 하게 됐다. 이후 크리처, CG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를 해왔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거의 CG를 쓰지 않는 걸 해보고 싶더라. 그게 아마 ‘계시록’이란 작품이 될 것 같다. 그전에 했던 작업 방식과는 굉장히 다른 작업 방식일 것 같다. 배우들의 메이크업도 최소화 하고, 해도 기다렸다가 찍었다. 저 개인적으로 작업 방식을 시네마적으로 하고 싶더라. 넷플릭스에서 만드는 시네마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건 어떤 모습일까, 넷플릭스 관객들은 어떻게 봐줄까 생각을 가지고 했다”라고 차별점을 언급했다.

‘길복순’ 이후 넷플릭스와 재회한 변성현 감독은 “제일 좋았던 건 창작자에 대한 지원이 빵빵하다는 것”이라며 “지금 촬영 중인데 더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하고 싶다. 전 세계 관객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신기한 것 같았다. 다른 영화가 영화제에 나갔을 때 경험을 볼 수 있지만 영화제가 아닌 곳에서 손쉽게 리액션을 받아볼 수 있지 않나. 그게 생소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외국분들도 많이 보셔서 저에게 메시지를 주시는 경험들이 재밌었다”라고 장점을 언급했다.

그러자 김태원 디렉터는 “연상호 감독님은 이야기꾼, 스토리텔러다. 지금 대중에게 알려진 크리처 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본인의 시선을 만드는 탁월한 연출가다. 젊은 날의 연상호가 굉장히 잘했던 걸 회기 시키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지금 후반 작업 중인데 기대해도 좋다”면서 “변성현 감독님은 다 다른 장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성현’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내는 특장점이 있는 감독님이다. 이번엔 비행기 납치물인데 변성현이라는 MSG 한 스푼을 떨어트렸을 때 나오는 게 좋았다. 이 영화를 우리가 안 하면 후회되겠다는 생각에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취재진들의 Q&A 시간이 진행됐다. ‘전,란’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주연의 ‘전,란’이 선정된 바. 특히 OTT 공개작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전,란’은 극장 개봉이 아닌, 오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된다. 향후 극장용으로 개봉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김태원 디렉터는 “개인적으로, 회사에서도 ‘전,란’이 개막작으로 선정돼 기쁘다. 영화를 만들고, 시리즈를 만드는 건 장르와 포맷이 다르지만 본질은 하나다.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저희 구독자를 즐겁게 만드는 게 중요한 목적이다. 그 목적 안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며 “극장 상영은 번외이기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저희 구독자가 가장 먼저 저희 콘텐츠를 향유하는 게 저희의 철학이다. ‘전,란’을 극장을 통해 만난 경험은 좋은 자양분이다. 염두 해두고, 학습해서 내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높게 올려놓은 출연료로 인해 토종 OTT들이 드라마 제작을 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전 세계 열풍을 일으키며 K콘텐츠의 신드롬을 이끈 바. 12월 공개를 앞둔 ‘오징어 게임’ 시즌2는 K드라마 최초, 제작비 1000억원을 돌파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중 주연 배우로 출연하는 이정재는 회당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달하는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국내 OTT 업체들은 드라마를 제작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국내 톱 배우들의 몸값을 올려놔 제작비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우 출연료를 감당하기 힘들게 됐다는 것. 이에 대해 김태원 디렉터는 “출연료에 대한 부분은 저뿐만 아니라 제작자, 감독님들 똑같이 느끼는 고민일 것”이라며 “K콘텐츠가 잘 되고 있고, 글로벌적으로 사랑 받고 있지만 제작비가 늘어나는 부분이 생기다 보면 부메랑은 저희 쪽에 부작용, 반작용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한다. 적정한 출연료를 드리는 게 배우, 작품에게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가이드라인, 규제를 선정하는 건 아니지만 작품에 맞게 적정한 출연료를 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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