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 김준한, 배우로서 우뚝 세운 중심[인터뷰]
입력 2024. 10.08. 09:00:00

김준한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밴드 izi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여전하지만 이제는 대중에게 배우로서 김준한이 더 익숙하다. 연기에 대한 열망이 커서 음악을 일부러 등지려고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김준한에게서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 느껴졌다. 배우라는 기반을 단단히 다진 그는 '음악인으로서 김준한'과도 화해한 모습이었다.

SBS '굿파트너'(극본 최유나, 연출 김가람)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 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전국 기준 시청률 7.8%로 시작한 드라마는 파리올림픽 기간 3주간 결방에도 자체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하는 등 좋은 결과를 거뒀다.

김준한은 "촬영 중간에 작품이 방영돼서 잘되는 걸 느끼면서 촬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다들 행복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할 수 있었다"며 "방부터 기대 이상이여서 사실 저희끼리 '심상치 않은데'라고 말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굿파트너'는 장나라, 남지현의 '워맨스' 케미, 현직 이혼변호사가 쓴 현실감 있는 이혼 에피소드, 화려한 특별출연 라인업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중에서도 김준한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첫 번째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일단 이야기가 공감이 많이 됐어요. 이혼 전문 변호사이신 작가님이 집필하시다 보니까 되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당연히 드라마기 때문에 극적인 것들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낸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극적인 걸 위한 극적임은 아닌 느낌이에요. 현실적인 결론에 이르는 것들이 흥미로웠고 와닿았어요. 사이다, 마라맛 이런 건 아니지만 저는 그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겠다 싶어서 (대본을 보고) 독자로서 되게 재밌었어요."


극 중 김준한은 법무법인 '대정' 이혼 2팀의 파트너변호사 정우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특히 정우진은 짝사랑하는 차은경의 이혼을 지켜보고 도와주는 지고지순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그만큼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이어지길 바라는 목소리도 컸다. 김준한은 이에 대해 "아쉬워서 좋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감독님, 작가님과 다 같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극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서 우리가 인물들을 끌고 가는 것보다도 '이 사람들은 어떻게 흘러가려고 할까'하는 고민을 많이 나눴죠. 많은 분들이 기대하신 러브라인에 대해 얘기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은경과 우진은) 못 그럴 것 같다는 결론에 가게 됐어요. 재희(유나)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어른이라면 그런 결정 하기 힘들 것 같아요. 재희를 생각해서라면 두 사람은 그런 생각까지도 가지 않았을 거에요. 아쉬워서 좋은 것 같아요. 작품은 끝났지만 저들이 어떤 미래로 나아가는지 상상해볼 수 있잖아요. 저는 완벽했다고 생각해요."

오랜시간 은경을 짝사랑하면서도 꽁꽁 숨기는 우진이 이해가 됐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진이가 은경이 청첩장 받고 그 장면을 봤기 때문에 계속 이 여자를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온 걸로 상상해주신 것 같아요. 하지만 우진이 은경에게 가진 마음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서 굉장히 아끼고 아끼는 친구, 선배 같은 마음이었을 거로 생각해요. 애틋하고 깊은 마음이지만 그게 단순히 좋아한다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일 것 같더라고요.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남녀처럼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요. 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죠."

앞서 김준한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채송화(전미도)를 짝사랑하는 신경외과 펠로우 안치홍 역을 맡은 바 있다. 안치홍에 이어 정우진까지, 짝사랑 연하남 역할로 두 차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작품을 잘 소화했다는 칭찬으로 듣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관객들을 마음 쓰이게 할 만한 좋은 역할을 맡았다는 것 같아서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왜냐면 누구의 마음속에나 미완의 사랑도 있고, 미완의 꿈도 있잖아요. 채워지지 않았던 기억들 때문에 그런 걸 더 응원하게 되는 것도 있고 매력 있는 것 같아요."


정우진은 차은경에게는 듬직한 후배이자 좋은 결과를 거뒀다 좋은 선배다. 김준한은 정우진을 연기하며 "좋은 사람이라 너무 어려웠다"라고 토로했다.

"주변에서는 '왜 잘생기게 나와?'라고 하더라고요. '촬영 감독님이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들었어요. 내심 좋았죠. 좋은 동료이자 선배, 후배를 연기하는 건 어려웠어요. 좋은 사람이라는 걸 발상하기 어렵더라고요. 하나하나 허투루 할 수 없어서 걱정도 많이 됐죠. 더군다나 은경과의 관계 속에서는 되게 예민한 순간이 많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어떻게 잘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고 상담했던 것 같아요. 촬영한 것 이상으로감독님께서 덜어내 주셨어요. 훨씬 담백한 사람으로 표현된 것 같아 역시 사람이 담백해야 사랑받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굿파트너'는 '이혼'이라는 키워드를 둘러싼 다양한 상황을 조명했다. 남편에게 폭행당하지만 쉽게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여자,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도 아빠로 남은 남자 에피소드 등 흔히 말하는 '사이다'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준한은 그래서 더 많이 공감하고 배웠다고.

"매 에피소드마다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심지어는 매 맞는 아내 에피소드도 있는데, 저분이 이혼을 할 수 없는 그 마음, 용기를 내지 못하는 마음까지도 공감이 되는거에요. 이혼은 자기 마음이 이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감당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죠. 현실은 모르겠고 희망을 보고 싶을 수 있잖아요. '굿파트너'는 그런 사례들까지도 현실적으로 보여주니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영향을 받게 되고 다양한 상황들을 작품을 통해 마주하고 깊이 있게 들어가는 시간을 갖게 되다 보니까 조금씩 제 안에 스며들면서 제가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큰 변곡점이 되지는 않지만 뭔가 공부가 됐을 것 같아요. 배우라는 게 좋은 게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밴드 izi 드러머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김준한은 어느덧 배우로 전향한 지도 12년이 흘렀다. izi가 남긴 '응급실'은 아이돌 그룹 라이즈에게 샘플링되는 등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김준한은 "'어떻게 내 인생에 이런 일이 벌어졌지?'싶다"라며 "저작권료는 전기세, 가스비 낼 정도로 꾸준히 들어온다"라고 밝혔다. 김준한은 연기를 시작하며 드럼 스틱은 완전히 놓았지만, 연기자로 자리를 잡은 지금은 음악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소망도 슬그머니 풀어놓았다.

"앞으로 음악을 하고 싶기는 해요. 예전에는 너무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음악이라는 걸 일부러라도 배제하려는 고집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스스로 배우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조건에 놓이게 됐고, 배우로 봐주시니까 용기가 생겼다고 해야 하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걸 좋아해주시기도 하고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지금은 열어놓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싶어요."


드라마 방영 중 김준한과 장나라의 과거 인연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김준한이 드러머로 활동하던 20년 전 장나라 '나도 여자랍니다' 무대에 세션으로 섰던 영상이 화제가 된 것. 이에 두 사람이 함께 꾸미는 무대를 2024년 버전으로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바람도 커졌다.

"웃긴 것 같아요. 사람 인연이라는 게 어떻게 이렇게 만날 수 있는지 음악 하던 때가 전생처럼 느껴져요. 그때와 너무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보니까 기분이 되게 이상하고 제 일 같지 않아요. 정말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 같아요. 다행히도 (장나라 선배와) 너무 좋은 인연으로 만났고 호흡도 좋았어요. 저희 팀이 사이도 좋고 케미도 있었다고 생각해서 해피엔딩인 것 같아요. 아마 축하 무대는 없지 않을까. (선배님께서) 부담스러워하시는 편이에요."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으며 종영한 만큼 시즌2를 희망하는 목소리도 크다. 김준한은 "많이들 이혼에 대한 다양한 관점, 다양한 사연들을 많이 흥미롭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그런 쪽으로 시즌2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상상은 해보게 되는데 그건 저의 바람이죠. 시청자분들이 원하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각자의 상황과 작품이 만나서 각자의 이야기를 잘 쓰였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시청자분들과 만드는 사람들이 피드백을 바로바로 느낄 수 있어서 같이 만드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서로한테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시절을 추억하면 '그 드라마가 있었지'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잖아요. '굿파트너'가 누군가에게 2024년을 함께 한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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