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 '쥐롤라' 이상의 감동과 재미[무대 SHOUT]
입력 2024. 10.09. 08:00:00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막이 내리고 객석에 불이 켜지면 비로소 옆자리 관객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벅참과 행복이 가득한 표정으로 극장을 빠져나오는 사람들, '킹키부츠'의 진짜 무기는 여기에 있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1979년 영국 노샘프턴의 신발 공장들이 경영 악화로 폐업하던 시기, 아주 특별한 부츠를 제작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두 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각색한 작품이다. 망해가는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드랙퀸 '롤라'가 여장남자를 위한 하이힐을 만들며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편곡상, 안무상, 음향디자인상까지 6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킹키부츠'는 이후 국내에서 더뮤지컬어워즈, 예그린어워즈, 한국뮤지컬어워즈를 섭렵했다.

작품은 구두공장의 후계자로 낙점돼 살아온 어린 찰리와 여성용 구두에 매료됐지만 복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어린 롤라의 모습이 교차되며 시작된다. 이후 찰리는 구두공장에서 벗어나고 싶어 런던으로 떠나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노샘프턴으로 돌아온다.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는 창고에 쌓인 재고와 몰아치는 반품 상품과 마주하게 되는데, 우연한 계기로 드랙퀸 롤라를 만나 구두공장을 살릴 틈새시장을 발견한다. 바로 여장남자를 위한 구두를 만드는 것. 찰리와 롤라는 밀라노 패션쇼에 선보일 구두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2014년 한국 초연 이후 다섯 번의 시즌을 거치며 관객을 만난 '킹키부츠'는 이번 시즌, 10주년 공연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전 시즌부터 함께 해온 김호영,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이 찰리 역에, 박은태,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가 롤라 역에 캐스팅 됐다. 여기에 김지우, 김환희, 나하나, 고창석, 심재현, 전재현 등이 무대를 꾸민다.

10주년을 맞이한 만큼 '킹키부츠' 생일 카페, '프라이스 앤 썬(PRICE&SON)' 임직원 모집 등 개막 전부터 다채로운 이벤트로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유튜브 채널 '빵송국'에서 개그맨 이호광이 넘버 '랜드 오브 롤라(Land Of Lola)'를 패러디하며 '쥐롤라', '태권롤라' 열풍을 일으킨 바. 뮤지컬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기대와 성원 속에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부터 '킹키부츠'에 합류한 이석훈과 최재림은 네 번째 시즌을 함께하는 만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특히 이석훈은 흠잡을 데 없는 안정적인 보컬과 연기력으로 찰리 프라이스를 그려낸다.

롤라 역을 맡은 최재림의 경우 복화술, 묵찌빠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킹키부츠'에서는 쇼적인 부분보다 '낫 마이 파더스 썬(Not My Father's Son)', '홀드 미 인 유어 하트(Hold Me In Your Heart)'에서 드러나는 감정 연기가 좋은 편이다. 다만 첫 공연을 앞두고 흥분했는지 여러 넘버에서 박자가 빨라졌다는 점이 아쉽다.

재연부터 함께해 온 김지우는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로렌 그 자체였다. 이번 시즌 뒤늦게 합류한 그는 첫 공연을 마치고 절대 반지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이게 '킹키부츠'다"라고 눈물을 쏟을 만큼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쥐롤라'를 기대하고 예매했다면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속에는 숏폼에서 드러난 우렁차고 중독성 있는 넘버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이 담겨있다. 어리숙했던 찰리와 타인에게 이해받기를 단념한 롤라의 성장은 물론이고 보수적인 영국 지방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물 돈이 드랙퀸 롤라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우리와 다른 타인을 바라볼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동시에 '킹키부츠'는 쇼뮤지컬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화려한 무대, 엔젤들의 군무, 신나는 넘버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레이즈 유 업(Raise Your Up)'과 '저스트 비(Just be)'로 이어지는 패션쇼 장면은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줘", "누가 뭐래도 너는 너니까"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경쾌하면서도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화룡점정은 역시 커튼콜. 관객들은 절대반지, 절대팔찌의 불을 켜 배우들에게 환호를 보낸다. 전호준, 한선천, 김강진, 주민우, 한준용, 최재훈 엔젤들은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뜨겁게 호흡한다. 다함께 '레이즈 유 업'을 부르며 소리를 지르면 그간의 스트레스가 씻겨나가는 기분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킹키부츠'를 더욱 재밌게 관람하기 위해서 절대반지나 절대팔찌는 필수다.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레이즈 유 업' 안무를 숙지해 간다면 완벽히 작품을 즐기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지난 9월 7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해 오는 11월 10일 폐막한다. 이어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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