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박찬욱 감독→강동원·박정민 ‘웰메이드 사극’ 정점 찍나 [종합]
입력 2024. 10.10. 12:24:31

'전,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신철 작가, 박찬욱 감독 최고의 크리에이터들과 ‘믿고 보는’ 배우 강동원, 박정민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전,란’은 ‘웰메이드 사극’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볼룸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김상만 감독,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정성일 등이 참석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연출을 맡은 김상만 감독은 “전란이라는 단어는 전쟁을 의미하겠지만 이 영화는 시대상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전쟁과 전쟁에 의한 결과로써 ‘란’을 제목에 담았기에 쉼표가 필요했다”면서 “무신 집안 아들 종려와 몸종 천영이 신분의 차이를 불구하고 우정을 키워나가다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라고 소개했다.

‘전,란’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돼 지난 2일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첫 상영된 바.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이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으로 개막작에 선정된 건 처음이라 큰 화제를 모았다.



강동원은 “첫 스크리닝이 끝나고, 다들 좋아해주셨다. 주변에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행복했다”라고 했으며 박정민은 “부산영화제 개막식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싶었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안 본 눈으로 갔다. 여기 와서 처음 본 게 좋을 정도로 기억에 남았다. 이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차승원은 “이 조합으로 과연 어떤 콘텐츠를 또 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다 좋은 배우들이니까 이 배우들이 각자 맡은 역할의 고리들이 있지 않나. 고리가 잘 묶여졌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보신 분들의 진심 어린 눈망울이 보였다. 제가 보기에는 다수의 많은 분들이 그런 눈망울로 봐주셔서 ‘그렇게 많이 후지진 않은가보다’. 각자의 역할, 퍼즐에 잘 맞췄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신록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굉장히 영광이었다. 야외극장에서 상영하는데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켜주셨다. 이후 뒤풀이 자리에서 영화에 대한 열띤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제가 보기에 굉장히 멋진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도 똑같은 마음이라 영광이고, 기뻤다”라고 했으며 정성일은 “너무 좋은 배우들, 감독님, 제작진들도 너무 좋았다. 여기 참여한 것만으로도 좋은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봐서 좋은 경험이었다. 끝나고 나서도 주변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란’을 관람한 해외 유수 매체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김상만 감독은 “이 영화가 우리나라 역사에 짧은 시기, 특정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이야기에 담고 있는 사회에 놓인 한 개인이란 주제는 상당히 보편적이란 생각이 든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난 뒤 외국분이 얘기해주셨는데 외국에도 민란, 어떤 전쟁과 관련된 사건들은 동일하게 있기에 보편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강동원은 극중 비록 신분은 천하지만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천영 영을 맡았다. 강동원은 “시나리오를 너무 재밌게 읽었다. 기존의 영화 시나리오와 조금 다른 지점이 있었다. 인물 구도나 각자의 스토리가 녹아나있더라”면서 “영화는 시간이 짧다 보니 주인공 위주로 흘러가는데 이건 개인의 스토리가 많이 드러나는 게 다가왔다. 전통 사극이긴 하지만 무던한 지점도 있어 좋았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역할에 대해 “천영은 평민 신분으로 태어나 그 당시 사회적인 시스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천민이 된다. 본인의 신분,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개척해나가는 인물”이라며 “타고나기에도 천재적인 검사기질을 타고 났다.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정민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외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함께 연습하며 무예를 가르쳐준 천영과 우정을 쌓는 종려 역으로 분했다. 박정민은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좋았다. 인물 자체가 쉽진 않은데 도전해보고 싶어 출연하게 됐다”면서 “종려는 조선시대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이다. 몸종 천영에게 기존의 양반들과 달리, 호의와 선의를 베푼다. 그러나 사건과 오해로 감정들이 뒤틀리면서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다. 회초리를 대신 맞는 몸종이 있는데 천영이 들어오게 된다. 기개를 느끼며 마음을 열게 되고, 우정을 쌓아간다”라고 말했다.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난세의 군주 선조 역은 차승원이 연기한다. 그는 “배우들의 조합이 좋았다. 천민이 강동원 씨고, 귀한 집 양반의 자제가 박정민 씨가 캐스팅됐는데 역으로 갈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면서 “선조는 워낙 많이 다룬 인물이라 어떻게 하면 차별화를 둘 수 있을까가 큰 관건이었다. 위태롭고 고약한 인물인데 잊을만할 때 등장해서 위태롭게 하고, 잊을 만하면 등장해서 고약하게 군다. 어떻게 밸런스를 맞출까 고민했다. 이건 과정도 좋고, 결과도 상당히 만족스러울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적 형태, 수염, 눈 밑 움푹 페인 주름 등은 논의와 상의를 했다. 체중도 많이 감량했다. 예민하고, 시니컬한 면을 준비했다. 위엄은 갖추되 약간 지만한, 아주 고약스러운, 애 같은 양날의 선을 가진 인물로 담아냈다”라고 덧붙였다.

천민 출신 의병 범동 역의 김신록은 “범동은 천민 출신 의병이다. 대본에 보면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삶을 통해 얻어낸 직관과 통찰을 가진 인물이다. 도리깨를 가지고 싸우는데 불굴의 의지를 가진, 눈앞에 목표물과 도리깨만 있으면 거침없이 질주하는 인물이다”라며 “범동이라는 인물이 의병장 김자령 장군의 왼팔쯤 된다. 오른팔은 강동원 배우다. 7년 전란에서 살아남고, 중요한 역할을 맡으려면 무예가 뛰어나야한다고 생각했다. 병법을 전혀 알지 못하지만 자기만의 기술로 싸워내는 사람으로서 믿음이 중요하다 생각해 액션스쿨에서 액션 연습을 많이 했다. 두 번째는 논리적인 추론이나 연산을 하는 지적인 면모보다 훨씬 더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걸 보일 수 있도록 표정과 움직임에 신경 썼다”라고 언급했다.



정성일은 도깨비 탈을 쓴 채 전쟁터가 되어버린 조선 땅을 누비며 조선의 백성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겐신으로 분했다. 그는 “조선인들의 특정부위를 수집하며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 싸움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라며 “전쟁으로 들어오는 인물이라 기존의 장수, 군인 같은 느낌 보다 겐신은 전쟁 속에서 ‘무’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계속 자기의 실력을 조선에서 점검하던 중 천영을 만나 호기심을 느낀다. 무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계속 살육을 하다 보니 살인마가 되고, 무사정신보다 실력에 대한 오만과 자만에 빠지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전,란’의 액션 시퀀스는 각 인물들의 캐릭터성과 드라마, 감정까지 담아낸 액션으로 눈길을 끈다. 검술 액션을 주로 선보이는 천영과 종려, 겐신은 각기 다른 검술 액션으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천영은 검이 어느 방향으로 날아들지 모르는 수직적인 움직임의 검술 액션을, 종려는 임금의 하사품 ‘어사검’을 들고 자신만의 아름다운 화려한 검술을 보여주면서 천영의 검술과는 반대로 멀리 위에서 검이 회전하는 수평적인 공격을 선보인다. 겐신은 쌍검을 사용, 일본 검술 특유의 절도있는 방식의 발검과 자세를 보여준다.

검술 액션에 대해 강동원은 “강동원 검을 쓴 영화가 세 번째다. 예전에는 8개월 동안 합숙하다시피 배웠다. 그때의 경험이 액션영화를 준비할 때마다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면서 “‘군도’ 때는 칼, ‘도(刀)’를 썼다. 그전 형사에서는 검을 썼는데 지금은 칼을 주로 썼다. 종려의 검을 함께 썼어야 했다. 그게 종려와의 기억이라고 생각했다. 일본군과 싸움에서 7년을 보냈기에 일본의 검도 조금씩 익혀야 했다”라고 했다.

박정민은 “강동원 선배님이 훌륭한 검술을 보여주셔서 부담이 많이 됐다”면서도 “액션스쿨 가서 연습하고, 촬영 중간에도 연습하며 그나마 따라 가보려고 했다”라고 했으며 정성일은 “어릴 때 ‘쌍화점’을 준비하면서 1년 간 연습했다. 그게 도움 되더라. 양손을 쓰는 검은 또 다르더라. 선을 계속 연결하고 하는 것들에 대해 훈련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상만 감독은 “캐릭터들마다 쓰는 검에 대해 다르게 하고 싶었다. 천영은 운동성이 좋아서 점프나 낮게 신체를 움직이는 자유로운 느낌을 강조했다. 종려는 실제로 검이 무거웠다. 검이 가진 무게감, 육중함을 힘으로 부딪히는 느낌을 줬다. 겐신은 쌍칼을 쓰는데 서로 칼이 부딪히지 않고, 유려하게 흘러가는 느낌을 가져가려했다”라고 밝혔다.

김신록의 액션도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 범동은 콩이나 보리 등 곡식의 낟알을 떠는 데 쓰는 농기구 도리깨를 대표 무기로 사용한다. 김신록은 “도리깨는 깨를 터는 농기다. 저도 본격 액션은 처음이라 액션스쿨에 가서 연습했다. 도리깨를 제작하는데 있어 힘의 강도, 움직임, 반경 등을 생각해서 여러 차례 시범제작이 됐다. 그것과 맞춰 액션을 연습하는데 힘들었지만 투박하고, 거칠게 싸웠으면 했다”라고 전했다.

‘전,란’의 각본은 신철 작가와 박찬욱 감독이 집필했다. 각자의 운명에 맞서 싸워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만든 재미와 서로 간의 관계가 변화하면서 생겨나는 팽팽한 감정 대립이 영화 속으로 점차 빠져들게 만들 전망이다. 김상만 감독은 “조선이라는 계급사회를 다루고 있는데 현대도 다른 형태의, 요즘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금수저, 흙수저’라 하지 않나. 경제적인 부분에서 알게 모르게 계급적인 게 형성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단순히 계급 간 갈등 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위치, 관점 같은 게 시나리오에 담겨져 있었다. 그런 부분을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라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언급했다.

‘전,란’은 오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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