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보통의 가족’ [인터뷰]
입력 2024. 10.13. 09:00:00

'보통의 가족' 장동건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장동건이 2018년 개봉한 영화 ‘창궐’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고, 설경구, 김희애, 수현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 ‘보통의 가족’을 통해서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장동건은 극중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인 재규 역을 맡았다.

“기존에 찍었던 영화들과 다른 결이에요. 새로운 캐릭터로 찾아뵙는 것에 대해 설렘이 있죠. 토론토영화제에서 저도 처음 봤어요. 번역을 통해 영화를 접하게 되는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해주셔서 안심됐죠.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해요. 뉘앙스나 이런 것들이 해외 관객들이 캐치하지 못하는 거니까 언론시사회 때 긴장도 많이 되고,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걱정도 됐어요. 배급관에서 봤는데 토론토 같은 반응이 안 나오더라고요. 언론시사회관 가는 복도가 짧았음에도 길게 느껴졌어요. ‘재판장 들어가는 거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죠. 하하. 다행히 평이 좋아 기대감과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영화는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연출은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 섬세한 감정표현과 디테일한 연출력의 대가 허진호 감독이 맡았다.

“제인을 받은 건 경구 형이 출연 확정 후에요.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도 알았죠. 대본을 읽고, 리메이크 영화도 봤어요. 제가 하던 것과 달라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무엇보다 재규를 잘 알 것 같았어요.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전에는 외부에서 상상이나, 기존에 표면적인 캐릭터를 가져와서 덧붙여 연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제 안에서 뭔가 찾아 끄집어내는 캐릭터라 새로운 작업이었어요. 허진호 감독님이 연출 하시니까 좋은 작업이 되겠다 싶었죠.”



재규는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본 그날 이후, 정의로운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재규는 마지막에 선택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더 본능적인 선택은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본인이 살아온 환경, 어떤 사람의 성격, 인성, 가치관은 살면서 순간순간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쌓이고, 외부에 어떤 식으로 비춰진다는 걸 느끼면서 살잖아요. 그 선택들이 옳은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은 마지막 선택을 하고 싶었을 거예요. 그런 딜레마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딜레마가 됐죠. 그게 아마 결정적인 어떤 거였다고 생각해요. 원래 촬영한 건 그걸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게 있어요. 아들과 캐치볼을 하고 나서 잠든 아들을 보고 심경 변화를 느끼고, 아들과 통화하는 모습들이었는데 편집됐죠. 처음부터 그런 결심을 한 게 아닌, 그런 선택을 하고 싶었는데 못한 사람에 명분이 주어지니까 그것이 튀어나온 거예요.”

앞서 장동건은 영화 ‘창궐’ ‘7년의 밤’ ‘우는 남자’ 등 작품에서 다른 얼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이번엔 사건이 담긴 CCTV를 목격하고, 겪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흐름을 연기했어요. 예전에 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죠. 예전에는 어떤 캐릭터가 되면 배우는 좋은 평을 받아도 아쉬운 부분이 있잖아요. 더 좋은 걸 만들어 놓아야 하는 심화를 하는데 이번엔 생각하는 지점 자체가 달랐어요. 제 안에서 찾아야 했죠. 재규라는 캐릭터는 저와 제일 비슷해요.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 비슷한 사람이죠. 배우로서 자유로워진 느낌이 있어요.”



장동건은 의사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 속에서 새로운 얼굴을 꺼낸다. 자식 앞에서 이중적일 수밖에 없는 부모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인다.

“전작에는 분장이 많았어요. 자연인으로서 제 모습이 낯설더라고요. 놀라기도 했어요.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웃음) 농담 삼아 희애 선배님에게 말하기도 했어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렇게도 보이는 구나’ 하면서 오히려 내려놓고 하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모니터도 안 보게 됐고요.”

‘보통의 가족’은 아이들의 살인으로 변하는 부모의 신념과 무너져가는 가족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특히 4번의 식사신은 각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 생각, 그리고 태도가 변화하는 지점을 보여주며 몰입을 이끈다. 해당 장면은 배우들의 빈 틈 없는 열연으로 완성됐다.

“희애 선배님은 신인배우처럼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신인배우도 저렇게 안 할 것 같은데?’ 싶을 정도였죠. 연기하는 걸 되게 좋아하세요. 본인 촬영이 아니고, 상대방을 찍는데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그건 정말 배우로 즐기고 있었던 거예요. 수현 씨도 신인은 아니지만 한국영화가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했을 거예요. 한참 선배인 3명과 함께 해야 하고, 또 희애 선배님과는 기 싸움도 해야 했으니까요. 수현 씨가 첫 대사를 했을 때 마음속으로 ‘이건 된다’고 생각했어요. 김희애 선배님은 베테랑 같은 신인이라면 수현 씨는 신인 같은 베테랑이었죠.”



영화는 ‘아이들의 범죄를 마주한 부모의 입장에서 어떤 선택이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두 자녀의 부모이기도 한 장동건은 영화가 던지는 딜레마에 대해 어떤 선택을 내릴까.

“진짜 그 상황이 닥쳐봐야 알고, 아무리 상상해도 답을 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영화도 정답을 주지 않잖아요. 정말 하기 싫은 상상을 계속하면서 촬영했어요. 실제 자식이 있다 보니까 투영 시키다 보니 그 점에서 죄책감도 느껴졌죠. 하기 싫은 상상을 하면서 연기하는 거니까요. 영화 속 아이들이 범인으로 특정된다면 이 영화 속 사람들은 딜레마에 빠지지 않았을 거예요. 진짜 그 상황이 된다면 답은 자수해야죠. 자수해서 광명 찾자. 그런데 정말 솔직하게 그 상황이 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장담하기가 어렵죠.”

1992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연기를 시작한 장동건은 드라마 ‘마지막 승부’ ‘신사의 품격’,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등 작품에 출연했다. 어느덧 데뷔 30년이 넘었으나 활동 기간 대비 출연 작품 수는 많지 않다. 여전히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의 대표작인 것 또한 아쉬운 부분.

“저는 그렇게 좋은 평을 받는 작품을 못 만났어요. ‘원인이 무엇일까, 나의 어떤 잘못과 뭐가 문제일까’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됐죠. 그 당시에는 저 스스로에 대해 새로운 느낌이 없었어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저 자신에 대해 많이 돌아보게 됐죠.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평소에 안하던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속에 감추고 있던 모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내서 하다 보니 연기가 재밌고, 저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또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에 대한 신선함과 새로움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프엠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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