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제작진 "시청자 반응 다 소중해, 시즌2는 다를 것"[인터뷰]
입력 2024. 10.15. 17:01:06

흑백요리사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전 세계가 'K-맛의 세계'에 푹 빠졌다. 오직 '맛'으로 승부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전략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요리 서바이벌이다. 지난 9월 17일 공개 이후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선보인 예능 최초로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국내 화제성 역시 올킬했다. 공개 직후 4주간 대한민국을 온통 ‘흑백요리사’ 열풍에 몰아넣으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에서 발표된 10월 1주차 TV- 통합 조사 결과 드라마와 비드라마 통틀어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OTT 예능 최초 한국 갤럽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9월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확정 지은 상황. 내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제작을 준비할 예정이다. 시즌2에서는 시즌1을 진두지휘한 스튜디오슬램(대표 윤현준)의 김학민, 김은지 PD와 모은설 작가가 한 번 더 의기투합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요리 계급 전쟁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즌1에 이어 시즌2를 이끌게 된 김학민, 김은지 PD와 모은설 작가는 15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셀럽미디어와 만나 프로그램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은 '흑백요리사' 제작진과의 일문일답이다.



▶프로그램이 국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김학민 PD: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 갔는데 옆테이블에서 '흑백요리사' 이야기를 하더라. 택시를 탔을 때 제가 인터뷰한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걸 보면서 이 프로그램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구나 느꼈다.

모은설 작가: 일단 요식업이 굉장히 들떠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수를 가려고 적금을 든다'는 젊은이들도 있더라. 파인다이닝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구나 싶더라. 파인다이닝이라고 하면 어떤 편견이 있지 않나. 셰프들이 진심을 다해 열심히 요리하는 걸 보시면서 많은 분들이 인식이 바뀐 것 같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승자, 준우승자뿐만 아니라 성적에 관계없이 다양한 셰프들이 주목받았다. 그런 반응들을 보고 어땠나

모은설 작가: 현장에서 느꼈지만 편집본을 느꼈을 때 매 라운드마다 돋보이는 주인공이 달랐다. 100명을 모았던 이유는 단순히 인원을 맞추기 위함은 아니었다. 셰프들 다 하는 분야가 다르지 않나. 다채롭고 다양한 요리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모셨다. 그런 셰프님들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보인 것 같아서 가장 좋았다. 서바이벌이라고 하면 우승자만 돋보이고 나머지가 주목 못 받을 수도 있는데, 모든 셰프들이 다 응원을 받고 있지 않나. 그 부분이 제작진이 가장 바랐던 점이다. 그게 이루어져서 너무 기쁘다.

김학민 PD: 예전처럼 1등만 주목받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승한 것보다 지금이 좋다'라고 한 최현석 셰프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최현석 셰프가 '충분히 자기 요리의 가치관을 어필했다. 우승했으면 더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만족한다'라고 말하더라. 이제는 서바이벌 참가자 모두가 성적에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더라. 하고 싶은 걸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흑수저들은 이름 대신 '키워드'로 불렸다. 닉네임은 어떻게 정해졌는가

모은설 작가: 사실 촬영직전까지 흑수저 셰프들에게 닉네임을 붙이는 것에 대해 제작진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다. 젊은 PD, 작가들이 엄청 반대를 했다. '흑과 백'인데 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느냐에 대해 엄청 이야기가 많았다. 닉네임을 붙이는 걸 굉장히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라. 닉네임을 붙이기로 한 이유는 그 닉네임으로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서사가 부여되고, 어떤 요리를 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싸워서 이겨서 닉네임을 붙이기로 결정됐다. 결정된 이후에는 모두가 열심히 회의를 했다. 80명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베스트 키워드를 붙여주려고 노력했다.

김은지 PD: 모든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불리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구했다. 모두가 동의한 부분이다. 원하는 키워드를 받기도 하고, 제작진이 추천해주기도 했다. 모두가 원하는 닉네임으로 불렸다.



▶시즌1의 하이라이트는 '무한요리지옥'이었다. 요리 재료로 두부로 선정한 이유는?

김학민 PD: 요리 지옥인 만큼 고민이 많았다. 백(종원) 대표님이 한국적인 재료인 '두부'를 추천해 주셨다. 사실 안성재 셰프는 반대했다. '한번 가공된 단백질이라서 요리로 발전하기에 어려운 재료다'라고 하시더라. 사실 그 말을 듣고 이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못 봤던 그림, 기존 요리 서바이벌에서 안 해봤던 걸 하자'라는 마음이 컸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는?

김은지PD: 에드워드 리 셰프님의 '켄터키 두부'다. 두부 미션에서 어떤 요리가 탄생할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그 요리를 보고 현장에서 소름이 돋았다. 셰프님의 의도를 듣곤 더 그랬다. 정말 어나덜 레벨이구나 싶더라.

모은솔 작가: 편집본을 보고 궁금했던 요리는 최현석 셰프의 마늘 빼고 만든 봉골레 파스타다. 마늘을 뺐는데 왜 백(종원)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을까 궁금하더라. 먹어보고 싶었다.

김학민PD: 요리 하나보다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2라운드 때 흑백대전이다. 장사천재 조사장과 이영숙 셰프님의 대결이었다. 블라인드 심사에서 가장 의도한 대로 그림이 나왔다. 한쪽은 정말 화려했고, 한쪽은 덜어낸 요리 아니었나.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고자 한 장면이 나왔다.

▶백종원 대표와 정반대의 성향인 안성재의 조합이 이 프로그램 '킥'이기도 했다

김은지 PD: 두 분이 성향이 다르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오히려 정반대이기 때문에 섭외했다. 백종원 선생님도 안성재 셰프 같은 분은 처음일 거다. 두 분이 반대였기 때문에 확신이 있었다. 케미가 좋았다. 부조화 속에 조화였다. 그 누가 백종원 선생님과 대등한 상태로 토론을 하겠나. 꼭 두 분이어야만 했다.

▶백종원, 안성재의 조합을 시즌2에서도 볼 수 있겠나

김은지PD: 우리에게는 두 분이 무조건 0순위다.

▶출연자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가장 섭외하기 힘들었던 출연자는

모은솔 작가: 사실 다 어려웠다. 처음 섭외를 했을 때는 알려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고생했다. 첫 촬영 전까지 모든 것이 비밀이었다. '넷플릭스, 백종원 대표님과 셰프 100명이 나온다'라는 내용만 밝혔다. 그러다 보니까 섭외가 힘들긴 했다. 한 분 한 분 다 찾아가서 진심을 다해 설명했다. '요리로 장난치지 않는다'라고 약속도 했다.

김학민PD: 진짜 진흙 속 진주를 찾는 과정이었다. 작가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지원을 하겠냐고 의사를 물은 후 모든 분들을 면접을 봤다. 모두가 동일한 과정을 걸쳐 캐스팅이 확정됐다. 500~600명 정도 지원을 하셨다. 최현석 셰프, 정지선 셰프도 처음에는 고사를 하셨다. 반면에 여경래, 에드워드 리 셰프는 흔쾌히 바로 와주신다고 하시기도 했다.



▶'흑백요리사' 밈들이 정말 많이 탄생했다. 특히, 백종원 셰프가 안대를 끼고 심사를 하는 장면들이 화제가 많이 됐는데

모은솔 작가: 당연히 '밈'이 되겠다고 예상했다. 요리사 100명을 모셨기 때문에 많은 변수를 예측하기 위해서 회의를 정말 많이 했다. 두 심사위원의 안대의 재질, 두께 등도 정말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말 많이 신경 썼다. 회의실에서 PD가 안대를 직접 썼는데 비주얼이 정말 인상 깊더라. 이건 무조건 우리 프로그램의 상징이 되겠구나 싶었다. 예상한 대로 녹화날에 두 분이 안대를 썼을 때 역시 강렬했다.

▶요리에서 시각적인 부분이 정말 중요하지 않나. 왜 굳이 안대를 사용했나

모은솔 작가: 블라인드 심사는 기존 요리 서바이벌에서도 많이 하지 않았나. 비주얼까지 공개하지 않는 건 없었을 거다. 두 심사위원이 워낙 요리에 대해 지식도 많고 감이 있으시기 때문에 비주얼만 봐도 유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을 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직 맛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꼭 필요했던 부분이었다.

김은지PD: 사실 안대를 쓴다고 했을 때 백종원 선생님이 안된다고 하셨다. 시각적인 것이 중요한데, 눈을 가리면 미각도 제한된다고 하시더라. 엄청 설득을 했다. 하고 난 후에는 두 분 다 잘한 선택이라고 하셨다. 오직 맛을 평가하는 데는 뛰어난 효과가 있었다.

▶흑수저, 백수저로 계급을 나눈 것에 대해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은지PD: 흑수저, 백수저의 출발선이 다르지 않나. 처음에는 '출연자들이 받아줄까?'가 가장 걱정됐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걱정됐다.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 룰을 설명하고 난 후에 출연자 중 한 두 명은 나가겠다 예상했다. 5초 동안 '나가셔도 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녹화 때 정말 긴장을 가장 많이 했다. 다행히 모든 셰프 분들이 동의해 주셨다. '경력 있는 분들을 대우하자'라는 마인드가 있더라. 셰프들이 '백수저' 셰프들을 리스펙 하는 모습들을 시청자분들도 엄청 좋아해 주셨던 것 같다. 칭찬을 해주셔서 안도했다.

▶결승전은 어떻게 봤나.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한 번에 만장일치가 됐는데

김학민PD: 한 번에 만장일치 됐기 때문에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런 와중에 '제발 이제 끝내자'라는 마음도 있었다. 현장 스태프들 대부분이 '이제 더 이상은 힘들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요리를 한다면 2시간 동안 다시 세팅을 해야 하고, 요리까지 하면 3-4시간이 더 소요된다. 욕심으로는 한번 정도 더 하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제발 끝내자'라는 마음이 90% 이상이었다. 한 번에 만장일치 됐을 때 성우가 제일 기뻐하셨다. 전회차 통틀어서 가장 행복한 목소리였다(웃음).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방향성에 대해 귀띔해 준다면

김학민PD: 시즌2 확정은 맞지만 아직 논의한 부분은 없다. 다각도로 준비를 하려고 하는 단계다.

김은지 PD: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부분, 선호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시즌2에서는 조금 더 사랑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 특히 시청자분들이 선호하셨던 부분은 셰프들의 진검승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 선호하지 않았던 점은 팀전을 연속으로 했던 거다. 시즌2에서 라운드를 구성할 때 그런 부분들을 반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즌1 레스토랑 미션에서 시청자들의 비난이 가장 거셌다

김학민PD: 제작진 역시 이런 요리 서바이벌을 처음 해보는 거였다. 경쟁에서의 여러 가지 면모들을 부각하려고 하다 보니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시청자들이 어떤 부분을 걱정하셨는지 너무 잘 안다. 시즌2에서는 방출은 없을 거다. 너무 많은 분들이 피드백을 주셨다. 시청자들의 반응들은 어떤 반응이든 다 절대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어떤 반응이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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