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국감 출석 아이돌 뉴진스 하니와 '노동자성'
- 입력 2024. 10.16. 15:39:15
- [유진모 칼럼] 지난 15일 인기 걸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하니 팜, 20)가 ‘아이돌 따돌림 및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사상 처음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 감사에 출석했다. 하니는 호주와 베트남 복수 국적자로 외국 연예인 참석도 최초이다.
이날 국감의 의제는 특수 형태 고용직 노동자 신분이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발생했을 시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포인트는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이 과연 노동자의 범주 안에 들어가느냐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 연예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연예인은 회사와 고용 계약을 맺고 근로를 하는 노동자와 다른 예외 대상자라고 규정했다. 적지 않은 연예 관계자, 법조인, 노동 전문가들 역시 연예인과 노동자를 구분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카테고리를 점점 더 늘리는 게 이 시대의 추세인 것은 맞다.
하니는 이날 이른바 '국감 패션'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이날 그녀가 입은 베스트는 아워 레가시 제품으로 가격은 460만 원이다. 청바지는 현재 그녀가 모델로 활동 중인 캘빈 클라인 제품으로 최소한 수십만 원은 한다.
그 외에는 유명한 구찌로 '도배'했다. 구찌 홀스빗 1955 숄더 백은 430만 원이다. 로퍼와 반지 역시 구찌 제품으로 각각 154만 원, 220만 원이다. 하니는 현재 구찌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다.
현재 노동자의 최저 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고 주 근무 시간은 48시간이다. 이에 근거할 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단순 육체 근로자가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 봐야 받는 돈은 200만 원 안팎이다. 그들이 한 번 나들이하는 데 온몸을 1000만 원이나 들인 패션 아이템으로 치장할 수 있을까?
노동자의 사전적 의미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디테일하게는 그 노동력을 육체노동으로 한정하기도 한다. 여기에 근거할 때 연예인, 그것도 소속사로부터 활동에 관한 모든 편의를 제공받는 가운데 지난해 1인당 52억 원의 정산금을 받은 정상급 스타 뉴진스를 노동자로 보아야 할까?
노동을 신성시하고 노동자의 세계를 부르댄 사상가로는 카를 마르크스가 가장 유명하다. 한때 이념계를 지배한 마르크스주의는 노동을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인간이 존재적 가치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라고 주장하였다.
철저하게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공산주의를 외친 마르크스는 인간의 노동을 교환이 가능한 상품으로 취급하는 자본주의를 폭력으로 전복시키고 새 세상을 세워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는 인간은 노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형성하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자아적 세계관을 완성할 수 있다고 외쳤다. 그에 의하면 노동은 인간의 본성을 발휘하는, 자아실현의 생산적 활동이다.
이에 의거하면 연예인도 당연히 노동자이다. 그렇다면 다른 노동자들처럼 자본가와 대척점에 서야 한다. 마르크스를 따른다면 자본가를 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과연 그럴까?
뉴진스의 주장에 의하면 '무시해.'라고 발언한 사람은 빌리프랩의 아일릿의 로드 매니저일 가능성이 높다. '높은 사람'은 최소한 하이브의 임원이다. 과연 최저 임금보다 조금 더 받을 것으로 짐작되는 로드 매니저가 '감히' 멤버 개개인이 52억 원이 넘는 정산금을 받은 뉴진스를 무시할 수 있을까? 설령 무시한다고 한들 오히려 뉴진스가 그를 더 무시하면 그게 더 강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아무리 하이브의 임원이라고 해도 1년에 52억 원씩 받기는 힘들다. 누가 누구를 무시해야 할 위치인지 가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마르크스와 자본론과 자본주의적 이론 모두에 근거할 때.
노동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전문 분야의 일인자가 되어도 회사가 좌천시키거나 해임하면 끝이다. 하지만 연예인은 연습생 때나 무명일 때는 회사에서 무시당할지 모르지만 스타덤에 오르고 나면 '을'에서 '갑'의 위치로 올라선다. 이것은 10대 팬들도 안다.
한화오션은 15일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 15일 국정 감사에서 하니와 기념사진을 촬영한 데 대해 사과했다. 이 회사는 "사업장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국회 국정 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상황에서 당사 임원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라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 회사는 사고가 잦아 사장이 국회에 불려 간 것이었다.
또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의원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날 오후 하니가 차량에서 내리자 최 의원은 인증 사진을 촬영했다. 이에 하니 측 관계자가 손을 들어 접근을 제지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만약 국감장에 채택된 증인이 뉴진스 하니가 아니라 시급 9860원을 받는 평범한 베트남 소녀였다면 국회의원이나 대기업 사장이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말 한마디 나누겠다고 체면까지 던져 버렸을까? 마르크스주의는 한낱 유토피아적 이론이었음이 이미 입증되었다. 그의 폭력에 의한 혁명 역시 간디에 의해 용도 폐기되었다. 과연 뉴진스 정도의 스타가 노동자인가?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