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처럼 사라진 것 복원"…봄여름가을겨울이 지켜온 진심[종합]
입력 2024. 10.16. 17:52:36

봄여름가을겨울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발매 35주년을 맞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정규 2집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이 현대 믹스 기술로 재탄생했다. 8090 시대 정신을 갈고 닦아 현재를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김종진의 진심이 듬뿍 담겼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 아지트 광흥창에서 '봄여름가을겨울2 -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35주년 (2024 MIX)’ 앨범 공개를 앞두고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989년 10월 발매돼 35주년을 맞은 정규 2집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이하 '나의 아름다운 노래')을 '메이크-두-앤드-멘드(Make-Do-And-Mend)'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선정해 오리지널 아날로그 멀티 테이프의 음원을 다시 믹스해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를 담아냈다.

이날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 2집이 나온 지 35년 됐다. 정확한 날은 기억 안 나지만 정확한 주는 기억이 난다. 정확히 35년 전 10월 셋째 주에 발매됐다. 마스터 테이프를 꺼내서 믹스를 다시 했고 그 음원을 내일 정오에 발매한다. 35년간 끊임없이 사랑해 주신 팬들을 위해 그들의 추억을 수선하는 기념으로 티셔츠, 에코백도 만들어 시간을 뛰어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라고 발매 소감을 밝혔다.

'나의 아름다운 노래'는 3곡의 연주곡을 비롯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어떤 이의 꿈', '그대, 별이 지는 밤으로' 등 총 10곡이 수록된 앨범으로, 2007년과 2018년 발표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김종진은 "이 앨범이 잘 되면서 봄여름가을겨울이 이런 앨범을 만들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는 팀이라는 믿음을 주는 계기가 됐다. 과거에는 없었던 라이브 앨범도 제작하는 원동력도 됐다. 3집 앨범은 전 과정을 최초로 미국에서 작업해 좋은 사운드 소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라며 "한국 100대 음반에 3번 모두 들기도 했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메이크-두-앤드-멘드(Make-Do-And-Mend)' 시리즈는 따뜻하고 평온한 공기로 가득한 시대에 즐겨들었던 사운드를 현재로 불러와 애정으로 수선하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통해 현재에도 당시의 음악을 마음껏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됐다.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이 직접 3달간 믹스를 진행했다.

그는 "보통 리마스터링이라는 말은 많이 쓴다. 이 음악을 그대로 가져다가 스튜디오에서 만들면 리마스터링인데, 우리는 아날로그 테이프를 완전히 새로 풀어서 새로 믹스했다. 과거의 음악을 그대로 쓰되 수선해서 지금 들어도 그 어떤 음악보다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힙해서 힙스터들이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든다는 기준이었다"라고 작업에 임한 태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의 것을 너무 고집하진 않았다. 마스터링의 기술이 엄청 발전했다. 연주력과 보컬들은 비슷한 것 같은데 가진 재료들을 더 좋게 들리게 하는 기술이 정말 발전했다. '35년 전 음악을 요즘 기술로 믹스하면 충분히 좋게 들릴까'하는 질문을 가지고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각 악기의 사운드가 잘 드러내도록 하는 고집은 지켰다. 김종진은 "요즘은 사운드가 파도처럼 뭉뚱그려서 들리도록 하는 트렌드가 있다. 그것에 있어서는 다른 접근을 했다"라며 "가령 '드럼을 듣겠다', '드러머 전태관의 팬이 될 거야' 하고 앨범을 들으면 그렇게 될 만큼 악기연주 분리 잘되게 했다"라고 얘기했다.



김종진은 앨범이 발매됐던 35년 전을 회상하며 시대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그때는 요즘보다 가을이 있었고 쌀쌀해서 외투 입고 다니던 때다. 버스정류장 앞에 가면 레코드 가게가 있었고 거기선 음악이 나왔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같은 음악을 들었던 시절이다"라며 "10월 첫 주 둘째 주에는 이문세가 1위를 했고 저희 앨범이 나온 셋째 주에 바로 1위를 했다. 네 번째 주에 이승철 나오니까 저희가 확 밀렸다"라고 추억을 되새기며 웃었다.

이어 "지금은 누구도 같은 음악을 듣지 않는 세대가 됐다. 제 딸, 아들도 무슨 음악을 듣는지 모른다"라며 "35년 전에 그 사람들이 들었던 음악이고 그 사람들의 자녀는 현재 대부분 20대시더라. 저는 이 음악을 엄마와 아들이 아들과 딸이 같이 들었으면 좋겠다. 부모와 자녀가 같이 들으면서 '우린 이런 음악 들었어 죽이지 않냐? 우리 이렇게 멋있었어'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또한 "2집 앨범을 만들 때로 돌아가 볼 수 있었다. 그때는 저 김종진, 전태관이 20대 후반이었는데 매사에 정신이 있었던 시대였던 것 같다. 음악가의 정신이 있었고 장사하는 분들은 상인 정신이 있었다. 그때는 우리가 하나 돼서 세상을 좋게 바꿔보겠다는 정신도 강했고 사변적인 얘기 잘 안 했다. 포커스가 강했던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정신은 많이 사라졌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종진은 이 작업을 통해 음악의 부활을 꿈꾼다고. 그는 "2000년대 들어서 음악은 죽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죽고 제작자는 살아났다. 가면 갈수록 그런 경향이 더해 갈 거다. 음악은 부싯돌 정도로 사그라지지 않을까"라며 "(그래서) 저의 궁극에 음악의 근원은 과거에 있다. 이제는 사라져 버린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 나가버린 사라진 것들을 복원하는 것.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혼신을 다해서 과거의 것을 재구성해서 들려 드리는 거다"라고 '메이크-두-앤드-멘드(Make-Do-And-Mend)'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종진은 "지금은 세상이 서로에게서 너무 돌아서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돌아서는 사람을 내 쪽으로 돌려주는 그런 음악을 우리 음악가들도 만들어주면 좋겠다"라고 한국 음반시장에 대한 소망을 밝혔다.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2024 MIX)' 앨범은 오는 17일 정오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며, Vinyl 한정판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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