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딜레마 속 설경구·장동건 파국 질주 [씨네리뷰]
입력 2024. 10.16. 17:55:42

'보통의 가족'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충격적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들 정도다. 동시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의 이야기다.

영화는 첫 시작부터 강렬하다. 한 대의 차량 앞, 또 다른 한 대의 스포츠카가 보복운전을 한다. 이에 화난 운전자는 차를 세워 트렁크를 열고 야구배트를 꺼낸다. 뒷자리에 앉은 자녀들은 ‘아빠 그만해’라고 말리지만 운전자는 스포츠카를 내리친다.

이에 스포츠카 운전자는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야구배트를 휘두르던 남성을 차로 들이박는다. 남성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차에 있던 어린 딸은 중상을 입고 입원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을 변호사 재완(설경구)은 스포츠카 운전자가 재벌이란 이유로 변호를 맡게 된다.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재완. 반면 그의 동생 재규(장동건)는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의사다. 중상을 입은 소녀 주치의가 재규라는 것을 알게 된 재완은 재규에게 합의를 종용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후 재완과 재규 부부가 함께 식사를 한 날, 이들의 자녀 혜윤(홍예지), 시호(김정철)는 학원을 빼먹고 일탈을 한다. 며칠 후 뉴스에서는 남녀 청소년이 한 노숙자를 폭행한 사건을 다루고,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은 이들이 혜윤과 시호라는 걸 알아챈다.

시호는 연경에게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혜윤은 변호사 아빠인 재완에게 털어놓는다.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본 재완, 재규, 연경, 그리고 지수(수현). ‘신념을 지킬 것인가, 본능을 따를 것인가.’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가는데.



‘보통의 가족’은 청소년 범죄와 이를 마주한 부모들의 태도를 조명하며 인간의 양면성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아이들의 살인으로 변하는 부모의 신념과 무너져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범죄를 마주한 부모의 입장에서 어떤 선택이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라고 묻는다. 딜레마에 대한 고민과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이 휘몰아친 후, 마지막에 다다라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란 화두를 던지기도.

자칫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주제를 허진호 감독은 특유의 디테일로 풀어낸다. 곳곳에 블랙코미디 요소를 배치, 숨 쉴 틈을 만들어주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 특히 김희애, 수현의 묘한 신경전은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유발하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영화의 핵심 장면인 식사신도 빼놓을 수 없다. 총 3번 등장하는 식사 장면은 네 사람의 도덕관념이 붕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배우들의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연기 격돌이 몰입을 더한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연출은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을 선보인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은 109분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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