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의 가족’ 수현의 버킷리스트 [인터뷰]
- 입력 2024. 10.18. 14:10:39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수현이 출발선에 섰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통해 성공적인 할리우드 신고식을 치룬 수현이 첫 한국 영화에 주연을 맡아 데뷔를 알린 것.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을 통해서다.
'보통의 가족' 수현 인터뷰
“데뷔 20년이라는 것도 새삼스러워요. 부산에 가면서 그 생각이 많이 들었죠.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더니 웃으셨어요. 그냥 뭔가 일이라는 것도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이때까지 영화 제안이 없었던 건 아닌데 인연이 안 됐고, 인연이 되려니까 선배님들과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촬영장에 가는 게 즐거웠죠.”
“감독님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허진호 감독님인 것부터가 너무 신기했어요. 주변 친구들에게도 버킷리스트가 있다고 했는데 허진호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는 여배우들은 항상 임팩트가 있잖아요. 여자배우들의 로망이 있는데 그 점이 신기했죠. 설경구 선배님께선 제가 궁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점도 좋았어요. 캐릭터 자체를 봤을 때 너무 저와 멀리 떨어져있는 이물이 아니어서 일상적인 사람을 연기한다는 것도 저에게는 처음이었어요. 원작에서도, 미국 작품에서도 가장 많은 게 공개되지 않은 인물이라 과연 이번에 어떻게 다르게 그려질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죠.”
영화는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연출은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을 선보인 허진호 감독이 맡았다.
“저와 잘 맞는 것 같았어요. 감독님과 비행기도 항상 옆자리에 같이 탔죠. ‘저희 짝꿍인가 봐요’라고 했어요. 하하. 감독님께선 제가 눈높이에 맞춰준다고 하는데 나이, 연륜 등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항상 친근하게 얘기해주셨어요. 같이 고민상담 하듯 이야기도 나눴죠. 저는 집요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고, 이름 하나 부르는 것도 ‘진짜 이렇게 부를 것 같아?’ 등 꼼꼼함이 감동이었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쉼 없이 캐릭터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지수는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인물. CCTV를 본 후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며 가족 간에 일어나는 균열과 복잡한 감정 사이, 정곡을 찌르는 연기와 함께 극 몰입을 높인다.
“감독님이 지수는 컬러로 따졌을 때 ‘화이트’라고 강조하셨어요. 중립적이라고 표현하긴 하지만 가장 때 묻지 않은 부분도 있고, 순수하기도 하고, 아직 완전하게 강한 주장도 물들어있지 않은 인물이라고 하셨죠. 화이트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어떨 때 보면 빈틈도 많아 보이는 인물이죠. 필라테스 신도 재완의 ‘트로피 와이프’ 같은 느낌을 줘요. 제 생각이 없을 것 같고, 부모로서 전혀 공감 못할 것 같은 인물의 의외성을 만들어주는 장치인 거죠. 철부지까진 아니지만 완전히 어른들 대화에 못 끼어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있었어요. 걱정한 건 ‘이 타이밍에 이 말을 하면 생각 없어 보이지 않나? 발연기 같지 않나?’ 할 정도로 대사들이 짧았거든요. 툭 던지는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라는 생각이 들게 할까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영화의 핵심 장면은 총 3번의 식사 신. 이 장면은 네 사람의 도덕관념이 붕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배우들의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연기 격돌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수현은 김희애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신으로 긴장감과 웃음을 동시에 유발한다.
“너무 대선배님들이라 다들 어떻게 하실까 싶었어요. ‘장동건, 김희애 선배님은 이렇게 하는 구나’ 그런 재미를 느꼈죠. 현장에서 지수는 제가 제일 잘 아는 인물이잖아요. 대사가 너무 짧고, 이상한 타이밍에 ‘저 근데요’라며 정적을 깨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들 사이에서 같이 앉아있지만 얘기를 언급하고, 듣고 보고 있는 지수를 어떻게 담아낼까가 큰 숙제였어요. 다른 생각도 많이 했고, 어떻게 하면 덜 감정을 표현할지 판단하며 연기했어요. 또 연경을 의식하지만 대드는 건 아닌, 그런 정도들을 잡아갔죠.”
영화는 아이들의 살인으로 변하는 부모의 신념과 무너져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범죄를 마주한 부모의 입장에서 어떤 선택이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지수는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정곡을 찌른다.
“지수는 감정보다 이해가 앞서는 사람이에요. 이 집에서 어떤 위치의 사람인지 알고 있고, 딸에게는 노력하고, 남편은 서포트 하며 미움 받지 않기 위해 정확하게 알고 있죠. 그런데 스스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애들은 어떻게 할까? 다친 사람은?’ 하나하나 생각하며 ‘나도 내 입장을 정했어, 결국 이게 맞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인물이에요. 감정의 변화는 오히려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생각의 변화는 더 확고하게 가져가는, 조금 더 성장하는 캐릭터죠.”
영화 ‘이퀄스’ ‘다크타워: 희망의 탑’ ‘신비한 동물사전과 그린델와드의 범죄’에 출연하며 글로벌 스타로서 활약을 이어간 수현. 또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 ‘경성크리처 시즌1’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 영화 첫 스크린 데뷔작인 ‘보통의 가족’을 통해선 어떤 성장을 겪었을까.
“경험치였어요.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지수였죠. 제가 연경을 할 수 없겠지만 연경도 지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또 선배님들은 마인드가 겸손하시더라고요. 희애 선배님에게 ‘어떻게 롱런하고, 체력도 유지하시냐’라고 묻기도 했어요. 패션도 다 소화하시잖아요. 그건 마인드인 것 같아요. 이걸 잘 한다고 의지하거나, 머무르는 게 없는 점이 크게 배울 점이었죠.”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로 데뷔한 수현은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활발한 국내 활동 출발선에 선 그는 “스펙트럼을 키우기 위해 욕심도 생긴다”라고 다짐하기도.
“20년 전, 연기 경험 1도 없이 뉴질랜드에 가서 시작했어요. 전화를 받는 신인데 감독님에게 ‘전화기를 들고 말해요?’라고 물어본 적도 있죠. 하하. 그걸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발전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때도 용기 있었던 것 같아요. 무슨 깡으로 했을까 싶긴 하죠.”
수현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대중 앞에 설 그의 얼굴과 연기가 기대를 모은다.
“‘몰랐어’라는 이야기가 좋게 들려요. ‘마에다를 연기한 배우가 한국 사람인지 몰랐어’가 저를 ‘일본 사람으로 봤다는 거네?’ 싶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좋게 와닿았어요. 어떤 배우를 떠올렸을 때 강한 인상이 있는 배우도 있지만, 새로운 역할을 했을 대 녹아들어 스며있다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2년 넘게 달려온 것 같은데 작품의 재미가 있어요.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죠. 항상 꿈꾸기만 했던 새로운 역할을 한다는 게 배우로서 너무 행복해요. 배우들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불안해하는데 조금 더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자신감이라고 하면 자신감이고요. 한국영화를 계기로 더 한국적인 것도 도전하고 싶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벗어던질만한 과감한 날것도 하고 싶고요. 삭발하라면 삭발도 하고. (웃음) 뭔가 강하게 바꿀 수 있다면 할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