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김대명, ‘물음표’가 기대되는 배우 [인터뷰]
- 입력 2024. 10.18. 16:42:1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드디어 빛을 봤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가 크랭크업 6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것. 배우 김대명은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제일 감사하다”라며 “몇 백만, 천만 영화를 기대하기보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직접 만나 뵙고 인사하고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김대명 인터뷰
“대본이 가진 힘이 컸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한 호흡에 다 읽었죠. 새로운 이야기거나 그렇진 않은데 내용이 가진 에너지가 컸어요. 진하고, 감정선을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캐릭터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출을 맡은 김민수 감독은 변성현 감독의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킹메이커’ 각본가로 참여한 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김민수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에너지가 세다고 느꼈어요. 세고, 재밌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제목처럼 크게 관통하는 에너지가 있더라고요.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했는지 궁금해서 그 자리에서 질문도 많이 했어요. 대본 쓰고 준비하다 보니 가진 백그라운드 스토리가 많더라고요. 동혁은 대본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대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죠. 이외 이야기는 감독님을 통해 들은 건 크게 많지 않았어요. 그 또래에 치기 어린 친구 느낌이었죠. 직업만 형사이고, 성장통을 제대로 맞는 나이의 또래 친구라 생각했어요.”
김민수 감독은 동혁이 ‘소년에서 남자로 가는 과정’이라 설명했다. 이에 김대명은 우정과 의리에서 시작했던 범행이 꼬이고, 수사망이 조여 오자 배신과 의심 사이, 궁지에 몰린 자의 절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까지 감량하는 노력을 더하기도.
“무술감독님과 액션을 많이 준비했어요. 총도 처음 다뤄봤죠. 체형 변화도 필요하다 보니 체중 감량도 했어요. 총 15kg 정도 뺐죠. 감독님의 계획이 있었어요. 동혁이가 어떻게 보면 애 같은 친구잖아요. 성장통을 제대로 맞으면서 큰 고난, 죽음의 고통이 찾아온 후 마지막에는 어른이 된다는 걸 얼굴에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조금만 빠지면 잘 보이지 않으니 해보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했어요. 확실히 몸은 힘들지만 결과물을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다음에 더 잘 준비해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대명은 또 정우와 친형제 같은 믿음과 친밀함을 실감 나게 전해 사건이 잘못된 후의 둘 사이에 일어나는 균열을 더 애타게 보게 만드는 ‘케미’를 만들어냈다.
“되게 좋았어요. 또래 배우랑 연기할 일이 많지 않거든요. 긴 호흡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많은 걸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에너지를 많이 받았고, 둘 다 낯을 가리지만 찍으면서 친해졌어요. 서로 고생을 많이 하는 역할이잖아요. 만나면 서로 응원하고, ‘어젠 얼마나 고생했냐’ 등 이야기를 나눴죠.”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크랭크업 후 코로나19 여파로 약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개봉하게 되자 김대명은 김민수 감독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감독님이 조감독을 오래 하셨어요. 변 감독님과 오랫동안 같이 작업하셨죠. 시나리오 작가 작업도 오래 하시고, 조감독 생활도 오래하셨어요. 현장을 지휘하는 건 탁월했죠. 본인이 글을 다 쓰셨기에 머리 안에 완벽한 그림이 있었어요. 제가 어떤 질문을 하건 ‘맞다, 그르다’를 판단해주셔서 되게 좋았어요. 그래서 믿고 달렸죠. 블라인드 시사 때 처음 봤는데 개봉까지 디테일하게 손을 보신 것 같아요. 감독님에게 고마운 건 손을 놓지 않으셨죠. 빈틈이 보일 때마다 체크하고, 만져보기도 하고, 음악 등 틈을 계속 채우려고 하셨어요. 그 손을 놓지 않는 게 쉬운 게 아닌데 그런 면은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되게 멋지다고 생각해요.”
개봉에 앞서 영화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 바. 3회차 상영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오랜만에 영화제를 갔어요. 개막식 때 정우, 병은이 형, 감독님과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고생했을 때도 떠오르고, 이 영화를 위해 다 같이 달려온 기억이 났어요. 세상에 꺼내놓는다는 게 가슴 뭉클하더라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이후로 영화제에 가는 거니까 마스크를 벗고 앉아있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버러지면 안 되는 큰 시련이 왔었으니까 잘 헤쳐 나가, 감사한 순간이 왔다는 게 뭉클한 느낌이 들었죠.”
드라마 ‘미생’ ‘슬기로운 의사생활’부터 영화 ‘더 테러 라이브’ ‘마약왕’ 등. 부드러운 이미지와 특유의 미성. 그 뒤로 악의 이미지가 스칠 때 섬뜩함까지 김대명은 극과 극을 오가는 다양한 역할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워 왔다. 다양한 연기를 오가는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일까.
“작품을 준비할 때 대본을 놓지 않는 편이에요. 대본을 받으면 기차, 버스, 비행기 등 이동하는 과정 안에서 집중해서 보죠. 해외에 가기도 하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기도 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강릉까지 가기도 해요. 종착지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몰입해서 보고, 해석하려고 하죠. 작품 선택 기준은 울림이에요. 그리고 제 욕심인가를 많이 생각하죠. 내가 잘할 수 있는가, 개인적인 건지, 배우로서 욕심인 건지 등. 판단이 흐려지면 작품에 안 좋은 영향이 갈 수 있으니까 주변에 많이 여쭤보기도 하고, 저도 보려고 하죠.”
2006년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로 데뷔한 김대명은 베테랑 배우 반열에 올랐다. 데뷔 초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에 대해 묻자 “달라진 건 없고, 조심해야한다는 건 있다”라고 답했다.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 자신에게 영향은 없지만 저를 보고 영향을 받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 마음은 지켜주고 싶어요. 성취감과 뿌듯함도 문득 생각나는 것들에서 느끼죠. 이번에 너무 잘됐다고 해서 느끼는 것 말고, 시간이 지난 후 문득 다가오는 것들에 있어서 느껴요. 예를 들어 해외 나갔다가 누가 저를 보고 기뻐하는 것, 거기에 감사함을 느껴요. 시골에 혼자 여행 갔다가 만난 할머니께서 기뻐해주시거나. 필통도 대구에 여행 갔을 때 식당에서 한 할머니께서 팬이라며 선물해주신 거예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이후 김대명은 차기작으로 ‘조명가게’ ‘돼지우리’ ‘협상의 기술’ 등 공개를 앞두고 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저를 찾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앞으로 활동에 기대감을 더했다.
“작품마다 가지고 있는 장르가 달라요. 캐릭터도 다르고요. 작품 속에서 저를 찾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저 사람이 어떤 재미를 보여줄까’ 하는 물음표를 띄우지 않을까 기대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UA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