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활명수’, 가볍게 즐겨! [씨네리뷰]
- 입력 2024. 10.30.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코믹 한 방울에 휴먼 드라마 한 방울이 더해졌다. 자극적인 맛으로 완성된 게 아닌, 가볍게 마셔 그 맛을 음미하고, 속 편히 즐길 수 있는 영화 ‘아마존 활명수’(감독 김창주)다.
'아마존 활명수'
한때 촉망받던 양궁 메달리스트 진봉(류승룡)은 은퇴 후 회사에 몸을 담고 있다. 영혼까지 담지 못한 탓일까. 매년 승진에서 미끄러지던 그는 구조조정 위기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가정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최이사(고경표)는 진봉에게 아마존 볼레도르로 가 양궁 감독 자리를 제안한다. 진봉이 양궁 감독이 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볼레도르 정부가 회사에 금광 개발권을 주기 때문. 진봉은 승진을 위해 아마존 볼레도르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통역사 빵식(진선규)은 한국계 볼레도르인으로 한국인 할아버지, 볼레도르인 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진봉과 빵식은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 시카(이고르 페드로소), 이바(루안 브룸), 왈부(J.B. 올리베이라)를 만나 양궁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부족을 지키기 위해 양궁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과 함께 한국행을 결심한다.
‘아마존 활명수’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과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제대로 한 방 쏘는 코믹 활극이다.
신선한 소재다. 미지의 땅 아마존과 대한민국 효자 종목으로 불리는 스포츠 양궁이 코미디 장르로 만난 것. 지금껏 보지 못한 장르와 소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배세영 작가가 TV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우연히 보면서부터다. 배세영 작가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채집과 사냥을 하는 아마존 원주민들의 모습에서 전사 캐릭터를 착안했고, ‘아마존 활명수’를 기획했다.
영화는 원주민들과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 한국의 충돌을 담으면서도 ‘양궁’이라는 매개체로 만난 이들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들이지만 우리와 똑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단순 코미디가 아닌, 그 이상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배우 류승룡, 진선규의 콤비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두 사람은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에서 한 차례 티키타카 호흡을 맞춘 바. 이번 ‘아마존 활명수’에서 두 사람은 지구 반대편에서 낯선 만남으로 시작해 점차 한 팀이자 한 식구가 되어가는 호흡을 선보이며 웃음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쏜다.
실감 나는 양궁 신도 관전 포인트다. 정성원 선수, 최성진 선수 등 실제 국가대표 출신 양궁 선수들의 자문을 받아 완성된 양궁 신은 경기 장면의 리얼리티를 살려 영화적 완성도를 높인다. 시원하게 화면을 가로지르는 화살을 보고 있으면 ‘활명수’를 마신 듯한 느낌도 든다. 오늘(30일) 개봉. 러닝타임은 113분. 12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