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 연상호 감독 “정진수·박정자만 부활? 다른 부활자도 있죠” [인터뷰]
입력 2024. 10.30. 09:00:00

'지옥2' 연상호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지옥행 고지’와 ‘시연’이라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설정으로 삶과 죽음, 죄와 벌, 정의 등 보편적인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지옥’ 시즌1. 배영재(박정민)와 송소현(원진아) 부부 아기의 생존, 정진수(김성철)의 시연, 박정자(김신록)의 부활 예고 등으로 끝맺음 됐던 ‘지옥’ 시리즈가 2편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천사의 고지와 사자의 시연이 만연화 된 혼란스러운 사회 속 각자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새진리회, 화살촉, 소도의 대립이 이야기 줄기를 뻗어 나간다.

연상호 감독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각본 최규석, 연출 연상호)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옥’ 시즌2의 탄생

2001년 ‘지옥’ 시즌1 공개 후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는 더욱 확장되고 깊어진 ‘지옥’의 세계관을 그린다.

“형식을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해 많이 이야기 했어요. 처음 ‘지옥’ 작품을 구상한 건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였죠. 시즌1을 돌이켜보면 1~3부가 하나의 이야기, 4~6부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이잖아요. 그게 최초의 구상이었어요. 제가 어릴 적 좋아한 ‘환상특급’이나 요즘 나온 ‘블랙미러’처럼 옴니버스가 최초의 구상이었죠. 시즌2에 포함된 이야기는 천세영(임성재)과 우지원(문근영)의 이야기예요. 단편적인 이야기가 있었는데 시즌1이 끝난 후 옴니버스 형식으로 갈 것인가, 하나의 중심인물을 따라가는 이야기로 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죠. 그리고 ‘시즌1에 느낀 바, 하나의 한줄기 이야기로 만드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하나의 줄기, 방향성으로 만들어가자고 시즌2를 하면서 하게 됐죠.”

지옥행 고지와 시연이 만연해진 세상, 정진수 의장의 부재와 고지 받은 아기의 생존 때문에 새진리회는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반대로 화살촉은 선동과 선전으로 세력을 키워간다. 그러던 와중 부활한 박정자를 숨기고 있던 새진리회에 정부가 은밀히 접근,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한다. 여기에 시연을 당했던 정진수 또한 갑작스레 부활하게 된다. 부활은 구원의 시작일까, 또 다른 지옥의 시작일까.

“시즌2는 정진수의 부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에요. 주제, 줄기로 잡다보니 전체 이야기를 어떠한 형식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콘셉트가 중요했죠. 크게 생각하면 정진수와 박정자의 부활에서 시작되기에 지옥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정진수의 지옥은 공포에요. 공포를 이용해 사람들을 단죄하는 형식으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에 사로잡힌 인물이죠. 공포를 이용해 단죄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가진 인물이라 봤어요. 박정자는 시즌1에서 고지를 받고, 지키고 싶은 걸 지키려는 콘셉트에요. 박정자의 지옥은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이죠. 박정자의 부활이라고 하는 건 그런 순간에 있다고 생각하고, 시즌2 전체 내용이 지옥에 관한 이야기를 해요. 어떻게 보면 지옥 그 자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죠.”



◆연상호 감독이 생각하는 ‘지옥’

부활한 정진수, 박정자의 지옥은 각기 다르게 표현됐다. 정진수는 여러 세계에서 시연을 당하고, 부활 이후 거울을 통해 지옥 사자들과 마주한다. 반면 박정자는 인물마다 죽음 직전의 순간을 보게 된다. 각자 내면에 가진 공포감과 나약함이 다르다는 것을 ‘지옥의 세계’로 각기 다르게 표현한 것.

“지옥이라고 하는 작품과 별개로 예측이 가능하면 지옥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종교에서 묘사한 지옥이 공간적으로 불구덩이거나, 엄청난 고통이 상징하는 곳이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어요. 그 고통이 ‘천년이 지나도 여전히 고통일까?’ 싶었죠. 백년까지는 고통일 것 같은데 천년이면 출근하는 느낌일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고통이 아니잖아요. 결과적으로 지옥이라고 하는 건 예측불가능함이 기본이 되어야 지옥이라 생각해요. 정의가 될 수 있다면 이미 그건 지옥이 아니게 되는 거죠. ‘지옥2’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이 정의하기 위해 발버둥 쳐요. 수많은 발버둥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무색하게 하는, 예측할 수 없음이 존재하게 했죠. 앞서 시즌1에서 중요하게 얘기한 건 ‘인간의 자율성’이에요. 시즌1의 마지막에서도 ‘여긴 인간의 세상이다, 인간의 자율성이라고 하는 건 무엇인가’에 고민했어요. 정진수는 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 뭔가를 하려고 했고, 이수경(문소리)은 부활까지 포함해 이야기를 해요. 이야기를 하면서 끝이 나야 한다고 생각했죠. 관객은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마지막에 알게 되잖아요. 결과적으로 똑같은 거예요. 죽고 나서 부활이냐, 부모의 사랑에 대한 생존이냐는 어떤 이야기를 믿느냐에 따라 자율성에 달려있어요. 종말이 왔을 때도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자율성을 가지게 된다는 걸 상상하며 이야기를 만들었죠.”

◆정진수 역, 유아인의 하차→김성철의 합류

‘지옥’ 시즌1에서 정진수 역은 유아인이 분했다. 그러나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지옥2’에 하차하게 됐고, 빈자리는 김성철이 채우게 됐다. 촬영을 앞둔 시점, 주연 배우 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김성철은 역할에 완벽히 동화된 연기로 우려를 말끔히 지워냈다.

“처음엔 의상과 헤어스타일 정도 비슷하게 가자했어요. 유아인 배우가 보여준 인상적인 신이었기에 배우와 제작진도 부담스러운 장면이었죠. 그래서 관객들에게 정진수의 등장을 천천히 보여주자 싶었어요. 처음부터 빵 하고 보여주는 게 아닌, 실루엣으로 보여주자 했죠. 이게 얼만큼 싱크로가 있느냐에 대한 강박이 있을 수 있어요. 배우의 연기가 아무리 흉내 낸다고 해도 이길 수 없잖아요. 앞에 오프닝 부분만 조금 설명이 있다면 뒤는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죠. 시즌1의 정진수와 시즌2의 정진수는 너무나 성격이 달라요. 시즌1의 정진수는 상당히 신비로운 인물이거든요. 시즌2에선 가정사가 나오기에 인간성을 부여해 접근 방식이 달라요. 만약 유아인 배우가 시즌2의 정진수를 한다고 해도 시즌1의 정진수와 달랐을 거예요.”



◆정진수‧박정자의 부활, 기준은?

‘지옥2’에서는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지옥 사자들의 정체, 지옥행 선고와 부활의 기준 등이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시즌2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던 부활에 대해선 시청자들의 여러 해석이 오가고 있기도.

“저는 두 사람만 부활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정칠(이동희)이 ‘다른 사람도 부활할 수 있지 않나, 그럼 어떡하냐’고 했을 때 이수경이 ‘모두가 부활한다고 해서 상징되는 건 아니다’라고 하잖아요. 그 측면에서 다른 부활자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즌1에서 봤을 때 위치를 알 수 있는 부활자 개인이 있잖아요. 처음 시연을 당한 인물이 있고, 새진리회 내부에서 시연을 당한 사람도 있어요. 그들이 언젠가 부활하든 부활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눈에 띄지 않을 뿐이죠. 아직 설정에 나오지 않았지만 부활하는 시간, 시공간은 넓다고 생각해요. 신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100명이 부활할 수 있고, 1000년 전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부활하는 시간이라고 하는 게 명확하게 시연하고, 얼마 뒤에 부활한다는 게 있지 않아요. 시간이 넓다보니 그들이 흩어져있을 뿐이죠.”

부활을 하기 위한 조건이나 요건이라는 것도 있을까. 이를 묻는 질문에 연상호 감독은 “저도 이유 자체가 너무너무 궁금하다”라고 답하며 부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궁금한 이유는 그걸 모를 때 생기는 불안 같은 것들, 지옥의 습성이 있잖아요. 반복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걸 아는 순간 인간의 불안감, 카타르시스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여러 종류가 있어요. 처음 공포영화를 상영했을 때 관객들은 ‘내가 돈을 내고, 공포를 경험해야 해?’라며 화를 냈어요. 그러나 공포는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카타르시스에요. 부활 요건을 말씀 드릴 수 없지만 공포영화 맨 마지막에 성룡의 영화처럼 NG장면이 들어가는 거라 생각해요. 귀신이 분장을 지우고, 다 같이 악수를 하거나 그런 거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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