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미, '젖년이' 외설+조롱에 욕설까지 '막장 코미디?'
- 입력 2024. 10.30. 15:17:24
- [유진모 칼럼] 공백기로 감각을 잃은 것인가, 휴식의 틈을 매우려다 나온 무리수인가? 출산으로 1년의 공백기를 가진 뒤 지난 6월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안영미입니다'로 컴백한 코미디언 안영미가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 6에서 tvN 드라마 '정년이'의 관계자들을 모욕했다는 비난을 받은 뒤 다시 라디오 생방송 중 욕설을 내뱉어 논란의 도마 위에 우뚝 섰다.
안영미
안영미와 쿠팡플레이는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안영미는 30일 SNS를 통해 테이블 위의 커다란 그릇에 채소 등과 함께 자신의 얼굴을 올린 합성 사진을 업로드했다. 이에 '자신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먹잇감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듯하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왜 먹잇감이 되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지 않고 유아독존의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긍정적 반응을 받지는 못할 듯하다.
안영미는 또 29일 '두시의 데이트 안영미입니다'에서 보이 그룹 더보이즈 멤버 선우, 갓세븐 멤버 영재와 생방송을 하던 중 욕설을 뱉는, 납득하기 힘든 모습까지 보였다. 그녀는 선우에게 "생방송 중 팬들의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하냐?"라고 묻고 답변을 들은 뒤 대뜸 "(팬들 요청을 들어 준 뒤) 뒤돌아서 '씨X'이라고 하는 거냐?"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그녀는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될 것을 의식한 듯 이내 "신발, 신발 한다고요?"라고 정정했다. 이에 선우는 "신발 끈 묶으라고 하면 돌아서서 묶죠."라고 애써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 문제의 방송 내용은 현재 MBC 다시 듣기 서비스에서 편집된 상태이다.
한때 국내 코미디가 저질이라는 비판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방송사 코미디와 대중가요 프로그램은 밤무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특히 코미디의 경우 드물지 않게 저급한 수준의 콘텐츠가 나오고는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찰리 채플린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수준은 다른 슬랩 스틱 코미디와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괴롭히는 내용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70년대 후반 이른바 개그맨 1세대들이 등장하면서 콘텐츠의 질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저질 논란은 끊이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수준 향상의 길을 내달렸다. 그런데 안영미는 선배들이 오랜 세월 동안 힘들게 진전시킨 코미디의 내용을 천박하게 퇴보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년이'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낭패감을 주었다.
첫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성과 돈은 절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의 소재인 것은 맞는다. 문제는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차이에 있다. 답은 간단하다. 그걸 보고 듣는 사람이 예술적으로 느껴야 예술이 되는 것이지 만든 사람이 암만 예술이라고 떠들어도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쿠팡플레이는 굳이 예술 작품을 방송할 의무는 없다. 그렇지만 매우 외설적인 내용을, 그것도 동업자를 모욕하는 방송을 해도 된다는 자격 소지의 여부도 미지수이다.
둘째, 콘텐츠에 모델이 있다면 당연히 그 당사자의 명예, 초상권, 저작권, 제작 의도 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간과하면 곤란하다. '정년이'는 한국전쟁 직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하던 시기의 정년이라는 예술가를 통해 남존여비 사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비판하고, 아직도 그게 잔존해 있다는 것을 경고하며, 여성의 자존감을 만천하에 알리는 내용이다.
원작인 웹툰 작가부터 드라마의 작가와 연출자를 비롯한 스태프, 그리고 전 배우들까지 모두가 사명감과 긍지를 갖고 제작에 임하고 있으며 그 노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시청률 13.4%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입증하고 있다. 안영미는 그 긴장감 속으로 들어가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많은 시청자들까지 조롱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SNL 코리아'는 지난 19일 걸 그룹 뉴진스 하니의 국정 감사 참고인 조사 장면을 패러디하면서 어눌한 한국어를 연기해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지난 10일에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감 장면을 과장되게 표현했다는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쿠팡플레이 측은 아직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 3사가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찬성했다. 이제 KT만 승인하면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맞설 토종 공룡이 출범하게 된다. 혹시 쿠팡플레이의 발버둥인가? 아니면 안영미의 감각 이탈인가? 안영미는 훗날 아들이 논란이 된 방송을, 혹은 온라인상에서 그 논란의 내용을 보고 들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 터인데.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