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고코로 리에 "30년 무명생활, 30년 더 노래할 수 있기를"[인터뷰]
입력 2024. 10.30. 15:40:00

우타고코로 리에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한국에서 노래 낼 거라는 생각도 못 했어요. 한국 분들이 많이 들어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실 거라고 생각 못 해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

MBN '한일가왕전' '한일톱텐쇼'에서 청아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한일 양국 팬들의 사랑을 받는 우타고코로 리에가 한국에서 첫 음원을 발매했다.

지난 21일 발표된 '제비꽃'은 1985년 발매된 조동진의 원곡을 컨템퍼러리 팝 발라드로 재해석한 곡이다. 서정적인 기타와 피아노가 함께 어우러지며 드라마틱한 전개를 만들어내고, 우타고코로 리에의 애틋하면서도 따뜻한 허밍으로 곡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담담하면서도 차분하게 녹여냈다.

이 곡은 nCH엔터테인먼트 정창환 대표의 추천으로 리메이크하게 됐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제가 잘하지 않는 장르라 부담을 느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장르적 부담뿐만 아니라 언어의 부담도 느꼈다고. 그는 "한국어 발음이 좋지 않다. 제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언어의 벽을 느끼기도 했지만 ('제비꽃'의) 주인공이 인생을 살아가며 꿈과 사랑, 좌절 같은 걸 시처럼 담아낸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저도 그렇고, 청자도 죽음에 대한 경험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요. 삶이라는 커다란 테마에 공감했던 것 같아요."

우타고코로 리에는 "슬프고 애절하게만 끝나도록 노래하고 싶지 않았다. 노래 내용이 슬프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에 눈물도 났다. 하지만 생명에 빛도 느껴지는 곡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정식 발매에 앞서 최근 열린 '2024 트롯걸즈재팬 1st 콘서트 - 돌아와요 부산항에'에서 '제비꽃' 무대를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다. 노래가 원곡과 달라진 부분이 있어서 (관객분들이) 인트로 부분을 들으시고는 '이게 무슨 곡이지?' 하셨던 것 같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아' 하고 알아주셔서 '유명한 곡이구나' 실감했다. 발음 때문에 '잘 전달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돼서 긴장이 커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일본 OTT 플랫폼 아메바(AMEBA)에서 방영된 '트롯걸 재팬' 준우승을 차지한 우타고코로 리에는 한국에서 MBN '한일가왕전' '한일톱텐쇼'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한국 방송에 출연한 경험은 큰 충격이었다고. 우타고코로 리에는 방송 시스템, 한국 아티스트의 훌륭한 실력에 감탄했다.

"일단은 제작진의 파워풀함, 여성들로 구성된 작가에 놀랐어요. 아티스트 한 명당 작가 한 명 배정되는 것도 놀라웠어요. 일본은 방송이 차분하게 진행되는 편인데 '톱텐쇼'는 다 같이 즐기는 분위기였죠. 린, 마이진, 다현 등 한국 출연자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본 출연자들이 대결할 수 있나' 걱정했죠. 창법이나 표현력을 배우고 싶어서 많이 듣고 있어요. 한국에서 가수를 육성하는 방법을 일본에서도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어 한국의 트롯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하고 느낀 점에 대해 묻자, 리에는 "쇼와가요, 엔카보다 더 넓은 장르다. 블루스 같은 곡도 있고, 샹송 같은 곡도 있다. 멋진 악곡이 많아서 빠져들기 쉽다"라고 답했다.

"제 음악 장르 역시 트롯이라고 말해도 멀지 않은 것 같아요. 원래 제가 팝으로 데뷔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말하는 트롯과 큰 차이 없다고 느꼈죠."



현재 우타고코로 리에는 일본과 한국을 오고 가며 생활하고 있다. 가족들이 모두 일본에 있어 한국에는 스케줄이 있을 때 들어오고 있다고. 그의 남편은 일본에서 라이브 카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방송 이후 라이브 카페가 관객으로 꽉 찼다고 전했다.

"제가 한국에 와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는지 남편이 모르다 보니까 불안해했어요. 괴롭힘당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할 때 한국에서 오시는 팬분들도 생겼는데, 남편이 '리에를 이렇게 받아들여 주는구나!' 실감하고 있어요."

1995년 3인조 그룹인 렛잇고(Let it go)로 데뷔한 우타고코로 리에는 이온 음료 CM송,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 일본어 버전 OST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크게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제가 내년이면 노래를 시작한 지 30년이에요. 30년 동안 목이 망가진 적도 있었죠. 노래를 그만두려고도 했었어요. 정신적으로 가라앉았고, 누구 앞에서 노래하는 게 무서웠어요. 그런데 남편의 '너에게는 노래가 있다'라는 말이 큰 힘이 됐죠. 저의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이에요. 그래서 제 고향 도치기현에서 콘서트를 열고 은혜를 갚고 싶어요."

우타고코로 리에는 30년이라는 기나긴 무명생활 끝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51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앞으로 30년 더 노래하겠다는 큰 포부를 밝혔다.

"데뷔했을 때부터 할머니가 돼서도 노래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일본이 아닌 바다 건너 한국에서 노래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죠. 제가 30년 뒤에는 81살인데 건강한 할머니가 돼서 가까운 사람들과 노래하며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C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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