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2’,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김성철의 자신감 [인터뷰]
- 입력 2024. 10.31. 08: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김성철이 아니었으면 누가 이 역할을 도전하고, 소화할 수 있었을까. 시즌2의 정진수는 ‘김성철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1에서 유아인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진수를 새롭게 탄생시킨 김성철이다.
'지옥2' 김성철 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각본 최규석, 연출 연상호)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웹툰 원작 토대로 캐릭터를 해석했어요. 시즌1의 연결성보다는 ‘지옥’ 웹툰을 토대로 연결성을 가지고 왔죠. 1에서 그려진 그림과 다른 그림이 나왔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라 할 수 없겠지만 접근방식을 다르게 갔어요. ‘정진수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감정에 대해 뭘까?’라고 생각했을 때 공포, 두려움이었죠. 두려움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20년 동안 두려움에 시달린 상황 속 선택한 게 새진리회 교리를 만들었고, 하나의 종교가 됐잖아요. 또 종교를 사람들에게 세뇌 시키고. 그게 시즌1에서 그려지는 관계성이었죠. 시즌2는 거대한 거짓말 보다 정진수의 속내를 드러내는 거라 연결성을 조금 뒤로 하고, 시즌2에서 나오는 정진수의 모습을 상상하며 연기했어요.”
시즌2는 지옥행 고지를 받은 정진수의 시연 장면으로 시작된다. 앞서 해당 장면은 시즌1에서 유아인이 선연기를 펼쳤기에 같은 장면을 연기해야하는 부담은 없었을까.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말 어렵죠. 그건 모두가 힘들어 했을 거예요. 저도 힘들었지만 스태프들은 시즌1에서 함께한 분들이라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어요. ‘과연 김성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았죠. 결과적으로 ‘주관적인 당신들의 기대에 충족이 됐느냐’ 하는데 저는 그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제가 중요시 여긴 건 정진수 캐릭터가 시즌2에서 그려내는 이야기를, 첫 스타트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였어요. 제가 생각하는 정진수를 시청자들에게 첫 시작부터 각인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큰 신이 부담이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시즌1 속 정진수 캐릭터를 알기에 에너제틱하게 하려 했어요.”
정진수는 비밀리에 시연을 받은 후 지옥을 겪게 된다. 어린 시절, 그를 둘러싼 인물들 속으로 들어가 여러 차례 시연을 받으면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해낸다. 정진수의 전사가 그려지는 장면이기도.
“시즌2에서 첫 시연은 날 버리고 떠난 엄마에게서 시작돼요. 첫 시연을 당했을 때 몸은 불륜남이었죠. 증오하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 몸소 체험하는 게 얼마나 지옥 같은 경험이에요. 엄마도 날 버리고, 매일 술먹고 집에서 폭력을 가해 그토록 싫어했던 아빠의 몸속에 들어가 어린 나를 보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정진수란 인물은 어렸을 때 내가 엄마였다면 버리지 않고, 아빠였다면 힘들게 하지 않았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몸에 들어가 행동을 이행하잖아요. 그건 끔찍한 고통이라 생각해요. 장면들이 엄청나게 설명적이거나 긴 신이 아니기에 표현하기 힘들었지만 정진수가 느끼는 흥분, 혼란스러움, 어쩔 수 없는 고민, 자의식이 없는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하차한 배우의 자리를 채워야한다는 부담감 및 더 깊어진 인물의 내면을 표현해야하는 어려움도 컸을 터. 그럼에도 이 작품과 역할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캐릭터가 매력 있었어요. 또 앞으로 정진수 캐릭터는 못 맡을 것 같았죠. 이런 플롯을 가진 인물을 맡을 수 있을까, 이건 디스토피아, 망가진 세상인데 앞으로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까 싶었죠. 캐릭터성이 매력 있어 선택한 것 같아요. 아인이 형의 연기를 재밌게 보고, 감탄 하며 봤기에 비교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더 잘해내야지’ 생각보다 ‘내 것을 해야겠다’ 생각했죠. 연기라는 것이 워낙 주관적이고, 작품도 주관적이니까 누군가는 좋아해주실 것 같았어요. 혹여나 반대 의견이 있다고 해도 이건 저의 선택이었죠.”
출연 결정에는 연상호 감독의 영향도 컸다고 밝혔다.
“감독님도 급하셨을 거예요. 대체자를 찾아야 했으니.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니, 유일하게 저밖에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작품 선정의 첫 번째가 ‘얼마나 나를 원하는가’죠. 감독님이 원하면 원할수록 작품도 잘 나오고, 캐릭터 완성도 높아요. 감독님이 보여주셨던 자신감,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 그리고 저라는 배우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믿고 가야겠다’ 생각했죠.”
연상호 감독의 안목이 옳았다. 연상호 감독은 “시즌2의 정진수는 김성철 그 자체였다”라고 칭찬하기도.
“저도 물론, 집에서도 두려워해요. 하루 전날, ‘이걸 해도 괜찮을까?’ 생각하죠. 현장에서는 언제나 확신에 찬 것처럼 해요. 저는 카메라에 담겨지는 사람이고, 감독님은 찍어야하는 사람이잖아요. 배우가 확신 없이 혼란스러워하면 감독님이 힘들어할 것 같았거든요. 걱정이나 우려는 집에서 많이 하고 현장에서는 최대한 안 하는 편이에요. ‘이게 맞아’라고 세뇌하죠.”
‘지옥2’는 김성철에게 여러 의미를 가진 작품일 터. 또 하나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그만큼 성장한 그다.
“작품 하나하나 할 때마다 감사한 기분이에요.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고 있죠. 정상만 바라보고 가는 건 아니에요. 가끔은 내리막도 있고, 평지도 나올 것이고요. 저는 등산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는데 ‘지옥2’도 그런 작품이지 않을까요. 이게 저의 대표작, 인생작이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매 작품 갖는 바람인 것 같아요. 조금 더 먼 미래를 보자면 열심히 했고, 재밌는 작품이었죠. ‘지옥2’는 저에게 큰 도전이었어요. 사실 어려운 도전이죠. 누군가는 ‘배우가 바뀌었네?’ 할 수 있지만 배우 입장에선 큰 도전이자 부담감이 없을 수 없거든요. 그러나 스스로 다짐해요. ‘난 할 수 있어!’라고. 그래서 끝났을 때 성취감이 있었어요.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 보다 한 작품 끝냈구나 싶었죠.”
김성철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멈추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매 작품 도전이자,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도전이에요. 제가 점점 책임져야하는 분량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자체가 도전이죠. 한 영화를 제가 온전히 끌고 갈 수 있을까, 그런 것들도 다 도전이에요. 저는 공연도 많이 하거든요. 공연은 저의 일상이에요. 관객들을 3시간 동안 압도시키는 것도 저의 일상이죠. 더 나아가 카메라 앞에서 보여줘야 하고, 그 에너지를 고스란히 전해야 하고요. 공연은 제가 가진 에너지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즉각적으로 보여주기에 좋아요. 카메라 앞 연기는 수많은 기술이 필요하고, 많은 편집이 필요하잖아요. 그것들을 더 유연하게 나아가는 게 저의 목표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