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손끝은 사랑을 싣고 [씨네리뷰]
입력 2024. 10.31. 08:00:00

'청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첫사랑의 풋풋함, 청춘의 싱그러움, 여름날의 청량함. 이 모든 단어가 집약된 영화다. 눈으로 이야기하고, 손끝으로 표현하는 영화 ‘청설’(감독 조선호)의 이야기다.

26살의 용준(홍경)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자신의 꿈을 찾지 못했다. 취업은 잠시 멈추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부모님의 도시락 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수영장으로 첫 배달을 간 용준은 우연히 여름(노윤서)와 마주치고 첫눈에 반한다. 여름은 수영선수인 동생 가을(김민주)의 뒷바라지를 도맡아 하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생계를 꾸려가는 ‘생활력 갑, K장녀’다.

여름의 동생 가을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장애가 꿈을 이루는 길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을은 꿈을 향해, 여름은 가을의 꿈을 위해 살아가던 중 이들 앞에 용준이 등장한다. 용준은 여름에게 적극적으로 직진하고, 가을은 용준의 용기를 응원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여름은 자꾸 용준과 멀어지려 하는데.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의 청량한 진심을 담은 이야기다. 동명의 대만 로맨스 영화 ‘청설’을 원작으로 14년 만에 정식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새롭게 재탄생했지만 서로를 청각장애인으로 착각하고 수어로 대화를 나누는 설정, 장애와 관련된 세상의 편견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은 원작의 기본 줄거리를 그대로 따른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은 한국 정서를 녹여내 표현했다. 원작이 가진 사랑스러움과 순수함은 유지하되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하는 섬세한 각색 과정을 거친 것.

이로써 영화는 러닝타임 동안 인물들에게 서서히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남녀노소 설렘의 감정을 유발한다. 또 누군가에겐 다시 한 번쯤 돌아가고 싶은 추억과 기억을 상기시킨다.

물론, 어쩌면 첫눈에 반한 상대에게 다가가는 이야기가 뻔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럼에도 ‘청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입이 아닌 손으로 설렘을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신의 한 수는 캐스팅이다. ‘정말 먼 곳’ ‘결백’ ‘D.P.’ ‘약한영웅 Class 1’ ‘댓글부대’ 등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홍경은 이번 작품에서 말간 얼굴과 눈망울을 보여준다. 직진하는 인물이지만 몽글몽글한 감성과 감정을 더해 설렘을 유발한다.

‘20세기 소녀’ ‘우리들의 블루스’ ‘일타스캔들’ 등 작품에서 청춘 캐릭터를 선보인 노윤서는 또 다른 결의 청춘을 연기한다. 20대의 현실적인 고민을 진솔하고, 흡인력 있게 전달하며 그간 보여줬던 캐릭터들과는 다른 매력으로 매료시킬 전망이다.

김민주는 기대 이상이다. ‘청설’을 통해 첫 상업영화 데뷔에 도전한 그는 가을 그 자체로 분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수영선수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수영, 수어 연습에 각고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을 터. 감정 연기 또한 자연스럽게 소화해냈기에 앞으로 연기 활동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손끝이 시려지는 계절에 찾아온 ‘청설’. 순수한 진심을 진정성 있게 담은 이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청설’은 부산국제영화에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오는 11월 6일 극장 개봉. 러닝타임은 108분. 전체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