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매강' 박세완,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 [인터뷰]
- 입력 2024. 10.31. 15:13:17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남들이 알아보는 데에는 시간이 걸려도 도화지 같은게 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박세완
영화 '빅토리'에서 치어리더 미나로 등장하더니, 이번에는 다혈질 형사 서민서로 변신했다. 매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선보이는 박세완은 올 한 해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가득 채웠다.
박세완은 김동욱, 서현우, 박지환, 이승우와 함께 '강매강'의 강력반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선배님들의 캐스팅을 먼저 보고 작품이 끌렸다"며 함께 호흡을 맞췄던 강력반 배우들이 작품 선택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주변에도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몇 번 언급했을 정도로 동욱 선배님은 원래 팬이었고, '커피프린스 1호점' 때부터 정말 좋아했다. 서현우 선배는 '유령'을 보고 극장에서 누군지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다른 감독님들께서 언급을 많이 하는 배우여서 알고 있었다. 지환 선배는 '범죄도시' 때 정말 인상이 강렬했는데, '우리들의 블루스'까지 보고나서 정말 팬이 됐다. 이 세 분이 계시니 일단 해보는 게 제 인생에 큰 경험이 되겠다 생각돼서 바로 골랐다. 대본은 두 번째였고, 사실 선배들의 힘이 정말 컸다."
앞서 박세완은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를 통해 시트콤에 출연한 바 있다. 그는 '지구망'과 '강매강'을 비교하며 "'지구망'이 포맷은 더 시트콤 같았다. 포맷은 시트콤이라고 말해주셨지만 '강매강'은 드라마적인 요소도 있고, 러닝 타임도 그렇고, 시트콤이라는 느낌이 조금 덜했다. 그래서 저는 드라마를 찍는다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고 얘기했다.
박세완은 노필터 주둥이의 다혈질 형사이자, 강력 2반의 실질적 서열 1위인 서민서 역을 맡았다. 예전부터 액션, 코미디 장르를 소화하고 싶다고 밝힌 바. 하지만 두 장르가 모두 들어있는 '강매강'은 박세완에게 큰 고민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서민서를 맡게 됐을 때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대본을 보면 머리도 짧고, 레더 재킷을 입고, 말투도 터프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감독님과 얘기를 나눈 뒤에 조금 다른 길로 가보자고 하셨다. 여자 경찰도 성격이 털털할 뿐, 인형을, 핑크색을 좋아할 수 있다고, 또 보통 사람들처럼 월급을 받으면 옷도 사고, 머리도 그냥 평범하게 묶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오히려 평범하게 설정해서 선배들과 대비되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미디어에서 본 경찰이 아닌, 다른 경찰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접근을 하다 보니 사실 방영 전까지도 많이 흔들렸다. 시청자분들은 이런 경찰이 익숙지 않은 테니까 감독님께 '이렇게 해도 되냐고' 계속 물었던 것 같다. 그런데 보고 나니 그 걱정이 사라졌다. 그래서 감독님께도 제가 흔들릴 때도 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연락을 드렸다. 저희가 장르가 코미디라서 그 설정이 더 잘 맞았던 것 같고, 장르가 장르인지라 저도 더 꿈을 펼칠 수 있었다."
고민 끝에 박세완은 서민서를 완벽하게 소화했지만, 사실 솔직하고 직설적인 민서와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성격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동료들 덕분이었다고.
"물론 실제 성격과 비교했을 때 민서에게 해당되는 부분도 있지만, 100%는 아닌 것 같다. 파고들어서 생각해보면 털털한 부분이나 친한 친구들을 대하는 지점 같은 것은 하나하나 살렸다. 저는 엄청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라서 민서와는 달리 바로 말을 잘 못 하는 성격이다. 그런 지점이 아예 다르다. 그래서 '강매강' 강력반끼리 촬영이 끝나면 뒷풀이를 갔는데, 사실 처음에는 오빠들이 자리를 만들어주면 노력으로 가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그게 마치 우리의 룰처럼 되니까 나중에는 즐거워서 가게 되고, 낯가림도 사라지고, 애써 예의 차리던 게 나중에는 친근감이 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후반부의 팀워크가 화면에서도 잘 나온 것 같다."
박세완은 각 작품, 캐릭터에 어울리는 노래를 듣고 촬영에 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강매강'에 어울렸던 박세완의 플레이리스트는 어땠을까.
"원래는 한 곡을 정해놓고 그것만 듣는데 '강매강'은 독특하게 한 곡이 정해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강매강'은 각 에피소드마다 제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 같다. 로맨스를 하다가, 아빠와의 이야기도 나오고, 팀워크 넘치는 모습도 나온다. 그래서 민서의 전 남자친구 에피소드를 찍을 때는 최유리님 노래를 들었고, 팀워크가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텐션을 높이려고 블락비처럼 기분 좋은 노래를 듣고 갔다. 또 아빠와의 과거가 나오는 에피소드에서는 일부러 아무 곡도 듣지 않았다. 예전에 부모님과 연관되는 신을 찍을 때 노래를 듣고 가니 오히려 그 노래에 집중해서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서 일부러 밖에서 걷다가 울지 말고 오히려 웃자는 생각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함께 하는 배우들이 작품 선택의 우선순위가 됐던 만큼, '강매강'에서의 팀워크 역시 완벽했다. 박세완은 "같이 했던 팀을 자랑하라고 하면 말할 게 정말 많다"며 호흡을 맞춘 강력반 배우들에게 큰 애정을 드러냈다.
박세완은 먼저 김동욱에 대해 "예전에 동욱 오빠가 본인은 같이 하는 동료니까 아역배우들한테도 어떠한 조언이나 티칭을 함부로 안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정말 오빠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모두 제게 맞춰줬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카메라나 조명을 비켜나가서 서있으면 오빠가 한 발짝 옆으로 가주는 스타일이다. 정말 섬세한 사람"이라며 "그래서 촬영 첫날 차에서 둘이 있는 신을 모두 찍었는데, 아침부터 마지막까지 연기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안 하셔서 내가 잘못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웃음) 그런데 막상 제 친구들은 둘이 함께 한 신이 억지로 하는 느낌이 안 들고 가장 저 같아서 좋았다고 하더라. 정말 편하게 해주는 사람인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서현우에 대해서는 자신과 닮은 지점이 많았던 점을 언급했다. 그는 "'빅토리'를 찍을 때 친구들이 제게 뭘 물어보면 대답을 할 때 일부러 실례가 될까 봐 '내 생각이고', '나는 이렇더라' 식으로 앞에 부연 설명을 엄청 덧붙인다"며 "현우 오빠도 질문을 하면 항상 실례가 될까봐 '나는 옛날에 어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준다. 선을 안 넘으려고 정말 둘러서 도와주려고 한다. 저랑 둘이 했던 신이 많았는데, 그때도 제가 부족해도 그런 티 하나 없이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박세완은 화려한 분장으로 양대 산맥을 이뤘던 박지환에 대해서 "먼저 감독님이 항상 지환 선배 피팅 사진을 보여주면서 '선배님은 이렇게 할 예정'이라고 말한다"며 "그 분장을 보고서 생각이 바뀌었던 때도 많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환 오빠는 저희 중에서 연장자라서 그런지 정말 리더같다. 10개의 신이 있다면 5~6개 혹은 그 이상을 탄식(이승우)이랑 저를 위해주려고 하셨다. 이 신은 민서 쪽으로, 저 신은 탄식이 얘기에 집중해 주자는 식으로 잘 이끌어줬다. 제가 놓치는 신도 네가 받쳐주는 게 아니라 주인공인 부분이라고 꼭 말해줬다"며 "운 좋게 동욱 오빠와는 초반에 둘이서 차에서 함께 하는 신이 있었고, 뒷부분에서는 지환선배랑 둘이 소주 먹는 신이, 뒤에 또 현우오빠와도 둘이 찍는 신이 있었다. 대본을 고른 이유가 다 이뤄진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또한 박세완은 유일하게 또래였던 이승우에게도 큰 의지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랑 또래인데 작품을 많이 안 하기도 했고, 작품에서도 막내 역할이라 스태프들이 실제로도 막내인 줄 아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막 농담으로 '세완 선배한테 배워라' 이런 말을 듣는 경우도 있었는데, 한 번도 그걸 기분 나쁘게 안 듣고, 늘 정말 많이 배운다고 말해주더라. 그리고 제가 어려워할 때도 서로 의지를 정말 많이 했다. 눈치도 센스도 정말 좋았고 착하다"고 이야기했다.
박세완은 올해만 해도 영화 '빅토리'에 이어 '강매강'까지 선보이며 바쁘게 달려왔다. 그는 2024년을 돌아보며 "바쁘지만 행복했던 해"라고 정의했다.
"많은 분들에게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거였다. '빅토리'랑 '강매강'은 모두 제가 직접 나가서 얘기도 하고 인사도 드리니 팬분들도 정말 많이 생겼다. 사실 아직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본다는 인식이 정말 크다. 그런데 최근에 혼자 여행을 가느라 공항을 갔는데, 예상과 다르게 알아봐 주시는 분이 계셔서 열심히 일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바빴지만 행복했던 해인 것 같다. 열심히 찍은 두 작품이 나와서 저도 알리고, 홍보도 하고, 인사도 드릴 수 있었다."
올해 두 작품으로 대중과 만난 박세완은 이에 앞서서도 '땐뽀걸즈', '지구망' '최종병기 앨리스', '이두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해 활약했다. '매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인다는 것.' 어렸을 때는 특별하지 않은 자신의 이미지가 고민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승화한 그다.
"어렸을 땐 제가 특색이 없다고 느꼈다. 대학생 때 어떤 친구는 귀여운 이미지, 어떤 친구는 성숙한 이미지에 맞춰서 그런 작품이 잘 들어갔다면, 저 같은 경우에는 연락이 자주 오는 배우는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갑자기 자리가 비면 대타로 가는 때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특색이 없나 보다 생각할 때도 있었다. 데뷔 후에도 다양한 역할을 해서 한번은 귀여운 척도 해보고, 괜히 성숙한 이미지로 보이고 싶어서 구두를 신고 가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는 게 저의 장점인 것 같다. 20대 때 작품을 보면 코미디 지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꽤나 다양하게 했다. 남들이 알아보는 데에는 시간이 걸려도 도화지 같은 게 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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