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란’ 강동원 “대역 안 써, 95% 이상 액션 소화했죠” [인터뷰]
- 입력 2024. 11.01. 09: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사극과 액션, 가장 잘하는 것으로 돌아왔다. 사극에서 한복을 입고 액션을 선보일 때 더욱 빛을 발휘했던 배우 강동원이 ‘전,란’에서 노비의 신분에서 벗어나 본래의 신분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천영으로 분해 지금껏 본 적 없던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전,란' 강동원
“시나리오 보고 좋았던 건 영화 시나리오와 조금 달랐어요. 각 인물 스토리가 영화보다 더 많이 들어있었죠. 특히 선조 쪽이요. 보통 대본에서는 그 정도로 다룰 시간이 주어지지 않거든요. 그게 되게 신선했어요. 액션 영화지만 감정들이 담긴 것도 좋았죠. 종려랑 계급을 넘어선 우정도 좋았어요. 그 안에 다뤄지는 계급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요. 사극에서 노비 역할은 처음이었어요. 계급 자체가 ‘넌 천민이야’는 처음이었죠. 제 성격은 양반이랑 잘 안 맞아요. 저는 노비가 더 좋죠. 편하고, 재밌게 했어요. 양반할 땐 오히려 더 힘들거든요.”
극 초반, 칼을 입에 물고 종려를 향해 원망과 울분을 토해내는 장면은 눈빛과 표정 연기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특별히 준비한 건 분장 정도에요. 머리를 풀어 헤치자고 감독님에게 말씀 드렸죠. 감독님은 미리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았어요. ‘괜찮겠어?’ 하시길래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해 머리를 풀기로 했죠. 감정은 최대한 쏟아내자 싶었어요. 원래 제가 감정을 쏟아내는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과할 정도로 해보자고 했어요. 그러나 역시나 제가 아무리 해도 과하진 않더라고요. 워낙 미니멀하게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라.”
‘전,란’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건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전,란’이 극장 상영작이 아닐뿐더러 상업영화라는 점이 영화제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기도.
“논란은 예전에도 있었던 거라 그 얘기가 또 나오는 게 놀라웠어요. ‘아직도 이 얘기가 나온다고?’ 싶었죠. 예전에 ‘옥자’ 때도 논란이 있었잖아요. 그 얘기가 다시 나와서 놀랍긴 했어요. 아직도 그 얘기를 할 수 있구나. 지금 저에게는 지나간 이야기이자 경계 자체가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에 감사해야하는 시기가 왔는데 OTT, 극장 등에서 만들어지는 것에 감사하죠.”
‘전,란’이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 일각에서는 스크린 개봉이 아닌 점에 아쉬운 반응도 나왔다. 강동원 역시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며 말문을 이어갔다.
“영화를 찍을 때도 사실 큰 스크린을 생각하며 촬영했어요. 영화라는 게 그렇잖아요. 드라마, 시리즈랑 다르게 대형 스크린을 생각해서 콘티도 짜니까요. 콘티 자체도 대형 스크린에 맞춰서 짰다고 생각해요. 조금 다른 게 있었다면 촬영 초반이었는데 감독님께서 클로즈업을 많이 찍으시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넷플릭스 영화라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이건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2주 지나고 나서 감독님에게 ‘클로즈업을 너무 많이 찍는 거 아니에요?’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설명해주시는 걸 까먹으신 것 같았어요. 넷플릭스 영화라 클로즈업이 많다고 해주셨죠. 그때 ‘아 그렇지’라고 깨달았어요.”
강동원은 ‘군도: 민란의 시대’ ‘전우차’ ‘형사 Duelist’ 등 작품을 통해 한복을 입고, 액션을 선보인 바. 강동원은 ‘전,란’ 출연에 앞서 검을 쓰는 액션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재작년 쯤, 원래 올해 정도 예상하고 탈 쓰는 액션 하나를 해야겠다 싶어 3년 전 기획한 게 있었어요. 올해 촬영 들어갈 걸 예상하고 기획했지만 미뤄졌죠. 10년 만에 칼 쓰는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총 쓰는 작품을 더 많이 했으니까. 그리고 긴 칼을 들면 멋있잖아요. 두 개 정도 작품을 기획했어요. 하나는 양복을 입고 장검을 쓰고, 또 하나는 판타지 사극 같은 액션을 준비했죠. 제가 제작도 하고, 출연도 하려고 했어요. 왜냐면 칼 쓰는 작품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화려한 검술 액션이 돋보이는 ‘전,란’에서 명장면은 바닷가 해무 속에서 천영, 종려, 겐신 3명이 맞붙는 장면이다. 3명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복잡한 감정과 입장을 갖고 대결을 펼친다. 각기 다른 검술 액션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안개가 너무 짙어 숨 쉬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한 바퀴 돌면 모니터가 어딨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예 안 보였거든요. 그러나 부상 없이 촬영할 수 있었어요. 저는 대역을 잘 안 쓰는데 이번에도 95%정도 제가 소화했죠. 대역을 쓰면 움직임이 많이 달라요.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닌, 제가 하는 게 마음이 편해요. 진짜 위험한 것이 아니면 웬만하면 제가 하려고 하죠. 액션도 그 캐릭터라 생각하고, 연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조금 더 분노에 찬 움직임을 하고 싶은데 대역분들이 할 땐 감정 보다는 액션 위주로 하거든요. 제가 하는 것과 감정표현 자체가 다르게 느껴지기에 웬만하면 대역을 안 쓰려고 하죠.”
앞서 강동원은 극장가에 내놓은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 부진을 겪었다. 추석 연휴 효과를 노리고 개봉한 대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누적 관객 수 191만명에 그쳐 씁쓸함을 맛봤다. 또 올해 5월 선보인 ‘설계자’는 누적 52만명으로 흥행 참패를 맛봤다. 이후 그가 선택한 돌파구는 넷플릭스 작품인 ‘전,란’이었다. 흥행을 의식해 다음 작품은 OTT를 선택한 것일까.
“케바케에요. 어떤 작품은 진짜 괜찮은데 흥행이 안 될 수도 있고, 생각보다 못 나왔구나 싶기도 하고요. 반성하기보다 아쉬움이 크죠. 이 영화를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보면 좋았을 텐데 라는 마음도 있어요. ‘가려진 시간’ 같은 영화가 그런 영화죠. ‘M’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보고 괜찮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제작사와 실수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그러죠.”
그렇다면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일까. 강동원은 ‘대본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대본이 재밌으면 하는 스타일이에요. 조금의 신선함이 있어야 하죠. 제가 읽었을 때 신선함이 보이고, 대본의 완성도 기승전결이 잘 짜여있고, 클라이맥스가 좋으면 택해요. 이번 작품은 신선했어요. 구도 자체가 보통 영화에서 잘 안 쓰는 구도였거든요. 인물들을 그렇게 다 살리기 힘들어요. 인물이 4명이잖아요. 영화에서 네 명의 인물, 스토리를 다 살리기란 쉽지 않아요. 선조, 겐신, 종려, 천영이 다 살았죠. 의병 대장도 잠깐 나오는데 잘 살고, 그런 것들이 되게 좋았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