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활명수’ 진선규 “난 I성향, 빵식 연기 후 진이 쏙 빠져” [인터뷰]
- 입력 2024. 11.01. 10: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전례 없는 캐릭터를 완성, 저항 없이 웃음을 터지게 만든다. 배우 진선규가 이번엔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으로 분한 것. 영화 ‘범죄도시’ 위성락, ‘극한직업’ 마형사, ‘카운트’ 박시헌에 이어 ‘아마존 활명수’ 빵식까지, 폭넓은 필모그래피를 입증한 그다.
'아마존 활명수' 진선규 인터뷰
“시나리오 처음 읽을 때부터 읽어나가면서 배우로서 재밌게 캐릭터를 그려가는 순간이 있잖아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 생각으로 가득 찼어요. 최대한 제가 아닌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죠.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3세 역할이잖아요.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런 역할 자체가 기시감이 굉장히 크고, 어디선가 비교되거나 비하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신분의 시작, 거기서 태어나 한국에 대한 사랑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유튜브를 하는 전사들이 편집에서 빠졌어요. 그래서 희화화 되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죠.”
빵식은 한국인 할아버지와 볼레도르인 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그는 통역뿐만 아니라, 유튜버로도 활약하며 ‘핵인싸’ 재질을 보여준다. 아마존 전사와 진봉 사이를 오가며 언어와 문화 차이를 한층 좁혀주는 가교로 활약한다.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 희화화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더하기도.
“그래서 있는 말들로 썼어요. 희화화가 비하 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이 인물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원주민에 대한 것도 분명히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아마존 전사 3인방 역을 맡은 친구들도 진짜 원주민의 후예에요. 그 친구가 처음 이 작품을 시작할 때 번역되어 있는 말들 중 ‘이 말은 싫어합니다’라고 알려줬어요. 인디안 부족들의 문신도 고증으로 한 게 아닌, 의미를 다 다 따져서 조율을 해줬죠. ‘왜 저렇게 비하해?’라고 할 수 없게끔 만들자 했어요.”
진선규는 빵식의 브로콜리와 같은 머리, 까무잡잡한 피부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파마를 하고, 피부를 햇볕에 태웠다.
“전사가 없다고 쳐도 빵식이는 볼레도르에서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고, 성향 자체가 외향적인 사람이었을 것이고, 매일 옷을 갈아입고, 볼레도르 안에서도 늘 튀려고 했을 것 같았어요. 그런 것들을 의상에 담자고 했죠. 피팅 첫날, 모든 게 픽스됐어요. 피부가 까무잡잡한 분들이 컬러풀한 옷을 더 잘 입잖아요. 이번에 입어보고 알았어요. 화려하게 입는 건 색깔이 예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죠. 머리는 실제로 파마를 했어요. 파마하러 미용실에 갔는데 제일 얇은 롤으로 해도 그분들처럼 나오지 않더라고요. 파마롤이 아닌, 실핀을 꽂아 말았더니 그 머리가 완성됐죠.”
진선규는 대중들에게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은 ‘범죄도시’부터 반전 매력을 보여준 ‘극한직업’ ‘공조2: 인터내셔날’ ‘달짝지근해: 7510’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준 바. 이번 작품은 진선규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고 한다.
“되게 재밌었어요. 제가 I의 성향이라 빵식이를 하고 나면 진이 쏙 빠져요. 계속 업 시켜야 하고, 유쾌함을 유발해야하니까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얘기해주는 건 배우로서 좋은 칭찬인 것 같아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저에게는 행운이죠. 배우 진선규로서 연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요. 그게 빵식이었어요. 제가 아닌 모습이 표현되는 게 좋았죠. 그래서 다양하게 하려고 해요.”
진선규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선함의 아이콘이다. 혹여나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을까 말 한 마디에 공을 들이고, 배려한다. 그러나 연기할 땐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 마치 스위치 ‘ON’을 누른 듯하다.
“연기를 해내는 각자의 방법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에게 다 있어요. 거기에 필요한 걸 생각하며 끄집어 내 그것만 가지고 확장시켜보는 걸로 캐릭터를 만들어내죠. 저에게 없는 걸로 하면 힘들어요. 빵식이의 경우, 저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고, 인상 쓰거나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 마음을 꺼내 확장시킨 거죠. 모든 것들이 용납되는 것도 저의 마음이 그러니까요. 그런 식으로 연기를 끄집어내고, 다시 집어넣죠.”
‘아마존 활명수’는 웃음으로 스토리를 풀어가다 감동으로 끝맺음된다. 유머 한 스푼, 휴먼 드라마 한 스푼이 더해진 것. 진선규에게 이 영화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웃음과 감동이 있어요. 시사회가 끝나고 제 큰 딸이 ‘아빠가 한 영화 중 제일 재밌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다르게 느낄 수 있어도 아이들은 또 다르게 느끼는구나 싶었죠. ‘극한직업’도 딸이 봤는데 이 친구에게 자연이 더 크게 다가온 것 같아요. 영화를 통해 아이들의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해요. 아이들이 영화관에 간 기억들, 그 힘을 유지하도록 이 영화가 되길 바라죠.”
배우로서 이룬 성장도 뜻 깊다. 빵식 역을 소화하며 또 하나의 도전을 마친 진선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자 한다.
“잘하는 걸 계속 선택해 나가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부분들, 배우로서 연기하는데 재밌을 것 같은 부분들을 선택해왔어요. 분량 보다는 제가 재밌어 하고,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도태되지 않도록 선택해나가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배역의 크기 보다는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 속 배역을 선택해가지 않을까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